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하는 재활운동 게임 잼잼400, 재활 패러다임 바꾼다”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

김예지 yj@itdonga.com

[IT동아 김예지 기자] 뇌성마비를 포함한 소아 뇌 병변은 뇌 손상으로 근육 조절 및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을 뜻한다. 아동마다 증상의 정도와 형태가 다르지만 조기에 발견해 재활 치료를 받으면 기능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그러나 재활 치료는 쉽지 않다. 기존의 장애 아동을 위한 재활 치료는 반복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쉽게 지루함을 느껴 치료가 지속되지 못하거나, 과정 자체가 많은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등 어려움이 따랐다. 잼잼테라퓨틱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재활을 게임과 접목해 단순한 치료가 아닌 즐거운 경험으로 만들고,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 가능한 새로운 재활의 길을 열어가는 것, 이것이 잼잼테라퓨틱스의 목표다.

잼잼테라퓨틱스는 인공지능(AI)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한 게임형 재활 앱 ‘잼잼400’을 개발했다. 이 서비스는 고가의 전문 치료 대신 집에서도 별도 장비 없이 소근육 재활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7월부터 잼잼테라퓨틱스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더핑크퐁컴퍼니와 손잡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핑크퐁 원더스타’ IP를 활용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IT동아는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를 만나 잼잼400이 추구하는 가치와 향후 계획을 물었다.

재활에 즐거움을 더하다, 잼잼400의 시작

7월부터 잼잼테라퓨틱스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더핑크퐁컴퍼니와 손잡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핑크퐁 원더스타’ IP를 활용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7월부터 잼잼테라퓨틱스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더핑크퐁컴퍼니와 손잡고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핑크퐁 원더스타’ IP를 활용한 콘텐츠도 선보였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재활은 꾸준함이 핵심인데, 아이들은 쉽게 지루해하고 힘들어한다. 아이들이 재활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익숙한 게임으로 만들면 재활을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정은 대표는 잼잼400 서비스 출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잼잼테라퓨틱스 설립 전, 약 10년간 넥슨에서 게임 기획자로 근무했던 그는 백질연화증(뇌의 백질 부위에 발생하는 질환으로, 특히 미숙아에서 흔히 나타나는 뇌 병변 중 하나)을 가진 자녀의 재활 치료를 병행했다. 그러나 치료 과정에서 한계를 느꼈고, 실제 재활에 도움이 될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게임과의 접목을 떠올렸고, 전문 재활치료사 및 게임 개발자와 함께 팀을 꾸려 2023년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

잼잼400은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는 16가지 손 동작으로 하는 재활 운동 게임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TV로 앱을 실행한 후,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화면을 보며 카메라에 손 동작을 하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김정은 대표는 “잼잼400은 앱 기반으로 어디서나 쉽게 재활이 가능하며, 게임으로 흥미를 유발해 자발적인 재활을 돕는다는 게 강점이다. 또한 기존 재활 치료와 비교하면 비용(월 15만 원)이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잼잼400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잼잼400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잼잼400은 ‘모험하기’, ‘미니게임’, ‘색칠공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김정은 대표는 “게임 난이도는 3세부터 초등학생 수준에 맞춰져 있는데,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자극 수준을 조절하는 데 신경썼다. 아이는 손 동작으로 목표를 달성할 때 보상을 얻으며 긍정적 인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잼잼400의 게임당 소요 시간은 15분 내외로, 미국 소아과 학회가 권장하는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을 고려해 60분을 넘기지 않도록 설정됐다.

출석 체크, 캐릭터, 랭킹 시스템 등 게임 요소는 지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핑크퐁 원더스타’와 같은 인기 콘텐츠와의 제휴도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김정은 대표는 “스스로 재활의 필요성을 인지하는 시기의 아동에게는 동기 부여가 중요한데, 이때 게임에서 주는 격려와 보상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경가소성 촉진하는 16가지 동작, 난이도별 맞춤 제공

