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KIRA [1] 콜라이더 “에듀 핀테크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전략적 접근이 중요하다”
[동국대 캠퍼스타운 x IT동아] 동국대학교 캠퍼스타운이 IT동아와 함께 ‘2025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동국대 캠퍼스타운과 IT동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들이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합니다. 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하는 문제를 해결하도록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를 연결해 도우려 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하루 3분, 금융이 쉬워진다’는 슬로건을 내건 키라(KIRA)는 어렵고 복잡한 금융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듀 핀테크 기업이다. 매일 아침 주목받은 경제 뉴스를 엄선해 제공하고 관련 내용을 퀴즈로 풀며 자연스럽게 학습을 유도한다. 이용자들은 다양한 금융 관련 퀴즈를 풀면서 금융 상식을 쌓는 것은 물론, 재테크 감각까지 익힐 수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런던 비즈니스 스쿨 출신의 금융 전문가들이 직접 학습 커리큘럼을 제작해 콘텐츠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였다.
키라는 학습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보상 시스템을 도입했다. 퀴즈를 풀거나 임무를 달성하면 젬(Gem)이 쌓인다. 모은 젬은 커피, 간식, 상품권 등으로 교환할 수 있어 학습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한다. 15종의 배지를 모으는 퀘스트 형식의 콘텐츠는 성취감과 수집의 재미도 있다.
금융 학습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키라지만 지속 성장에 대한 고민도 뚜렷하다. 박혁 키라 대표는 금융 교육 서비스에 대한 업계 수요, 누적된 학습 데이터 연계 사업 등 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이 있다. 키라의 강점인 콘텐츠를 앞세워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려는 게 목표다.
키라의 고민에 도움을 주고자 IT동아는 박원규 콜라이더 대표를 멘토로 주선했다. 박원규 대표는 서강대학교 경영학 전공 이후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에서 MBA와 고급기업분석가 과정을 수료했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 등에 근무하며 금융 분야 경력을 쌓은 전문가이기도 하다. 스타트업 투자 및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등 투자, 협업 경험도 다양하다. 현재는 오픈 이노베이션, 투자 플랫폼 기업 콜라이더를 운영하고 있다.
주력 서비스인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라
키라는 금융 초보자를 위한 에듀 핀테크 기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금융, 보험사의 마케팅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업대상(B2B) 모델로 사업을 전환(피벗)했다. 금융 콘텐츠만으로 기업 성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박혁 대표는 금융 퀴즈를 풀도록 유도해 고객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금융, 보험사의 금융 상품 전환율을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금융 교육과 데이터를 결합한 접근으로 핀테크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이에 박원규 대표는 콘텐츠 관련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되 자원을 과하게 투입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박혁 대표 : 먼저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키라(KIRA)는 에듀 핀테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고객은 금융사와 금융 초보자입니다. 키라는 금융사의 고민이 낮은 고객 전환율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금융사들이 보험, 연금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데 큰 비용을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키라가 해결하면 좋겠다고 봤습니다. 그 중심에 콘텐츠가 있습니다. 예로 보험, 연금 관련 퀴즈를 풀면 데이터를 분석해 “이 사람이 지금 보험 관련 관심이 높은 시점이다”라는 내용을 금융사에 제공합니다. 금융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을 안내하면 전환율을 높일 수 있겠다는 것이죠.
베타 테스트를 진행해 보니 기존 연금 상품, 적금 상품 관련 광고가 떴을 때 클릭율이 약 5%에서 10%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키라의 학습 데이터 기반으로 적합한 광고를 제안했더니 클릭률이 최대 74%까지 나왔습니다. 금융 초보자로서는 교육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자각하게 유도하는 것과 금융 관련 이해도를 높여줘야 효과가 커지는 것 같아요.
박원규 대표 :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이제 제가 질문 몇 가지를 드릴게요. 먼저 키라가 추구하는 방향 또는 포지셔닝 맵을 봤을 때 금융 교육과 투자 쪽을 주력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될까요?
박혁 대표 : 처음에는 금융 투자 쪽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계와 이야기를 해보니 금융 투자 시장은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투자 분야는 학습한다고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으니까요. 법률적인 문제도 있고요. 그래서 키라의 학습 데이터와 연계 가능한 것을 찾아봤더니 보험, 연금, 카드 분야 등으로 좁혀지더군요.
박원규 대표 : 보험 상품이라면 와 닿는 게 없는데 인슈어테크(보험정보기술) 서비스라 생각해야 될까요? 아니면 키라가 보험 설계, 상품 판매를 함께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될까요?
박혁 대표 : 우선 보험 설계 시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은 마이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키라는 사용자 학습과 행동 등을 분석해 차별화된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박원규 대표 : 그렇다면 보험사가 1차 고객이 되겠네요?
박혁 대표 : 맞습니다. 우선 보험사 한 곳과 논의 중입니다. 그리고 연금 재테크 서비스 기업 한 곳이 관심을 보여 접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험과 연금 분야에 우선 집중할 계획입니다.
박원규 대표 : 이야기를 들어보면 키라의 주 사용자는 2030 세대인데 이들은 연금과 조금 거리가 있다고 느껴져요.
박혁 대표 : 맞습니다. 연금 시장은 40대에서 60대가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키라의 서비스에 앱테크 적 요소가 있다 보니까 40대 이상 사용자 비중도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2030 세대는 연금 시장에서 주 소비자층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금이라는 게 오래 가입할수록 좋은 상품이다 보니까 두 소비자층 사이에 교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용자 연령대보다 연금, 보험 상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보들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박원규 대표 : 현재 논의 중인 보험사는 어떤 팀과 접촉 중인가요? 현업 조직인지 아니면 오픈 이노베이션 조직인가요?
