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부터 플랫폼까지” 핀테크ㆍ디지털자산 활성화 위해 전문가들이 뭉쳤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핀테크 및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 포럼이 2025년 7월 24일 은행회관에서 개최됐다 / 출처=IT동아
핀테크 및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 포럼이 2025년 7월 24일 은행회관에서 개최됐다 / 출처=IT동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7월 24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인공지능디지털경제금융포럼은 은행회관에서 ‘핀테크 및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핀테크와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화 및 투자 생태계 조성을 주제로 여러 현안을 다뤘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출처=IT동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출처=IT동아

축사에 나선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도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며 대한민국 도약에 필요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급한 민생 문제와 시장 안정 이슈를 잘 정리한 이후에는 성장을 통해 골고루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핀테크를 포함한 디지털화, 첨단 인공지능 산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통해 금융의 디지털화 대비해야

현재 금융권에서는 ▲전통 금융 및 중앙은행(중앙은행 디지털화폐 - CBDC) ▲빅테크 및 핀테크 기업 ▲디지털 자산 및 디파이(탈중앙화금융-DeFi) 라는 세 진영 간의 각축전이 벌어진다. 하지만 지향점이 다른 세력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잣대로 규율하려는 시도는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한진 변호사는 우리나라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이 제정된 지 20년된 상황에서 변화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입법 개혁을 통해 이용자 보호와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는 동시에 핀테크 기업들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해야 된다는 취지다.

이한진 변호사는 지급지시전달업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출처=IT동아
이한진 변호사는 지급지시전달업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출처=IT동아

입법 개혁의 첫 단계는 지급지시전달업(MyPayment)의 도입이다. 지급지시전달업은 라이선스를 획득한 핀테크 업체가 고객의 지시를 받아 은행 계좌에서 직접 지급을 실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신용정보법을 통해 마이데이터만 도입했을 뿐, 지급 기능에 해당하는 지급지시전달업 도입 논의는 전금법 개정안이 좌초되면서 멈춘 상태다. 오픈뱅킹 제도가 일부 지급 기능을 맡고 있지만 이는 법적 기반이 약한 시혜적 조치에 가깝다. 지급지시전달업 도입은 핀테크 기업들이 거대한 자본 없이도 뛰어난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UX)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고 성장할 기회의 사다리가 될 것이라는 게 이한진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한진 변호사는 유럽연합(EU)의 사례를 제시했다. 유럽연합은 2차 지급결제서비스지침(PSD2)을 통해 데이터 조회 서비스(AISP - 마이데이터)와 지급지시 서비스(PISP - 마이페이먼트) 라이선스를 도입, 핀테크 혁신의 기틀을 마련했다.

스페인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BBVA) 사례가 대표적이다. BBVA는 API(프로그램 상호작용 도구) 마켓이라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했다. 은행을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전 세계 개발자와 스타트업들에 금융 데이터를 개방했다. BBVA는 여러 도구를 활용해 제삼자가 자사의 사전 승인 대출 상품을 고객에게 제안하거나, 기업의 재무관리 시스템에 결제 기능을 내장하는 등 새로운 고객 확보 채널과 대출 실행 경로를 창출했다.

두 번째 단계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도입이다.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대형 핀테크 기업이 고객 자금을 예치할 수 있는 자체 계좌를 발급해 은행 간 청산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자금 정산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지급결제 시스템은 금융결제원이 은행 간 거래를 정산하고 한국은행이 최종 결제를 완료하는 구조다.

금융의 디지털화에 맞춘 입법 도입을 강조한 이한진 변호사 / 출처=IT동아
금융의 디지털화에 맞춘 입법 도입을 강조한 이한진 변호사 / 출처=IT동아

이한진 변호사는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제도는 은행권과 공공의 노력으로 구축된 안정적인 금융 인프라 혜택을 새로운 기술 기업들도 누릴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논란의 소지는 있지만 고민해 볼 시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200만 원으로 제한된 선불전자지급수단의 충전 한도를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변화된 경제 규모와 소비자의 이용 행태를 반영하는 것으로 핀테크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이고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실용적인 조치라는 게 이한진 변호사의 설명이다.

혁신을 향한 질주에는 반드시 신뢰라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와 함께 근간이 되는 금융 안정, 이용자 보호, 금융 보안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이한진 변호사는 금융 보안 규제를 전금법에서 분리, 독립적인 디지털 금융 보안법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디지털 금융 보안법 적용 대상을 전통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에 국한하지 말고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확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 경쟁, 통화가 아닌 플랫폼 싸움이다

"약간 과장일 수 있는데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위기라고 생각한다."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을 경고했다. 편의성을 무기로 우리나라 경제에 스며들고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규제로 포착조차 불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외환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페이, 구글페이 등 간편결제 플랫폼을 활용해 달러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이뤄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편리함을 무기로 사용자가 급증하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이때 모든 경제 주체들이 자연스럽게 원화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게 된다.

강형구 교수는 수출 대금 결제, 해외 관광객의 소비 등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되면,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맺어온 관계가 근본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강형구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확산을 경계했다 / 출처=IT동아
강형구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확산을 경계했다 / 출처=IT동아

우리나라가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서 금융 생태계를 지켜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강형구 교수는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다. 한국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 원화다. 현재 350억 원을 투입해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강형구 교수는 “기술 과시용 프로젝트가 아닌, 경쟁력 있는 실질적 설루션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이다. 국내 규제하에 민간 기업이 발행하고, 국채 등 안전자산을 100% 담보로 하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의미한다. 강형구 교수는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CBDC 보다 민간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많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고 시장에서 더 널리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는 것을 지켜보지 말고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빨리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형구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통화가 아닌 플랫폼 경쟁으로 재정의해야 된다고 봤다 / 출처=IT동아
강형구 교수는 스테이블코인 경쟁이 통화가 아닌 플랫폼 경쟁으로 재정의해야 된다고 봤다 / 출처=IT동아

얼핏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통화 전쟁을 준비해야 될 것 같지만 실제는 플랫폼 경쟁으로 재정의해야 된다는 게 강형구 교수의 설명이다. 돈 자체가 하나의 운영체제(OS)이며, 그 위에서 다양한 금융 애플리케이션(상품, 서비스)이 구동되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에 많은 사용자와 개발자를 끌어모아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면 통화 주권을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CBDC 등이 단순 결제 수단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세금 납부, 공공요금 결제, 국내 전자상거래 플랫폼 연동이 이뤄진다면 국민은 자연스럽게 원화 플랫폼을 선택할 것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할 수 없는 현지화된 편리함으로 디지털 금융 시장의 해자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강형구 교수는 “달러 스테이블 코인으로부터 우리나라 주권을 지켜야 한다”면서 “중앙은행은 안정성을 담보하는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민간 기업을 주축으로 시장 경쟁력 있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풍부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규제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및 디지털자산 활성화를 위한 벤처투자 포럼은 디지털자산 산업의 제도적 기반 마련과 건전한 투자 환경 조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와 인공지능디지털경제금융포럼은 시장 성장을 견인할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과 민관 협력 체계를 지속할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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