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비용이 아니라 촉매"··· 서비스 확장 나선 언어 AI 기업 딥엘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남시현 기자] “번역 서비스는 편의를 넘어 기업 역량과도 결부된다. 이제는 미국 엔지니어들도 실시간으로 독일 고객과 소통하고, 인사팀이나 세일즈팀에게 급하게 번역 요청이 들어와도 1시간이면 빠르게 번역할 수 있다. 이제 언어는 비용이 아니라 촉매다”


세바스찬 엔더라인(Sebastian Enderlein) 딥엘 최고기술책임자(CTO) / 출처=IT동아
세바스찬 엔더라인(Sebastian Enderlein) 딥엘 최고기술책임자(CTO) / 출처=IT동아

세바스찬 엔더라인(Sebastian Enderlein) 딥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언어 번역 기능을 서비스가 아닌 비즈니스의 가속화를 돕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언어 번역의 품질과 성능이 가속화할수록 기업 간 국경이 무너지고, 글로벌화가 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글로벌 언어 AI 기업 딥엘(DeepL)이 7월 21일 ‘언어 장벽을 허물고 비즈니스 성과 창출하기’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기술 업데이트 및 딥엘 보이스 관련 주요 업데이트를 정식 발표했다.

전 세계 20만 개 기업이 사용··· 개별 시장 최적화에 초점

딥엘이 한국에 있는 개인 사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8%의 응답자가 매일 AI 번역기를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90%는 시간 절약과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47%의 응답자는 번역 오류로 인한 제품 및 서비스 품질의 저하를 우려했고, 36%는 번역 성능으로 인해 프로젝트가 지연됐다고 답했다. 비즈니스 기회를 놓쳤다고 답한 응답자도 31%에 달했다. 세바스찬 엔더라인 CTO는 “기업 및 고객들은 정확하게 문맥을 인식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며, 이에 따라 딥엘같은 기업용 번역 설루션 기업들이 중요해지고 있다”라고 답했다.

오늘날 20만 개의 기업 및 기관에서 딥엘 설루션을 쓰고 있으며, 수백만 명의 사용자가 매일 번역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딥엘은 지난달에도 히브리어, 베트남어, 태국어 초기버전을 지원해 사용 범위를 더 넓혔고, 차세대 대형언어모델(LLM)은 총 36개 언어를 지원한다. 또한 아랍어, 중국어 번체에 대한 문서 번역 기능을 강화한 상황이다.


딥엘이 자체 조사한 결과 68%는 AI 번역 도구를 사용 중이었고, 90%는 AI 번역 기능이 업무에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 출처=IT동아
딥엘이 자체 조사한 결과 68%는 AI 번역 도구를 사용 중이었고, 90%는 AI 번역 기능이 업무에 효과적이라고 답했다 / 출처=IT동아

그러면서 기업용 환경의 신뢰성을 올리기 위한 인증 절차도 계속 넓히는 중이다. 세바스찬 엔더라인 CTO는 “지난해 SOC 2 타입 II(미국 공인회계사 협회가 제정한 감사 체계), GDPR(유럽 일반 정보보호 규정) 취득에 이어 두 달전 생명 과학분야에서 미국 HIPPA(건강 보험 이동성 및 책임에 관한 법률)를 취득했다. 보안 및 내부 규정 정책 등은 핵심 분야이므로 지속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아시아 권역에서의 협력도 늘리고 있다. 딥엘은 올해 2월 솔트룩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AI 기반 다국어 소통 서비스 확대에 나섰고, 법무법인 세종에 법적 문서 번역 기능 제공, 미리캔버스 등 디자인 올인원 플랫폼을 운영하는 미리디(MIRIDIH)에 번역 기능 제공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NEC(일본전기 주식회사)에 전 세계 최초로 딥엘 보이스를 제공했고, 일본 도쿄 교육청에서 딥엘 라이트 프로와 딥엘 번역기를 영어 학습에 도입하기도 했다.