박혁 대표 :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현업 조직을 이어준 것입니다. 현재 최종 그룹에 포함된 상태입니다. 처음 진행했던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은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에 의해 상품 차별화가 사라졌으니 차별화를 갖추려면 다른 데이터 변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적인 데이터를 정량화해서한 번 더 제공하는 방향으로 접근 중입니다. 따라서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소비자 지향 서비스(B2C)를 위한 레퍼런스(기초 자료) 확보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박원규 대표 : 제가 우려하는 건 하나입니다. 대표님께서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됩니다. 기업 레퍼런스 때문에 성장이 제한되는 스타트업들이 있어요. 한쪽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콘텐츠가 좋다면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대에 1000원을 받더라도 개인 자산 관리를 도와주는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보험사와 진행 중인 협업은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활용하면 어떨까요? 키라만의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금융 상품 판매 중개 사업으로 성장의 발판 마련하라
이어진 멘토링에서는 키라의 성장 전략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박원규 대표는 핀테크 스타트업이 기업 대상 사업(B2B)에 의존하면 수익 창출이 어렵다고 봤다. 이에 콘텐츠 기반 개인 대상 사업(B2C)과 기업 대상 사업을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천했다.
박원규 대표 : 키라가 제공하는 퀴즈 콘텐츠는 규모가 어떻게 되나요?
박혁 대표 : 이번에 계산을 해봤습니다. 고객이 하루에 약 10분 정도 공부한다고 가정하면 1년 6개월 정도 분량이더라고요.
박원규 대표 : 제가 콘텐츠 분량에 대해 질문한 이유는 금융 교육으로 기업 대상 사업(B2B)을 하던 기업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업 대표가 인수합병 이후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하면서 다시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어요. 키즈 핀테크가 사업 모델이었는데 현재 고전하고 있습니다.
박혁 대표 : 그 기업 알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미국의 핀테크 기업 그린라이트와 유사하다고 이해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지출을 관리하고 투자 교육도 제공하는 서비스인데요. 하지만 금융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의 인식 차이가 있어요. 미국은 통장을 개설하면 유지 비용을 냅니다. 이게 당연하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통장 개설 비용이 무료입니다. 그린라이트의 핵심 사업모델은 계좌 유지 비용인데, 우리나라는 이것을 받지 못하니 구조상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박원규 대표 : 문제점을 잘 짚었습니다. 현재 스타트업 기준, 금융 콘텐츠를 강조한 사업자들이 여럿 있어요. 저는 키라가 금융 초보자에 초점을 맞춘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투자를 받으려면 성장 곡선을 보여줘야 하는 데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박혁 대표 : 시작 자체는 금융 교육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금융 교육만으로 사업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것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큰 고민이었습니다. 꾸준히 퀴즈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고객 행동을 파악하던 중 일부 특징을 파악하게 됐습니다. 고객이 퀴즈 콘텐츠를 소화할 때 관심 분야에만 집중한다는 것이었어요.
키라 내에서는 기업, 금융 이론을 주제로 공부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어떤 고객은 기업 관련 퀴즈만 풀고 어떤 고객은 금융 이론에 대한 퀴즈에 집중하는 겁니다. 금융 상품에서도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이 행동 패턴을 보면서 담당자가 연락한다면 전환율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어요.
여러 논문을 살펴보다가 맥락 판매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습니다. 내 관심사가 있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제 받았을 때 전환율이 3배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인데요. 고객의 관심사를 분류할 수 있다면 금융 유통 시장의 혁신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 기초가 되는 게 퀴즈 콘텐츠고요.
고객이 퀴즈의 정답을 맞히려 노력하다 보니까 설문에도 진실되게 응답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질문 형태를 일부 바꿔 물어봐도 답이 같았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공부인 줄 알았다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정교하게 다듬다 보면 금융사들이 매력을 가질 만한 프로파일링까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원규 대표 : 저는 보험 쪽이라면 에이전트(중개)로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험으로 수익을 내는 곳은 대리점이잖아요. 판매 중개 역할을 해주지 않으면 수익을 크게 낼 수 없어요. 우리나라는 보험사 상품을 직접 경쟁하기 어려운 구조잖아요. 키라만의 콘텐츠와 유튜브, 뉴스레터 등을 활용해 상품 중개를 객관적으로 해준다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사업 모델은 글로벌 시장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제가 봤을 때는 콘텐츠와 에이전트 두 가지 사업모델로 성장 전략을 구축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콘텐츠에 천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콘텐츠를 통해 진입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콘텐츠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투자자도 있으니까요.
박원규 대표 : 키라는 핵심 사업모델 내에 인공지능을 어떻게 적용하고 있나요?
박혁 대표 : 키라 내에서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퀴즈 생성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가 아니어서 인공지능을 언급하기가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고객 금융 학습 데이터 및 관심사 데이터에 기반한 인공지능 금융 에이전트로 확장 가능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박원규 대표 : 인공지능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관리는 스타트업에서 하지만 실제 운용은 라이선스 보유한 금융사에서 진행하는 방식이에요. 투자자가 금융사 상품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은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구조입니다. 키라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중간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사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씀드립니다. 결국 생존하려면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다면 모르겠으나 국내에서 콘텐츠와 기업 대상 에듀 핀테크로는 성장 제한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스타트업은 여러 보험사와 제휴해 상품을 판매하는 법인 보호 대리점(GA – General Agency)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개인과 기업 대상으로 금융 상품 중개 사업을 진행해 빠르게 성장했죠. 키라는 콘텐츠와 금융 상품 중개 사업모델을 구축하는 중이니 두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혁 대표 : 오늘 멘토링을 통해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꼭 업계 전문가에게 조언을 듣고 싶었습니다. 키라의 정체성인 콘텐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