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도로 위 그림자 ‘車 보험사기’ 수법과 대응 방법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보험제도를 악용한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고 발생합니다. 적발 금액도 3년 연속 1조 원을 웃돌았습니다. 작년에는 1조 150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그중에서 자동차 관련 보험사기가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IT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자동차는 '바퀴 달린 고성능 컴퓨터'로 진화했지만 그 이면에 보험사기라는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모습입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자동차 보험사기 실태와 유형을 분석하고 운전자의 대응 방법을 살펴봅니다.
기술발전에 따라 교묘해지는 보험사기
최근 보험사기를 일으키는 연령층에 변화가 감지됩니다. 보험사기 연령층은 과거 50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20대~30대로 이동했습니다. 2023년 적발된 고의 사고 사기범 431명 중 88%가 20대~30대 남성이었으며, 이들의 93.5%가 지인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도구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자가용 대신 렌터카와 이륜차 활용이 급증했습니다. 렌터카의 경우 개인에게 보험사고 이력이 남지 않고, 배달 이륜차의 경우 교통법규 위반 차량과의 접촉이 용이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기술발전에 따라 보험사기 유형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이제 보험사기는 SNS와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조직적으로 이뤄집니다. 인터넷 카페, 텔레그램 등에서 '고액 단기 알바', '공격수 구합니다'와 같은 키워드로 공모자를 모집하는 사례가 급증했으며 다수 인원 모집, 다수 사고, 거액 편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의로 사고를 내는 경우도 꾸준히 발생합니다. 예컨대 차선 변경이나 신호 위반 차량을 노려 일부러 충돌하는 수법이 대표적입니다.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차량을 뒤에서 충돌하거나, 교차로에서 무리하게 좌회전하는 차와 접촉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표적 차량 운전자의 과실이 커 보여 고의성을 숨길 수 있습니다. 보행자가 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명 ‘손목치기’처럼 일부러 차량에 몸을 부딪치고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자해 공갈 수법입니다.
허위 또는 과다 치료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일명 ‘나이롱 환자’ 수법입니다. 멀쩡하거나 경상 정도의 가벼운 부상인데도 과다한 병원 치료비와 위자료를 최대한 뜯어내는 경우입니다. 보험사 합의금 산정 시 향후 치료비 등이 포함되는 점을 악용해 통원 치료로 충분한 경미한 접촉사고에도 수주에서 수개월씩 입원하기도 합니다. 특히 한방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특별한 치료 없이 입원 일당을 챙기는 사례가 많습니다.
차 수리비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비공장과 짜고 차량 수리비 청구를 부풀리는 형태가 많습니다. 작은 접촉사고임에도 멀쩡한 부품을 교체한 것처럼 견적을 꾸미거나, 이미 있던 흠집까지 이번 사고로 생긴 것처럼 속여 보험금을 과다하게 타내는 방식입니다.
허위로 사고를 조작하기도 합니다. 서로 짜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서류만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고의로 차량을 고장내고 나중에 발견된 것처럼 속여 도난·파손 사고로 처리하는 식입니다. 실제로 외제차 부품을 미리 떼어내 훼손시킨 뒤 주차 중 접촉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 사고도 없으면서 허위 입원으로 입원비와 합의금을 타낸 사건 등이 종종 적발됩니다.
보험사기에 맞서는 운전자의 대응 방법
보험사기는 '나만 안 당하면 그만'이 아닙니다. 보험사기는 우리 모두의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범죄입니다. 운전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아래 사항을 실천한다면 보험사기를 근절할 수 있습니다.
교통법규 준수와 방어운전: 보험사기범은 주로 신호위반, 무리한 차선 변경, 난폭운전 차량을 노립니다. 법규만 잘 지켜도 보험사기 절반은 예방하는 셈입니다. 무리한 끼어들기 상황을 만들지 말고, 방향지시등은 반드시 켜고, 제한속도와 안전거리를 준수하세요. 법을 지킨 운전자는 사기범의 타깃이 되기 어렵습니다.
블랙박스와 증거 확보: 내 차량의 블랙박스는 보험사기 예방과 대응에 필수입니다. 전후방 카메라를 설치해 항상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메모리 용량도 충분히 유지하세요. 사고 발생 시 현장 사진 촬영은 물론 목격자 연락처 확보에 힘써야 합니다. 블랙박스 영상과 다양한 각도의 사진은 훗날 고의사고를 입증하거나 상대방 주장의 거짓을 밝힐 결정적 증거가 됩니다.
수상한 사고는 즉각 신고: 고의 사고가 의심되는데도 신고를 주저하면 안 됩니다. 보험사기는 모자이크 이론처럼 밝혀집니다. 일부 운전자들은 “경찰을 부르면 내 과실도 드러나 벌점이나 범칙금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사기범들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합니다. 억울한 희생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즉시 112에 신고해 사고조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득이 경찰 신고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보험사에 제보해 조사 의뢰를 해야 합니다.
현장 합의는 신중하게: 상대방이 “보험 부르지 말고 합의하자”고 집요하게 요구한다면 일단 의심해야 합니다. 가해 운전자가 될까 두려워 급히 합의해 주면 나중에 보험사기였음이 밝혀져도 돌이키기 어렵습니다.
수상한 제안은 거절: ‘고액 알바’나 ‘쉽게 용돈 벌기’ 등 온라인 광고에 절대 연락하지 마세요.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보험사기 공모자 모집 광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범행에 휘말리면 가담 정도와 무관하게 모두 형사처벌을 받게 됩니다.
최근 블랙박스, EDR, CCTV 등 기술의 발달로 대응 역량이 강화됐습니다. 2024년부터 보험사기 알선이나 광고 행위 자체도 처벌하도록 법이 강화됐고, 대법원 양형 기준도 상향 조정됐습니다. 앞으로는 보험사기에 가담했다가 무거운 형벌을 받는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결국 ‘순간을 속여도 영원히 속일 수 없다’, ‘한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라도 모두를 속일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운전자 스스로가 교통법규 준수와 안전운전을 생활화해 보험사기의 표적이 되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일 것입니다.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