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코드 “AIoT 임베디드 시스템ㆍ물리 AI 이끄는 소부장 기업으로” [서울과기대 초창패 2025]
[서울과기대 x IT동아 공동기획]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사업(이하 초창패)은 1~3년차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을 꾀하는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의 주요 창업지원 사업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은 2025년도 초창패 주관기관으로 초기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돕습니다. IT동아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업지원단과 함께 성장 중인 유망 스타트업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임베디드 시스템은 컴퓨터(PC)와 달리 정해진 목적을 위해 설계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합을 말한다. 무선 통신 모듈,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로봇 제어장치 등 시스템 일부에 내장되어 전체 시스템과 연동하는 형태다. 정해진 기능을 처리하기 위해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 입출력 인터페이스 등이 쓰인다.
임베디드 시스템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과 융합하며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 국가 주력 산업 전반의 지능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다. 핵심 부품과 기술 지원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어 혁신에 발목이 잡혔다.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개발 인력이 부족한 부분도 해결 과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간과 비용 투자에 제약이 있는 중소기업은 혁신적인 하드웨어 제품 하나 개발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산업 전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베디드 모듈과 노코드(No-Code) 하드웨어 개발 환경을 제안한 스타트업이 있다. 2024년 설립해 무선통신 임베디드 시스템 모듈과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한 소부장(소재ㆍ부품ㆍ장비) 기업 누코드(Nucode)다.
누코드는 사물인터넷(IoT)에 필요한 모듈을 설계, 제조하는 기업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을 쉽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플랫폼을 제안한다. 비개발자도 아이디어만으로 시제품 구현이 가능한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저전력 및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모듈도 직접 설계, 제조하고 있다. 누코드는 어떻게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환경의 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이관형 누코드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국내 임베디드 시스템 산업 혁신을 위해 결심한 창업
“저는 기계 설계 엔지니어로 독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후 창업을 했는데 전자쟁이(전자 설계 엔지니어)와 기계쟁이(기계 설계 엔지니어) 사이의 의견 차이를 경험하며 전자제품 양산화에 실패했어요. 이 과정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지 않고도 제품을 빠르고 가성비 있게 만들 수 있는 모듈화 기술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관형 대표와 누코드 팀은 개발자들이 임베디드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 소통하려면 모듈화된 개발 환경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시제품 제작부터 양산까지 고려한 모듈과 도구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관형 대표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지만 임베디드 시스템에 필요한 마이크로컨트롤러 유닛(MCU), 무선 통신 칩 같은 핵심 부품 대부분을 중국을 통해 수입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반도체 생산 분야로 집중되면서 임베디드 시스템 제조 환경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인력난도 문제다. 국내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분야에서는 3040세대 개발자를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라는 게 이관형 대표의 설명이다. 비주류 산업 분야의 현주소다. 따라서 국내 전자제품 제조 기업은 소량 생산에 따른 높은 단가를 감내하거나 기술 종속과 소통 장벽이 높은 중국 공급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에 남아있는 시니어 개발자들 상황은 어떨까? 이관형 대표는 경로의존성에 갇혀 익숙한 구형 도구와 칩만 고집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한다. 과거 도구와 칩을 사용하니 신기술 도입이 더디다. 최신 와이파이 또는 블루투스 기술 적용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이유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모듈화된 임베디드 시스템과 한국형 기술 지원으로 차별화 구축
누코드는 전자제품 제조 기업이 복잡한 기술 설계, 시제품 생산, 인증 등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사전 제작, 인증된 사물인터넷 모듈을 개발했다. 노르딕 세미컨덕터(Nordic Semiconductor)와의 긴밀히 협력해 블루투스 6.0 모듈을 국내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KC 인증, 미국 FCC, 유럽 CE 등 주요 무선 통신 관련 인증을 이미 획득한 모듈이므로 최종 제품 인증만 받으면 된다. 또한 전자제품 제조 기업은 제품의 목적과 기능에 맞춰 모듈을 선택하면 되기에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는 과정도 줄어든다.