잼잼테라퓨틱스가 강조하는 재활 운동 게임의 핵심은 신경가소성(뇌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구조와 기능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성질)을 촉진하는 다양한 자극을 반복 제공하는 것이다. 김정은 대표는 “손 인식과 손 사용 빈도가 저하된 경우, 의도적인 반복을 통해 신경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자극하면 손 기능 회복을 촉진할 수 있다. 잼잼400은 손 동작을 증진하기 위해 400번 이상 동작을 반복하고, 카메라를 보며 청각 및 시각적으로 손을 인식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잼잼테라퓨틱스는 AI 동작 인식 자체 모델을 만들고, 그레이딩(Grading) 작업을 통해 각 동작의 난이도를 5단계로 설정했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잼잼테라퓨틱스는 AI 동작 인식 자체 모델을 만들고, 그레이딩(Grading) 작업을 통해 각 동작의 난이도를 5단계로 설정했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잼잼테라퓨틱스는 일대일 맞춤형 손 동작 배정 방식으로 사용자에게 딱 맞는 솔루션을 제공한다.손 동작을 인식하는 구글 API를 활용해 AI 개발자 및 재활치료사와 함께 재활에 필요한 16가지 동작을 기반으로 자체 AI 동작 인식 모델을 만들고, 그레이딩(Grading) 작업을 통해 각 동작의 난이도를 5단계로 설정했다. 이로써 아동은 상황에 맞춰 너무 쉽거나 어렵지 않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잼잼테라퓨틱스는 맞춤형 동작 배정 덕분에 더 넓은 범위의 대상에게 잼잼400이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소근육 발달이 느린 아동부터 손상이 심한 아동까지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대표는 “똑같이 작은 물건 집기가 안되는 두 아이가 있다고 해도 안 되는 원인과 특성은 아이별로 다를 수 있다. 각자에게 맞는 배정 동작을 스스로 많이 사용하게 하면 재활 효과는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잼잼400은 자폐 아동에게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잼잼400의 콘텐츠는 손 동작 단계를 거치며 하나의 시퀀스를 완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자폐 아동에게는 이 단계가 중요하다. 또한 소근육 외에도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운동을 통해 장애 아동의 인지나 발화도 자극된다. 이는 지난해부터 효용을 인정 받아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잼잼테라퓨틱스는 향후 아동을 넘어 청소년 및 성인 재활에 특화된 콘텐츠도 준비할 계획이다.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김정은 잼잼테라퓨틱스 대표 / 출처=IT동아

잼잼테라퓨틱스는 재활 치료의 전문성을 꾸준히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 1차적으로 알고리즘이 아동의 손 동작 단계를 정하지만, 다음 단계에서 직접 재활 치료사가 직접 개입해 영상 및 대면으로 아동의 손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개별 맞춤 동작을 제공한다. AI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전문 치료사가 함께 서비스를 제공해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이다. 잼잼400은 아동의 인지·언어·사회성·행동 영역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정밀한 치료 계획을 수립하도록 돕는다. 현재 잼잼테라퓨틱스가 운영하는 판교 잼잼발달센터에는 각 15년 이상 경력을 보유한 4명의 재활 치료 전문가가 있다.

김정은 대표는 서비스 초기부터 자녀가 잼잼400를 사용하며 실제 효과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편마비가 있는 아이지만 꾸준한 손 동작을 통해 손의 움직임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며, “꾸준히 고객으로부터 개선 효과를 직접 전해 듣고 있으며, 최근에는 뇌 손상이 심한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도 효과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아동의 뼈는 저절로 자라지만, 뼈와 근육이 함께 자라야 한다. 몸을 많이 움직여야 근육이 형성되는데, 그렇지 않으면 근육만 짧아져 운동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성장하는 동안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발달 치료 기관 협업 확장…해외 진출 발판 마련

잼잼테라퓨틱스는 2023년 서비스 출시 후, 지난해 6억 원 규모의 시드 브릿지 투자를 유치하며 재활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정은 대표는 “7월 기준 잼잼400은 무료 체험에서 유료로 전환되는 고객 비율이 48%, 익월 재구매율은 94.5%에 달한다”며 높은 고객 만족도를 입증했다고 말했다.

잼잼테라퓨틱스는 지난 2월 김윤서심리운동발달센터와 아동 발달 및 재활 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잼잼테라퓨틱스는 지난 2월 김윤서심리운동발달센터와 아동 발달 및 재활 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출처=잼잼테라퓨틱스

잼잼테라퓨틱스는 아동 발달 치료 기관을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어린이 병원 재활치료실에서는 잼잼400을 제공하고 있다. 잼잼테라퓨틱스는 김윤서심리운동발달센터와 지난 2월 아동 발달 및 재활 치료 협약을 맺었으며, 6월에는 서울정민학교와 중도중복지체장애학생 디지털 재활 교육 적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더불어 연내 서울 지역 지적장애아동 대상 복지관 15곳에도 프로그램이 이식된 기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핑크퐁 원더스타’ 기반 업데이트에 이어 다른 콘텐츠 기업과의 협력도 늘려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 4월 잼잼테라퓨틱스는 구글플레이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과 함께 국내 모바일 앱·게임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창구 프로그램 7기’ 참여 기업 100곳 중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잼잼테라퓨틱스는 구글 최신 기술 세미나 및 워크숍, 네트워킹 행사 등을 비롯해 우수 참여사에게 주어지는 일대일 심층 컨설팅,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이머젼 프로그램’, 구글플레이 피처드 광고 및 마케팅 지원 등 추가적인 혜택을 받게 됐다.

잼잼테라퓨틱스는 국내 시장을 발판 삼아 해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에 집중하며, 세계 재활 치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영문 버전의 잼잼400이 연내 출시될 예정이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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