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제로] 5. 불만에 대한 첫 응대가 중요하다
[IT동아]
공공기관이나 단체에 불만이나 건의, 개선 사항 등을 제기하는 행위를 ‘민원’이라 합니다. 오늘도 전국에서 수 많은 민원이 제기되고 또 처리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분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 창업, 운영, 지원 등의 관련 민원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원기관에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는데요. 이런 민원은 창업자 또는 민원 제기자 또는 고객의 성향과 감정이 그대로 반영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할지 [민원제로] 기획연재를 통해 알아봅니다.
연재순서
- 집요한 불만 제기 : “제가 그 유명한 진상 민원인입니다만...” (https://it.donga.com/106803/)
- 무차별적 난동 :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줘야지!” (https://it.donga.com/106858/)
- 충성 고객과 극성 민원인은 같다 (https://it.donga.com/106988/)
- 민원인 유형과 대응 실제 (https://it.donga.com/107101/)
- 불만에 대한 첫 응대가 중요하다
- 핵심성과지표를 분명히 하라
- 고객의 자발적 참여를 도모하라
- 나도 누군가에겐 민원인이다
민원 응대는 기관과 기업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주요 업무다. 특히 민원인과의 첫 대면은 이후 민원 처리 과정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순간이다. 적절한 첫 응대는 민원 해결을 원활하게 하며, 기관/기업과 민원인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부적절한 첫 응대는 상황을 악화시키고, 민원 처리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도 첫인상은 이후 관계 형성과 상호작용의 기반이 된다. 민원 응대에서도 마찬가지다. 첫 대면에서 민원인이 느끼는 감정과 인상은 이후 협조 정도와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첫 응대에서 민원인은 자신의 불만이나 요구 사항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존중받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이 판단에 따라 민원인의 태도와 협조 의지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담당자는 첫 응대에서 민원인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며, 전문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앞의 기고에서 언급한 민원인의 유형별로 효과적인 첫 응대법을 알 필요가 있다. 물론 민원인이 어떤 유형인지 처음부터 알 수는 없을 테니 대화하면서 파악해야만 한다.
먼저, '소극적 민원인'은 자신의 불만이나 문제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곤 한다. 이들은 자신의 요구 사항을 명확히 표현하지 못하거나,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민원인은 말하기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밝고 친절한 인사로 시작하고, 민원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소극적인 성향이다 보니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적절하게 질문하면서 민원 내용을 구체화하도록 도와야 한다.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이끄는 게 좋다.
두 번째는 의도적 이익을 추구하려는 민원인에 대한 응대법이다. 일부 민원인은 불만을 제기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의도를 갖기도 한다. 이들은 문제를 과장하거나, 규정과 정책의 허점을 이용하려 하거나, 때로는 보상이나 특별한 처우를 요구한다. 이런 유형의 민원인을 만나게 되면, 첫 응대부터 관련 규정과 절차를 명확히 안내하여 비현실적인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 감정에 호소하는 내용보다는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면 좋다. 정중하고 전문적인 태도로 응대하면서도, 규정과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단호함을 보이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민원인의 의도를 알아차렸더라도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모든 담당자가 같은 정보와 방침으로 일관되게 응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도적 이익 추구 민원인을 대할 때는 규정과 원칙을 지키되, 첫 응대에서부터 명확하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오해의 소지를 줄여야 한다.
세 번째로는 공격적인 민원인을 응대하는 방법이다. 공격적인 민원인을 만날 때 첫 응대 방법은 민원인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 나간다. "불편함을 느끼셨다니 정말 죄송합니다"와 같이 민원인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표현을 한다. 민원인의 행동이 위협적이라면, 동료나 보안 담당자의 도움을 요청하는 등 안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존중받는 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정중하게 알리고, 필요시 대화를 잠시 중단할 수 있음을 안내한다.
주의할 부분은 민원인과 감정적으로 대립하거나 논쟁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민원인의 공격적 태도를 개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황에 대한 반응으로 이해하고 응대하며, 민원인이 실제로 폭력적 행동을 보인다면 미리 준비된 대응 프로토콜에 따라 즉시 조처를 해야 한다.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면서도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여, 공격성은 누그러뜨리고 불만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습적 민원인에 대한 응대법이다. 상습적 민원인은 반복적으로 같거나 비슷한 문제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다. 이들은 이전 해결책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지속적인 관심을 원하거나 또는 시스템 내에서 무언가를 변화시키려 한다. 대화가 되지 않는 '막무가내' 민원인이 아니라면, 이전과 다른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해 봐야 한다.
과거 이력에 기반한 선입견을 품고 대하면 민원인은 이를 감지하고 더욱 불만을 표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또한 반복되는 민원이라고 해서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거나 소홀히 대하면 안된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민원을 반복적으로 제시한다면, 그건 회사 차원에서 대응 단계를 한 단계 상향할 필요가 있다. 상습적 민원인을 대할 때는 인내심을 가지고 각 민원을 개별적으로 다루되,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유형의 민원인을 처음 대할 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원칙은 '민원인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듣기'다.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원칙이다. 민원인은 자신의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기를 원한다.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중요한 내용은 메모하고, 필요시 질문을 통해 민원인의 요구 사항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민원인의 감정과 상황에 공감하는 것은 신뢰 관계 형성에 중요하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저도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와 같은 말로 민원인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하면 좋다. 단 과도한 감정이입은 객관성을 잃게 할 수 있고, 무조건 민원인의 요구에 맞장구를 치다 보면 기관/기업이 잘못을 인정했다고 여겨서 더욱 큰 민원으로 번질 수 있으니 과하지 않은 공감이 필요하다.
그리고, 불확실한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확인 후 답변하겠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다. 실현 불가능한 약속은 피하고,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하려 노력해야 한다. 민원 내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응대해야 한다. 관련 규정, 정책, 절차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추고, 필요시 전문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성은 민원인에게 신뢰감을 준다. 모든 민원인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일관된 태도로 대해야 한다. 민원인의 사회적 지위, 외모, 말투 등에 따라 응대 방식을 달리하면 차별로 인식될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의 첫 만남, 생각만 해도 어색하다. 그렇지만 임무가 그러하기에 민원인 담당자라면 이를 당연한 직무로 인식하고 민원인을 대할 수밖에 없다. 효과적인 첫 응대는 민원 해결 과정 전체의 기초가 되며, 민원인과의 관계 형성과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정리하면, 소극적 민원인에게는 편안한 환경을, 의도적 이익 추구 민원인에게는 명확한 규정 안내를, 공격적 민원인에게는 침착한 대응을, 상습적 민원인에게는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첫 응대에서부터 효과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면 된다.
글 / 김영준 ( 3dbiz@naver.com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혁신사업실 실장. 스타트업의 글로벌 스케일업, 대기업 연계 오픈이노베이션, R&D 지원 등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맡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이나 대기업, 여러 기관 등 대상으로 기술 트렌드, 글로벌 진출, 기업가정신 등의 주제로 100회 이상의 강연을 진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등 수상. 주요 저서로, [3D프린팅 스타트업], [하드웨어 스타트업], [가상현실을 말하다], [민원제로] 등이 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