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는 왜 인급동을 없앴을까?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유튜브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접근하는 동영상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발맞춰 알고리즘 및 수익화 전략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최근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 탭의 공식 폐지도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지난 7월 21일 인급동 기능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 출처=IT동아
지난 7월 21일 인급동 기능이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 출처=IT동아

2015년 도입된 인급동 기능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동영상 카테고리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축복’을 받는 동영상으로 여겨졌다. 인급동에 게재되는 영상은 ‘다양한 시청자의 관심을 끌고’, ‘콘텐츠 창작자의 다양성을 보여주며’, ‘흥미와 새로움을 준다’고 알려졌다. 인급동에 선정되면 조회수 등 확산 속도가 빨라져 바이럴 콘텐츠의 핵심 지표 역할도 했다. 유튜브는 부적절한 동영상 노출을 막기 위한 최종 필터링에는 관여하지만, 특정 채널을 직접 선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난 7월 21일 인급동 기능은 공식적으로 폐지됐다. ‘탐색’ 섹션 상단의 전용 탭이 사라졌다. 유튜브는 공지를 통해 “인급동 방문 횟수가 크게 감소했고, 특히 지난 5년간 감소세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사라진 인급동,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렇다면 유튜브는 인급동을 왜 없앴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인급동의 필요성 부재다. 쉽게 말해 사용자들은 인급동을 이제 굳이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기능 하나가 없어진 것을 넘어 대중의 콘텐츠 소비 패턴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제 대중이 함께 소비하는 ‘대세’ 콘텐츠의 개념은 희미해지고, ‘개인화된’ 콘텐츠 소비가 주류가 됐다. 이는 대중성과 획일성 기반의 미디어 생태계가 개인화 중심의 알고리즘 미디어 생태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인급동은 콘텐츠에 순위를 매겨 획일적으로 접근하는 과거 방식을 대표했다. 심지어 인급동의 선정 기준도 모호했다. 유튜브는 조회수, 동영상 조회수 증가 속도 등 지표를 기준으로 인급동이 정해진다고 했지만 뚜렷한 기준이 없었다. 예컨대, 조회 수가 순식간에 높아졌다고 무조건 인급동에 오르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인급동에 오른 영상이 왜 선정됐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사용자가 존재했고, 알고리즘 추천 영상이 나중에 보니 인급동이었던 경우도 있었다.

유튜브는 점차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으로 개인이 콘텐츠를 발견하여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더욱 정교해지면서 개별 사용자를 위한 맞춤형 콘텐츠 피드를 큐레이션하는 데 고도화된 성능을 보였다. 사용자는 이미 자신의 고유한 시청 기록과 선호도에 따라 ‘나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기 때문에 인급동 카테고리를 찾지 않아도 된 것. 이제는 남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결국 인급동이 사라진 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의 성공 및 진화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일 수 있다.

앞으로는?...초개인화 시대의 도래

유튜브는 인급동 대신 카테고리별 랭킹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 출처=셔터스톡
유튜브는 인급동 대신 카테고리별 랭킹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 출처=셔터스톡

유튜브는 인급동 대신 카테고리별 랭킹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다. 뮤직비디오, 작품 예고편, 팟캐스트 등 세분화된 콘텐츠 랭킹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도 일부 카테고리는 제공되고 있지만 요리, 교육 등 장르가 더 확대될 예정이다. 분야별 카테고리를 나누면 전문성을 가진 창작자가 주목받을 기회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비단 유튜브만의 현상이 아니다. 틱톡, 인스타그램 등 대부분의 플랫폼도 통합 차트가 아닌 분산화된 차트를 제공하고, AI 기반 추천 알고리즘으로 개인화 현상이 가속화됐다.

유튜브는 “오늘날의 트렌드는 다양한 팬덤이 만든 수많은 영상으로 이뤄져 있으며, 다양한 곳에서 즐기는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가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트렌드란 특정 관심사를 가진 소규모 집단에서 나타나는 틈새 트렌드를 의미한다. 기존의 대규모 유행인 메가 트렌드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이는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다양한 세분화된 유행을 포괄한다.

이미 유튜브는 이러한 마이크로 트렌드를 반영한 ‘초개인화(개인의 다양한 상황과 맥락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맞춤형 혜택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시대로 접어들었다. 정교한 AI 알고리즘은 광범위하게 인기가 없더라도 개별 사용자 선호도를 식별하고 충족시키도록 설계됐다. 콘텐츠 소비는 틈새 관심사, 커뮤니티, 초개인화에 의해 주도되며 점점 더 파편화되고 있다. 홈, 검색 제안, 숏츠, 댓글, 커뮤니티 등 플랫폼 전반에서 개인별 맞춤 트렌드가 노출된다.

개인 역량이 극대화되는 세상

사용자의 데이터 및 AI 추천 알고리즘이 유튜브의 핵심 축이 된다 / 출처=IT동아
사용자의 데이터 및 AI 추천 알고리즘이 유튜브의 핵심 축이 된다 / 출처=IT동아

이제 콘텐츠 시장에서는 ‘대세’보다 ‘마이크로 트렌드’가 중요해졌다. 개별 사용자의 데이터 및 AI 추천 알고리즘이 유튜브의 핵심 축이 된다. 유튜브는 사용자에게 ▲과거에 시청한 동영상 ▲주로 함께 시청하는 동영상 ▲특정 채널 또는 주제를 시청하는 비율을 토대로 맞춤 동영상을 추천한다. 사용자가 구독한 창작자의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알고리즘에 노출되기 때문에 구독자를 확보하고, 그들을 만족하는 게 창작자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기존보다 구독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겟팅 전략도 중요해진다. 많은 사용자에게 도달하기 위해 접점이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별 브랜드 또는 창작자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팬’의 형성이 필요하다. 마이크로 트렌드가 중요해진 시점에서는 소수의 팬이더라도 진정한 팬이 중요하다.

콘텐츠 창작자의 역량이 중요해지는 것처럼 개인 한 명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는 시대다. 이는 비단 연예인, 유튜버에게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마치 소수의 AI 개발자가 혁신을 이끌고, 이를 위해 빅테크 기업이 뛰어난 AI 인재 영입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것처럼 개인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개인은 자신의 개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특별한 매력을 가진 개인을 소비하고 있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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