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나락스 어텐션 2025 “산업 현장에는 지식과 경험 겸비한 인공지능 필요해”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9월 4일, 산업용 인공지능 설루션 기업 마키나락스(MakinaRocks)는 양재동 엘타워에서 인공지능 콘퍼런스 ‘어텐션(Attention) 2025’를 개최했다. ‘생각하고 행동하며 산업을 바꾸는 AI(AI that Thinks, Acts and Transforms Industries)’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자율적 인공지능(에이전틱 AI - Agentic AI) 시대를 위한 청사진이 제시됐다.

마키나락스가 어텐션 2025 행사를 개최, 산업 시장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들을 소개했다 / 출처=IT동아
마키나락스가 어텐션 2025 행사를 개최, 산업 시장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술들을 소개했다 / 출처=IT동아

올해로 두 번째 진행되는 어텐션 2025는 ▲LG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리얼월드 ▲한국수자원공사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오토에버 ▲육군사관학교 ▲엔비디아 등 국내외 인공지능 기술·산업 종사자들이 연단에 올라 무대를 채웠다. 기조연설에는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와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나서 실제 현장에 쓰이는 인공지능 기술 사례와 신기술 등을 다뤘다.

이 외에 런웨이(MakinaRocks Runway)의 신기능인 앱 스튜디오(App Studio)도 공개됐다. 앱 스튜디오는 기업 데이터와 인공지능 모델을 연결해 인공지능 앱을 제작·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간단한 사용 도구를 제공해 누구나 직관적으로 아이디어에서 현장 적용까지의 시간을 줄여준다. 마키나락스의 스마트 도면 에이전트, 스마트 공장 사업관리 챗봇, 지휘통제상황 관리 에이전트 등 다양한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연도 진행됐다.

산업 현장의 자율 인공지능, “현장 경험과 지식”이 중요해

기조연설을 시작한 윤성호 대표는 "인공지능 추론 능력은 7개월마다 2배씩 향상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을 언급했다. 인공지능의 성능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없다는 게 이유다. 윤성호 대표는 “인공지능 기술은 스탠퍼드 대학교 4학년 또는 석박사 수준의 인지력과 추론 능력을 갖췄지만 실제 현장에서 요구하는 경험은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적용하는 인공지능이 제 실력을 발휘하려면 '경험 및 도메인(산업 분야) 지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시장이 흔히 사용하는 인공지능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 추론하는 ‘범용 인공지능(AI)’이다.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문자와 이미지 등을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제안하는 식이다. 하지만 산업 환경에 따라 범용 인공지능의 성능은 달라진다.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은 현장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 출처=IT동아
산업용 인공지능 기술은 현장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 / 출처=IT동아

예로 범용 인공지능이 엔지니어링 도면을 분석할 때 파이(ø)25를 025로 식별하는 문자 인식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문자를 읽을 수는 있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도면의 크기가 조금만 바뀌거나 도면 속 객체의 위치가 변경되면 범용 인공지능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인식해 비교할 수 없다고 결론짓는다. 도면 속 내용이 아니라 도면 속 화소 구조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자료 분석, 콘텐츠 생성 환경과 달리 제조, 반도체, 중공업 등 오차를 허용하지 않는 산업 현장에서는 범용 인공지능의 오류가 기업 손실 또는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인공지능 환경을 구축할 목적으로, 마키나락스는 자체 개발한 산업 측화 인공지능 플랫폼 '런웨이(Runway)'를 개발했다. 이 플랫폼은 기업이 스스로 특성이나 용도에 맞게 인공지능을 구축하도록 돕는다. 런웨이는 비용, 개발 속도, 지식 단절, 보안 등 인공지능 기술을 전사적으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겪는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도구다.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그래픽 처리장치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다루거나 바이브 코딩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대시보드 구축을 지원한다. 구성원들이 생성한 인공지능 결과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공간도 갖췄다.

마키나락스는 인공지능 시대의 엑셀을 꿈꾼다 / 출처=IT동아
마키나락스는 인공지능 시대의 엑셀을 꿈꾼다 / 출처=IT동아

윤성호 대표는 마키나락스 인공지능 플랫폼 도입으로 업무 생산성 향상을 이룬 사례를 소개했다. 한 중공업 기업은 도면 검토 시간을 4배 이상 단축했고 반도체 기업은 반도체 주문 견적 작성 시간을 최대 2.6배 줄였다. 과거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에 의존하던 작업을 인공지능이 속하게 판단함으로써 나온 결과다.

