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빌라오아시스 “울산의 문화 공간을 넘어 전 세계를 잇는 문화 허브 꿈꾼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지원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울산 화봉동, 100년 이상 세월을 간직한 한옥이 새로운 가치를 제안한다. 천 위에 실 다발을 심어 창작자의 의도를 표현하는 ‘터프팅(Tufting)’ 공방이 아닌, 직물 기반 ‘텍스타일(Textile)’ 예술을 매개 삼아 울산 지역과 전 세계를 잇는 예술 기획 스튜디오로 재탄생한 ‘빌라오아시스(Villa Oasis)’ 이야기다. 빌라오아시스는 개인의 창의적 상상력이 어떻게 지역의 문화 지형을 바꾸고 전 세계 예술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 / 출처=IT동아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 / 출처=IT동아

빌라오아시스는 텍스타일 작가 양성, 작품 전시를 위한 공간 운영 외에도 전 세계 예술 문화 교류 커뮤니티 구축에도 적극적이다. 특정 공예에 국한된 공간이 아닌 예술을 아우르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발전한 이유다. 빌라오아시스 창업 배경과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배소현(Sue Bae) 빌라오아시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세대를 품던 터전이 세계를 아우르는 거점으로

“빌라오아시스를 구성하는 공간은 저희 할아버지의 터전입니다. 거의 쓰러져가는 폐가였는데 이곳에서 예술적 가능성을 봤어요.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에 나만의 이야기를 더하고 싶어 한옥을 리모델링해 작은 터프팅 공방으로 꾸몄죠. 시작은 사소해도 여러 경험들이 공간에 쌓이면서 지금의 빌라오아시스를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배소현 대표는 울산의 지리적 한계를 예술로 돌파하고 싶어 빌라오아시스를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 화봉동에 있는 공방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창작 방식과 정체성을 전 세계 예술과 연결해 보고 싶다는 게 이유다. 터프팅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것도 빌라오아시스가 단순한 섬유 작업 공간이 아닌 문화 허브를 지향했기 때문이다.

울산시 북구 화봉동 소재 빌라오아시스 스튜디오 / 출처=빌라오아시스
울산시 북구 화봉동 소재 빌라오아시스 스튜디오 / 출처=빌라오아시스

빌라오아시스는 터프팅 교육을 위한 공방, 갤러리, 레지던시(거주 활동)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각 사업 모델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를 구축했다. 예술적 가치와 상업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다.

빌라오아시스는 터프팅 교육, 아트 스테이 등 다양한 문화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출처=IT동아
빌라오아시스는 터프팅 교육, 아트 스테이 등 다양한 문화 경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출처=IT동아

사업은 크게 네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각 사업은 다른 목표를 지향하지만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첫 번째는 국제 터프팅 협회 본원인 빌라오아시스 내에서 진행하는 터프팅 교육이다. 단기 체험교육 외에도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자격증 발급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배소현 대표는 “국내외 작가 지망생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울산을 찾습니다. 이는 빌라오아시스의 수익 외에도 향후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탤런트 파이프라인’ 역할도 겸하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전시 기획에 초점을 맞춘 ‘크래프터즈(Crafters)’다. 크래프터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공예축제인 ‘공예주간’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왔다. 공예주간 행사를 통해 빌라오아시스는 대외 인지도와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크래프터즈는 빌라오아시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와 유대를 깊게 다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화면 프로젝트는 빌라오아시스가 순수 예술에서 상업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화면 프로젝트는 빌라오아시스가 순수 예술에서 상업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세 번째는 상업 디자인 분야에 초점을 둔 ‘화면 프로젝트’다. 텍스타일 플라워 브랜드 ‘옹지엠므(Onzieme)’와 협업, 활동 영역을 순수 예술에서 상업 디자인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최근 서울 도산공원에 입점한 매장의 쇼룸 VMD(Visual Merchandising) 작업, 브랜드 협업 전시 등 다양한 상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아트 스테이 프로그램은 작가 지망생, 예술가가 빌라오아시스에 일정 기간 머물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아트 스테이 프로그램은 작가 지망생, 예술가가 빌라오아시스에 일정 기간 머물며 다양한 문화활동을 경험하도록 돕는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네 번째는 ‘아트 스테이(Art Stay)’다. 터프팅 교육을 위해 찾은 작가 지망생 또는 예술가들이 빌라오아시스 내에 머물며 서로 교류하는 몰입형 경험 프로그램이다. 빌라오아시스의 핵심 자산인 한옥의 가치를 활용한 사업이다. 이 외에도 매년 한 차례 국제 작가 공모를 통해 해외 신진 작가를 초청,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제공해 국제적 교류가 이뤄지도록 힘쓰고 있다.

