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 마벨과 전략적 관계··· '수요 맞춤형 반도체 설계'로 소버린AI 시장 공략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이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와 함께 랙(Rack) 단위의 AI 추론 시스템 구현을 위한 협력에 나선다. 랙은 서버 구축에 필요한 컴퓨터, 네트워크, 스토리지 장비 등을 체계적으로 보관하기 위한 규격화된 선반을 의미한다. 리벨리온은 지난해부터 AI 서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리벨리온 NPU가 탑재된 서버 랙 설루션을 개발 중이다. 마벨과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중동 지역 내 소버린 AI(주권 AI) 인프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맞춤형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으로 협력한다.

마벨 테크놀로지와의 협력, 서버 시장 노리는 리벨리온에 강한 신호

마벨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지난 2021년부터 주문형 반도체 설계 등도 시작했다 / 출처=마벨 테크놀로지
마벨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지난 2021년부터 주문형 반도체 설계 등도 시작했다 / 출처=마벨 테크놀로지

마벨 테크놀로지는 미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으로 스토리지용 컨트롤러, 네트워킹, 시스템 온 칩(SoC) 분야에서 활동한다. 2021년부터는 고객맞춤형 ASIC 반도체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AWS,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서버용 반도체 설계 사업을 시작했고, 집적회로 내 광학소자를 탑재하는 광학 패키지 기술을 활용하는 전기광학통신 제품, 고속 네트워크 연결에 쓰이는 트랜시버 등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핵심 장비 라인업을 갖고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벨리온의 확장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스템 기반 / 출처=리벨리온
리벨리온의 확장 가능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스템 기반 / 출처=리벨리온

AI 데이터센터 시장 진출을 원하는 리벨리온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다. 우선 최근 AI 개발 환경이 모델을 구축하는 학습 중심에서 이미 만들어진 모델로 서비스를 구동하는 추론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AI 데이터 서버 역시 전량 GPU로 구동하기보다는 추론용 NPU를 함께 배치해 전력 소모와 도입 비용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GPU 자체가 워낙 고가인데 다가 단순 추론 용도라면 AI 추론 용도로 설계된 NPU를 활용하는 게 이상적이라서다.

한편 작년부터 각 국가별로 생성형 AI 기술을 자체 확보해 AI 주권을 확보하는 ‘소버린 AI’가 떠오르고 있다. 대다수 AI가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고, 향후 AI가 무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많은 국가들이 현재 자국어로 된 초거대 AI를 구현하고, 이를 작동하기 위한 AI 데이터센터 및 서버를 마련하고 있다. 대다수 소버린 AI는 언어 모델 기반의 작동 환경이며 리벨리온 NPU가 이 조건에 적합하다.

리벨리온이 곧 출시할 리벨 쿼드 칩, AI 데이터서버용 추론 칩이다  / 출처=리벨리온
리벨리온이 곧 출시할 리벨 쿼드 칩, AI 데이터서버용 추론 칩이다 / 출처=리벨리온

리벨리온은 마벨의 커스텀 설계 플랫폼을 활용해 소버린 AI 및 AI 데이터센터 용도의 전용칩을 원하는 고객에게 맞춤형 추론 AI 반도체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술 측면에서는 리벨리온의 신경망 처리 장치(NPU)에 데이터 전송 시 내부 병렬 데이터를 직렬화해 빠르게 전송한 뒤 다시 병렬로 전환하는 직렬/병렬 변환기(SerDes)를 도입해 대형언어모델 처리 시 대용량 데이터 전송 속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 한 패키지에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이 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도록 하는 다이 투 다이 인터커넥트를 적용해 여러 코어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병렬 처리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가능하다. 이를 바탕으로 서버 단위를 넘어 랙 단위에서도 AI 인프라가 통합돼 에너지 효율과 우수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각각 갖추게 될 수 있다.

리벨리온, 기업 맞춤형 AI 반도체 지원 가능할듯

이번 협력을 통해 리벨리온은 글로벌 AI 데이터서버 시장에 한층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서버용 하드웨어 자체는 첨단 기술이 쓰이지만, 서버 인프라를 선택하는 시장의 인식은 굉장히 보수적이다. 가능한 검증되고 안정적인 장비만 사용하려는 것이다. 이를 뚫기 위해서는 수요 기업이 신뢰할 수 있도록 운용 데이터나 도입 사례를 제공해야 한다. 혹은 신뢰할 수 있는 다른 서버 플랫폼 기업과 협업하는 것도 방안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좌)와 딜런 란(Dylan Lan) 마벨 아태지역 세일즈 부사장(우) / 출처=리벨리온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좌)와 딜런 란(Dylan Lan) 마벨 아태지역 세일즈 부사장(우) / 출처=리벨리온

리벨리온은 마벨이라는 글로벌 기업을 통해 서버 시장의 인식 제고에 나선다. 향후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기업 및 기관에 리벨리온의 맞춤형 반도체라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마벨 역시 자체적으로 주문형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으므로 고객기업이 리벨리온의 반도체를 선택할만한 매력을 갖추는 게 과제다. 그래도 리벨리온의 설계에 마벨의 기술이 조합되는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분명히 수요처를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AI 인프라 시장은 급격히 변화해 이제 범용 설루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라면서, “리벨리온은 마벨과의 협력을 통해 AI 반도체 설계 전문성과 첨단 반도체 통합 기술을 결합하고, 각국 정부 및 기관의 현실적 수요에 최적화된 맞춤형 AI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윌 추(Will Chu) 마벨 테크놀로지 커스텀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 수석부사장은 “커스텀 AI 인프라는 데이터센터 혁신의 새로운 흐름을 열어갈 핵심요소”라며, “리벨리온과의 협업을 통해 성능, 효율성, 확장성을 모두 갖춘 차세대 AI 인프라를 제공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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