마키나락스의 목표는 '인공지능 시대의 엑셀(Excel)'이다. 과거 엑셀이 통계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복잡한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 것처럼 마키나락스는 기계 학습 전문가가 아닌 모든 엔지니어, 관리자, 현장 작업자가 각자 업무에 특화된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공지능은 “전문가를 더 전문가답게” 만들어주는 도구

윤성호 대표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독자 인공지능 모델 엑사원(EXAONE)의 성과와 인공지능의 사업 가치 전환 등을 언급했다. LG AI연구원은 2025년 7월, 엑사원 4.0을 선보이며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멀티모달 기술 역량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엑사원 4.0은 여느 인공지능 언어모델이 아니라 복잡한 재료 시험을 통과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일반 추론용 하이브리드 모델로 진화했다.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GPT와 같은 거대 모델과 비교해 일부 부족한 점이 있지만 글로벌 언어모델과 견줄 수준의 성능이며 32B(320억) 파라미터 모델 등급에서는 최고 수준의 성능”이라고 강조했다.

엑사원의 현장 적용 사례를 소개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 출처=IT동아
엑사원의 현장 적용 사례를 소개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 출처=IT동아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금융 시장의 엑사원 활용 사례를 언급했다. LG AI연구원은 핀테크 스타트업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Qraft Technologies)와 협력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기업의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초기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ETF(지수 추종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예측 도구로 시작했지만 기업의 미래 전망 예측부터 성장 근거, 재무 분석 등을 정리해 스스로 자료화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LG AI연구원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과 협력을 추진, 금융 인공지능 설루션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열었다.

LG AI연구원은 의료 연구에도 인공지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먼저 엑사원 패스(EXAONE Path)를 활용한 암세포 예측이다. 인공지능이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특정 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할지를 예측한다. 과거 전문가가 한 달 이상 걸려 분석하던 일을 단 몇 분 만에 처리할 정도로 효율을 높였다. 알츠하이머 발병의 유전적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미국 잭슨랩(The Jackson Laboratory)과 협력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 엑사원은 화학, 신소재, 금융, 공공, 법률 등 실제 업무 현장에서 핵심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임우형 공동 연구원장은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는 도구다. 전문가는 더 전문가답게, 일반인도 전문가처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최전선에 있는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율적 인공지능

기조연설에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인공지능 산업 공동 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패널토론은 음병찬 디스펙터 대표 진행 하에 ▲정영범 퓨리오사AI 상무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 ▲허영신 마키나락스 최고사업책임자(CBO) ▲이강욱 리얼월드 최고사업책임자가 각각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조연설 이후 산업 현장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좌측부터)음병찬 디스펙터 대표, 정영범 퓨리오사AI 상무,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 허영신 마키나락스 최고사업책임자, 이강욱 리얼월드 최고사업책임자 등이 연단에 올랐다 / 출처=IT동아
기조연설 이후 산업 현장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좌측부터)음병찬 디스펙터 대표, 정영범 퓨리오사AI 상무,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 허영신 마키나락스 최고사업책임자, 이강욱 리얼월드 최고사업책임자 등이 연단에 올랐다 / 출처=IT동아

먼저 자율적 인공지능 시대로 전환되는 상황 속에 인공지능 산업 전체가 직면한 공동의 과제는 무엇일까? 정영범 상무와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는 '추론 비용(inference cost)'을 언급했다. 정경범 상무는 “오픈AI가 인프라 비용으로 2024년에 5조 원 이상 썼다. 2025년에는 19조 원 이상 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전체가 아니라 한 기업이 학습 비용보다 추론 비용을 더 쓰고 있는 셈이다”라며 “추론 비용을 낮춰야 다양한 자율적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는 자율적 인공지능 시대에 성장 가능한 기업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이미 기업이 필요한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화가 진행된 상황에서 사업 가치가 높은 게 무엇인지 고민하고 설정하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는 “자율적 인공지능이 대형언어모델과 다른 건 기존 서비스와 외부 서비스들이 모두 연동된다는 점이다. 서비스와 인공지능 간 연결을 잘 준비해 온 기업들이 자율적 인공지능 시대에 두각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소버린 인공지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패널들은 인공지능 시대 국가 경쟁력은 특정 분야의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가치 사슬 전반에 걸친 총체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공지능 모델 구축 외에도 물리 인공지능(피지컬 AI) 같은 산업 환경에 필요한 생태계 구축도 병행해야 된다는 의미다. 이강욱 최고사업책임자는 “실리콘(반도체), 하드웨어(액추에이터, 센서), 언어 모델을 포괄하는 완전한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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