누코드의 무선 모듈은 TE 커넥티비티(TE Connectivity)사 고성능 안테나에 독자 회로 설계를 적용, 시스템 전체의 전력 효율을 높였다. 전문 지식 없는 개발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초절전(Deep Sleep) 모드 같은 저전력 기능을 실제 활용 가능한 펌웨어까지 함께 제공한다.
이관형 대표는 누코드가 ‘B2C2B(Business to Consumer to Business)’ 기업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기술을 먼저 접목한 후 전력 관리, 무선 주파수(RF) 설계, 펌웨어 개발 등 어려운 엔지니어링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이 즉시 사용 가능한 패키지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무선 모듈 활용에 필요한 기술 문서, 오픈소스 코드 등을 제공하며 아두이노(Arduino) 같은 대중적인 프로그래밍 플랫폼 연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해외 기업의 기술 지원은 응답이 늦고 소규모 고객에게 불친절하다. 언어 장벽은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사용하기 쉬운 도구, 활발한 기술 지원, 풍부한 오픈소스 예시 등 개발자 친화적인 생태계는 누코드의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누코드는 임베디드 개발 문턱을 낮춰 비전문가도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코딩 과정을 단순화하는 줄이는 로우코드(Low-Code)가 아니라 코딩이 전혀 필요 없는 노코드(No-Code) 수준의 개발 환경을 구축 중이다.
이관형 대표는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모듈을 설계할 여력이 있지만 생산량 10만 개 미만인 중소 전자제품 제조 기업은 누코드 무선 모듈과 개발 플랫폼이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누코드의 고민은 사업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소멸에 가까운 국내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 인력풀을 복구하는 일이다. 개발자가 코드 한 줄 작성하지 않아도 원하는 하드웨어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누코드의 목표라 해도 제품의 틀을 만드는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자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코드는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긱블(Geekble), 과학인연합회와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와 재단 설립을 준비 중이다. 아두이노 기반 교육을 대체할 목적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과학고등학교 같은 기관에 산업용 등급 모듈을 교육용 키트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 무라타 제작소 같은 고부가가치 전문 소부장 기업 되고파
2024년 6월 설립된 누코드는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9월에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AC)로부터 시드 투자를 유치,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24년 12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누코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RAPA)와 협력, 비면허 주파수를 활용한 국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네트워크 카메라용 모듈 개발 및 양산을 시작했다. 인공지능 연산이 기기 자체에서 이루어지는 ‘온-디바이스 인공지능(On-device AI)’으로 작동한다. 신뢰도 높은 국내 개발 장비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보안이 중요한 공공 감시,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최적의 보안 설루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2025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시장 진출 외에 아두이노 재단 및 개발자 커뮤니티 핵스터 등과 협업 관계를 맺었다.
누코드의 성장 배경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초기창업패키지의 지원도 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기술 개발에 필요한 유무형의 지원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선하며 누코드를 알릴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업계 네트워킹 주선과 투자자 미팅 기회를 마련해 기업의 중장기 성장판이 열릴 수 있게 도왔다. 이관형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지원 프로그램은 기업 성장으로 향하는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출되는 기회들이 누코드가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누코드는 대한민국 혁신 중소기업들이 쉽게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도록 내부 기술 자료를 학습시킨 챗봇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예로 개발자가 “스마트워치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입력하면 챗봇이 누코드 모듈을 활용한 단계별 제작 가이드를 제공하는 식이다. 현재 챗봇의 자료 제공 정확도와 대화 능력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 모델 업그레이드 및 데이터 구조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용 모듈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관형 대표는 “누코드는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고부가가치 전문 소부장 기업을 꿈꿉니다. 부품 사업으로 시작해 소재 및 모듈 분야의 거인으로 성장한 일본의 무라타 제작소(Murata Manufacturing)처럼 대체하기 어려운 기업이 되도록 힘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