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기대 x 글로벌 뉴스] 픽스업헬스 “미국 재활치료 모니터링 시장의 새 기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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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원격 치료 시장은 2024년 810억 달러로 평가됐으며, 2025년 94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의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보건원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원격진료(Telehealth) 이용률이 766% 급증했고, 소비자 채택률 또한 11%에서 46%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빠른 성장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격전지인 셈이다.
픽스업헬스(Phyxup Health)는 미국 원격 치료 모니터링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스타트업이다. 재활치료 과정을 자동화하고 환자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 의료진에게 최적의 치료법을 추천하는 기업 대상 서비스형 소프트웨어(B2B SaaS)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원격 의료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인공지능이다. 픽스업헬스는 어떤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술 혁신을 이뤘을까? 임상원 픽스업헬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재활치료 현장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떠올리다
“재활치료 특성상 환자가 1주에 1회~2회 이상 병원을 방문해야 됩니다. 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30분 이상 운전해 병원까지 이동하는 게 쉽지 않아요. 미국 재활치료 현장은 치료와 환자 편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재활치료 현장을 경험하면서 병원과 환자 사이를 제대로 이어준다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임상원 대표는 미국 하버드 의대 연계 병원에서 재활치료사로 일하며 경험한 의료 현장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픽스업헬스를 창업했다. 고관절 수술을 한 환자에게 대면 진료는 물리적인 부담을 주고,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원격의료는 재활치료 효과가 부족하다고 봤다. 원격 진료는 민간 보험사 수가 적용을 받지 못한 점도 재활치료의 불편함을 가중시킨 요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2022년,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 -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가 원격 치료 모니터링(RTM - Remote Therapeutic Monitoring)에 대한 의료 수가 코드를 신설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민간 보험사 수가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창업 이후 명확한 수익 모델과 초기 투자 환경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던 픽스업헬스에도 기회가 찾아왔다.
픽스업헬스는 재활치료 중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업 대상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맞춤형 재활 운동이나 교육 자료를 전송한 후 환자의 통증 변화, 걸음 수, 보행 속도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픽스업헬스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 의료진이 정밀한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임상원 대표는 "일반 원격 치료 모니터링 서비스들이 무가공 데이터(Raw Data)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픽스업헬스는 인공지능 기술로 환자의 상태를 분석, 3개월 후 징후를 예측하고 최적의 치료법까지 추천하도록 설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치료 자료 정리 및 원격 치료 모니터링 의료 수가(CPT) 청구 문서 작업을 자동화하는 기능은 픽스업헬스의 차별점이다. 16일 이상 치료 데이터, 20분 이상 모니터링 시간 자료 등 복잡한 의료 수가 요건을 자동으로 관리함으로써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대부분 처리 과정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쓰인다. 치료 예측 및 추천 모델은 임상원 대표가 하버드 공중보건 대학원에서 질병 역학을 전공하며 쌓은 경험과 학술 자료를 바탕으로 구축됐다. 현재는 자체 개발 중인 인공지능 모델로 환자 데이터를 학습시키며 고도화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의료진 개개인의 치료 선호도와 패턴까지 학습시켜 초개인화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원격 재활치료 모니터링 시장 50%를 향해
미국 원격 치료 모니터링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아직 원격 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게 임상원 대표의 설명이다. 임상원 대표는 “미국에서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아직도 원격 의료 모니터링 시스템이 의료 서비스로 간주된다는 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장 전반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고도화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는 픽스업헬스의 고민이다. 다양한 치료 데이터 확보를 위해 미국 내 의료 연구소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병의원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픽스업헬스는 2024년 8월, 최소기능제품(MVP – Minimal Viable Product)을 공개하고 2024년 11월에 유료 전환을 진행했다. 이후 8개월 만에 하버드 의과대학 연계 병원인 '히브루 재활센터(Hebrew Senior Life)'를 포함, 미국 내 16개 병의원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700여 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도 확보했다.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 연구 기관인 '마커스 노화 연구소(Marcus Institute for Aging Research)'와 공동 연구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인공지능 고도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 미국 내 전자의무기록(EMR) 소프트웨어 기업 4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픽스업헬스의 원격 진료 모니터링 설루션 적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국에서는 팁스(TIPS) 프로그램 및 시드 투자 유치 마무리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픽스업은 다양한 투자활동을 통해 연구개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임상원 대표는 "의료 스타트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초기 고객 확보입니다. 하지만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병원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특히 히브루 재활센터와 연구 파트너십을 통해 임상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픽스업헬스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AWS가 공동 주관한 AWS 정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전문 투자 멘토링부터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기술지원 전담 매니저를 배정, AWS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도왔다. 임상원 대표는 “픽스업헬스가 환자 건강 데이터를 다루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라 보안이 중요해 꼭 AWS와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마침,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도움을 받게 됐어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기업 운영, 기술적 통찰력(인사이트)는 성장에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라고 말했다.
픽스업헬스는 ‘미국 재활치료 모니터링 시장의 새 기준을 만든다'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임상원 대표는 "장기적으로 미국 재활치료 모니터링 서비스 시장 50%를 차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환자들이 선진 의료 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힘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