예술과 상업성 사이의 고민, 다양한 협업으로 극복하고 싶어

빌라오아시스는 예술적 가치를 알려 울산 지역에 기회를 만드는 ‘글로컬(Glocal)’ 전략을 쓴다. 하지만 국내외 신진 작가들만으로는 대중의 이목을 끌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배소현 대표는 해외 유명 작가가 참가해야 예술적, 상업적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먼저 해외 유명 작가를 울산으로 직접 초청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작가를 섭외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에는 직접 기획안을 들고 해외로 가 작가들을 설득했다. 서울도 아닌 울산의 작은 공방에서 전시 참여 제안을 하니 작가들은 사기 아니냐고 의심했다는 게 배소현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2년~3년 간 작가들을 만나 설득했고 벨기에 출신 작가 시시산(Shishi San)이 2025년 5월에 빌라오아시스를 방문하며 결실을 보았다.

2025 공예주간 전시회에 참여한 시시산 작가 / 출처=시시산 인스타그램
2025 공예주간 전시회에 참여한 시시산 작가 / 출처=시시산 인스타그램

배소현 대표는 “시시산 작가가 전시에 참여하면서 국내외 수집가들부터 미디어, 예술에 관심 있는 영화배우까지 작품을 보겠다고 울산을 찾았어요. 이것을 보면서 빌라오아시스가 울산 변두리에 있지만 얼마든지 지역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어요”라고 말했다. 배소현 대표는 유명 작가의 참가 외에도 신진 작가의 성장에도 집중했다. 이는 유명 작가의 작품 주변에 여러 작품을 함께 배치하면서 해결했다.

빌라오아시스의 또 다른 고민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인력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지만 예술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는 적다. 배소현 대표는 예술 관련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실질적인 포트폴리오와 수익을 제공하는 모델을 구상 중이다. 이 외에도 지역 공공 기관과 협력을 확대해 안정적인 전시 환경과 재정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전 세계와 연결된 예술 플랫폼으로 입지 다지고 싶어

빌라오아시스는 도시의 문화정책과 프로그램을 형성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정부 공모 프로그램에 의존하지 않고 울산시와 협업해 스스로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빌라오아시스는 도시 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빌라오아시스는 도시 문화를 형성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 출처=빌라오아시스

빌라오아시스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 산하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의 도움이 있다. 먼저 2025년 9월,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메종&오브제(Maison&Objet)에 빌라오아시스를 알릴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배소현 대표는 “빌라오아시스의 방향성과 전 세계 시장에 필요한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됐어요. 메종&오브제 참여를 발판 삼아 빌라오아시스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 / 출처=IT동아
배소현 빌라오아시스 대표 / 출처=IT동아

“나만의 오아시스에서 살아 있음을 느껴라(Feel alive in my oasis). 빌라오아시스의 브랜드 슬로건인데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쉼을 통해 자신이 멈춰 있지 않고 살아 있음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산업도시 울산에서 시작된 작은 오아시스가 세계를 향한 문화의 샘으로 거듭날 수 있게 힘쓰겠습니다.”

배소현 대표는 울산과 전 세계를 문화로 연결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게 울산과 영국 런던에서 동시에 진행될 전시 행사다. 2024년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구상한 프로그램이다. 울산 지역 예술가를 영국에, 영국 예술가를 울산으로 초청하는 양방향 교류가 핵심이다. 2025년 하반기에는 자격증 교육 프로그램, 국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해 작가 양성 및 교육 플랫폼 입지도 탄탄히 다진다. 화면 프로젝트는 상품 브랜드, 호텔 등 협업을 확대하며 예술의 상업적 가치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