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애정남] 외장하드만 꽂으면 느려지는 키보드, 원인이 뭘까요?
[IT동아 남시현 기자] 현대 사회에서 USB는 만능 단자로 통합니다. USB 단자는 1996년에 처음 1.0 버전이 출시됐고, 2020년 USB 2.0이 등장하며 대중화되었습니다. 현재도 널리 쓰이는 USB 3.0은 2008년 출시됐고, 지금은 USB C형 단자가 함께 쓰입니다. USB 3.0이 널리 쓰일 수 있던 이유는 전력 공급이 최대 4.5W 수준이어서 소출력 기기를 연결해서 쓸 정도가 됐기 때문이죠. USB 조명이나 휴대용 선풍기 같은 것들 말이죠. 지금은 최대 100W 출력의 USB 4 단자도 등장했지만 여전히 사각형 USB를 쓰는 제품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단자가 부족한 노트북 등을 쓸때는 USB 허브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원형 USB 단자와 사각형 단자 다 갖추다 보니 지원 숫자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죠. 이런 경우에 USB 허브를 쓰면 단자 하나로 여러 장치를 연결할 수 있지만, 장치 성능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VULPOOOO님께서 “USB 허브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꽂을 때는 괜찮은데, 유독 외장하드만 꽂으면 키보드가 느려집니다. USB를 꽂은 상태에서 장치를 다 문제없이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는데 IT애정남으로 짚어보겠습니다.
USB 허브, 전원 여부와 대역폭 등에 따라 속도 차이 있어
안녕하세요, IT동아입니다. 최근 출시되는 노트북에 장착된 사각형 단자는 5Gbps 속도의 USB 3.2 1x1 단자, 10Gbps의 USB 3.2 2x1 단자 둘 중 하나입니다. 타원형인 USB C형 단자는 20Gbps의 USB 3.2 2x2 단자 혹은 USB 4·썬더볼트 4 단자가 장착됩니다. 드물게 USB C형 단자인데 USB 2.0 혹은 3.2 1x1인 단자도 있고, 사각형인데 USB 2.0인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보급형 노트북 및 데스크톱이 이런 경우인데 예외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USB의 구분 방법이 굉장히 복잡한데요, 더 단순하게 정리하면 사각형 단자, 타원형 단자 두 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사각형 단자가 USB 3.2 버전이라면 기본적으로 4.5W의 전력을 공급합니다. 이 단자는 노트북 충전이나 모니터 연결 용도로는 쓰이지 않습니다. 반면 C형 단자는 스펙에 따라 최소 4.5W에서 일반적으로 15W, USB PD(파워 딜리버리) 지원 시 최대 100W, 워크스테이션이나 게이밍 PC 등을 위한 최신 규격에서는 240W까지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사각형 USB 기반의 구형 USB 허브를 사용하면 가용 전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각형 단자에 4구 USB를 꽂는다면 4.5W 전력과 5~10Gbps의 전송 속도를 장치 네 개가 나눠 써야 합니다. USB 메모리 같은 작은 장치, 키보드 및 마우스 등 입출력 장치는 여러 개를 꽂아도 되지만 전열 패드나 선풍기, 조명, 외장하드, 스마트폰 충전 등을 연결하면 전송 속도도 떨어지고, 전력 공급도 불안정해집니다.
USB C형 허브도 다르지 않습니다. USB C형 허브 역시 기본은 USB 3.2 기반이어서 4.5W인 경우가 많고, 단자가 15W를 지원해도 고가의 허브가 아니면 5~10W 출력 정도만 지원합니다. 즉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 USB로 연결하는 허브라면 웬만하면 전력 공급에 한계가 있습니다. 키보드가 느려지는 이유도 외장하드에 전력이 몰리면서 키보드의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며 생기는 문제죠. 다만 스펙상 두 장치 이외에도 다른 전기적 요인을 꽂아두신 것 같습니다.
해결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유전원 허브를 쓰는 것입니다. 유전원 허브는 220V 등 외부 전원을 꽂아 장치와 연결하는 허브로 보급형 제품도 5V2A=10W 수준의 전력을 지원합니다. 고성능 제품은 12V2A로 24W 정도 지원합니다. 다만 이 방법 역시 전력 공급만 안정될 뿐 전송 속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조명이나 충전, 간단한 외장하드 연결이라면 유전원 허브를 사용하면 버벅거리는 문제가 사라질 것입니다.
전력 확보와 전송 속도를 모두 보존하고 싶다면 썬더볼트 허브를 쓰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만 썬더볼트 허브는 거의 다 유전원 제품이며 가격도 20만 원부터 시작합니다. 제품도 크고 무거워 휴대하기는 어렵고, 노트북도 썬더볼트를 지원해야 합니다. 작업 용도로 꼭 썬더볼트의 초고속 전송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유전원 허브를 쓰는 게 경제적입니다.
아울러 외장하드는 허브를 거치지 않고 장치에 직접 연결하는 게 좋습니다. USB 허브를 거칠 시 허브 성능에 따라 외장하드 성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전력 공급도 불안해집니다. 이경우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거나 전송 중에 중단되는 등으로 인한 손실 위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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