[민원제로] 6. 핵심성과지표를 분명히 하라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불만이나 건의, 개선 사항 등을 제기하는 행위를 ‘민원’이라 합니다. 오늘도 전국에서 수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또 처리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 운영, 지원 등의 관련 민원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원기관에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는데요. 이런 민원은 창업자 또는 민원 제기자 또는 고객의 성향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지 [민원제로] 기획연재를 통해 알아봅니다.

연재순서

  1. 집요한 불만 제기 : “제가 그 유명한 진상 민원인입니다만...” (https://it.donga.com/106803/)
  2. 무차별적 난동 :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지!” (https://it.donga.com/106858/)
  3. 충성 고객과 극성 민원인은 같다 (https://it.donga.com/106988/)
  4. 민원인 유형과 대응 실제 (https://it.donga.com/107101/)
  5. 불만에 대한 첫 응대가 중요하다 (https://it.donga.com/107313/)
  6. 핵심성과지표를 분명히 하라
  7.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라
  8. 나도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행사나 특정 이벤트를 기획할 때 명확한 '목적'이 필요하다. 목적이 불분명하면 이벤트의 방향성이 흔들리고, 참가자들에게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네트워킹을 위한 이벤트'와 '교육을 위한 이벤트'는 그 구성과 운영 방식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두 가지 목적을 모두 충족시키려다 보면, 어느 쪽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기 쉽다.

일하면서 세우게 되는 '목적'은 정성적 표현이 많다. 따라서 정량적 지표인 핵심성과지표(KPI)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본자. 많은 프로그램이 단순히 성공 사례 강연이나 일회성 자금 지원에 그치고 만다. 이는 명확한 목적의식 없이 '글로벌 진출 지원'이라는 표면적인 주제만 좇은 결과이다.

출처=생성AI 이미지(제미나이)
출처=생성AI 이미지(제미나이)

실제로 해외시장 진출은 복잡하고 매우 어려운 과제다.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시장에서 사업에 성공하기도 어려운데,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해 성공한다는 건 난도가 더 극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지 시장 조사, 규제 환경 이해, 파트너십 구축, 현지화 전략 수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현지 진출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한다. 이를 통해 KPI를 확정하고 프로그램을 시작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KPI 요소로는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서, NDA(비밀유지계약서), LOI(우호교류의향서), 현지 투자확약서, 현지 법인설립증서, 현지 매출액, 해외 특허 수, 현지 기업과의 R&D 수행 계획서 등을 들 수 있다. 이 요소들에 구체적인 숫자 목표를 세우고 그 KPI가 달성될 수 있도록 사업을 기획하면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필자가 진행한 사업 중에 'KSC(K-스타트업 센터) 사업'이라는 해외시장 진출 사업을 모범사례로 소개한다.

해당 국가를 잘 아는 현지 액셀러레이터가 직접 한국 스타트업을 선발한다. 물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총괄 진행하지만,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 한국 스타트업 중에서, 현지 액셀러레이터 자신들이 현지화를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스타트업을 스스로 선발토록 한다.

선발하고 나면 반드시 이어지는 절차가 있다. 현지 액셀러레이터와 한국 스타트업이 머리를 맞대고 현지시장 진출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것이다. KPI를 맞추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현지 진출의 상호 공동 목표를 명확히 하고, KPI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수립된 KPI를 바탕으로 현지에 머무르기 전, 온라인으로 현지 기업들을 만나고 전략을 수립하며 현지 진출 준비를 마친다. 그러고는 8주간 현지에 머무르면서 사전에 세운 KPI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액션을 취한다. 한정된 예산과 시간, 인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목적 중심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움직인다. 각 활동과 요소를 목적 달성 기여도에 따라 핵심적인 요소에 자원을 집중하여 배치하여, 사전에 약속한 핵심 성과지료 달성에 최선을 다한다.

이벤트 기획에서 명확한 목적 설정은 단순한 첫 단계가 아니라 성공의 핵심 요소이다. 목적이 명확할 때 참가한 고객은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주최 측은 목적이 달성될 수 있도록 모든 자원과 노력을 효과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높은 고객 만족도로 이어진다. 즉 기획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 이벤트가 왜 필요한가?'와 '어떤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모든 참가자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만들 수 있다.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효과를 알 수 없는 이벤트, 행사는 모호함과 막연함 속에서, 해당 이벤트에 참여한 고객에게 실망을 주기 쉽다. 목적이 모호하기 때문에 고객이 이벤트에 참여시 기대했던 내용과 실제 결과가 다를 확률이 높고, 이렇게 되면 고객 불만 요인이 된다.

KSC 사업에 참여했던 스타트업들은 지금도 우리 센터에 감사해한다. 가끔 우리 센터에 찾아오고 명절이면 안부를 묻기도 한다. 그러고는 KSC 사업에 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목적이 명확한 사업을 그에 맞게 기획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자신들 포함 모든 관계자들이 KPI 달성을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원 없이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해 봤고, 또 성과도 좋으니 감사해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고객을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롭고 다채로운 행사를 추진한다고 만족도가 올라가고 고객들이 좋아하는 건 아니다. 행사 목적을 분명히 하고 거기에 맞는 KPI 항목을 설정하라. 그리고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KPI 목표치를 세우라. 그리고 그 KPI 목표치가 달성되도록 최고의 방법을 모색하라. 그러면, 해당 행사에 참여한 고객과 관계자 모두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고, 민원을 넘어 진정한 고객 발굴이 가능하게 된다.

글 / 김영준 ( 3dbiz@naver.com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 실장.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 대기업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R&D 지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이나 대기업, 여러 기관 등 대상으로 기술 트렌드, 글로벌 진출, 기업가정신 등의 주제로 1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 수상. 주요 저서로,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가상현실을 말하다], [민원제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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