딥엘 보이스로 기업 환경 생산성 제고 나서


딥엘은 음성 기능인 딥엘 보이스를 하반기 중에 업데이트한다 / 출처=IT동아
딥엘은 음성 기능인 딥엘 보이스를 하반기 중에 업데이트한다 / 출처=IT동아

이날 세바스찬 엔더라인 CTO가 한국을 찾은 배경은 지난해 11월 출시된 딥엘 보이스의 업데이트를 소개하기 위함이다. 딥엘 보이스는 사용자가 모국어로 말하면 상대방이 모국어로 번역된 자막으로 내용을 확인하는 서비스다. 기존에는 영어, 독일어, 일본어, 한국어, 튀르키예어, 폴란드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했으며 이번에 중국어(만다린), 우크라이나어, 루마니아어가 새로 추가된다. 딥엘 자막 번역은 베트남어, 히브리어를 추가해 총 35개로 확장된다.

딥엘 보이스는 딥엘 보이스 포 미팅, 딥엘 보이스 포 컨버세이션 두 가지 기능으로 제공된다. 세바스찬 엔더라인은 “딥엘 보이스 포 미팅은 화상회의 시 실시간 번역 작업과 자막 전사를 지원한다. 서울과 도쿄에 있는 참석자가 대화의 뉘앙스까지 이해하며 대화할 수 있다. 딥엘 보이스 포 컨버세이션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실시간 현장에서 음성을 번역해 현장 투어를 하거나, 대면 회의 등을 하는 등 일반 환경에서 도움을 준다”라고 소개했다.


딥엘은 번역 기능과 문맥 정리 기능인 딥엘 라이트, 음성 기능인 딥엘 보이스 세 개를 통해 통역 기능 확장에 집중한다 / 출처=IT동아
딥엘은 번역 기능과 문맥 정리 기능인 딥엘 라이트, 음성 기능인 딥엘 보이스 세 개를 통해 통역 기능 확장에 집중한다 / 출처=IT동아

딥엘은 딥엘 보이스로 기업의 혁신성도 높아지리라 본다. 세바스찬 엔더라인은 “언어는 비즈니스 소통의 가장 큰 장애다. 회의 시간 중 34%는 언어 장벽으로 인해 손해 보는 시간이고, 모국어가 아닐 때 미팅 참여자들의 이해 수준은 60% 정도다. 이로 인해 다시 내용을 설명하고, 의사 결정이 지연되고,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고 침묵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라면서, “딥엘 보이스를 활용하면 회의록 받아쓰기나 번역 다운로드로 회의록과 회의 메모 등을 요약할 수 있고, 또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뿐만 아니라 줌에서도 딥엘 보이스 포 미팅을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대화와 의사 결정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언어를 바꾸지 않아도 전 세계 어느 곳에 있는 팀에도 메시지를 일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언어 연구 및 서비스에 집중하는 딥엘, 독자적인 길 가나

질의응답 시간에는 딥엘이 추구하는 시장 방향과 행보를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딥엘의 LLM이나 언어 번역 기능 등을 활용해 하드웨어를 개발할 용의가 있는지 질문했다. 최근 메타도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 레이벤과 함께 스마트 안경을 출시했고, 오픈AI도 조너선 아이브 애플의 전 최고 디자인 책임자와 함께 2027년 새로운 하드웨어를 내놓을 예정이다. 딥엘 역시 여타 AI 기업과 마찬가지로 특정한 하드웨어를 충분히 출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딥엘 번역기 서비스 화면 / 출처=IT동아
딥엘 번역기 서비스 화면 / 출처=IT동아

하지만 세바스찬 엔더라인은 “딥엘의 비전은 고성능 하드웨어를 활용해 소프트웨어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드웨어 장치를 출시할 어떤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또한 후속 질문에서도 딥엘이 연구 기업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따라서 큰 이변이 없다면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업용 번역 설루션 관련으로 꾸준히 나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챗GPT나 클로드 등의 LLM으로 번역하는 것과의 비교에 대해서는 “딥엘은 언어 전문 설루션으로 번역 품질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출시 전 대규모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고, 사용자가 편집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한다. 사람들이 번역기를 이용하는 것은 시간과 검수를 줄이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개발 방향과 관련해서는 향후 백서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세바스찬 엔더라인은 “딥엘의 목적은 누구나 모국어로 대화하고 이해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인 플리토는 번역기에서 언어 데이터 관련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 중이고, 네이버 역시 하이퍼클로바X에 파파고 번역기를 탑재해 상업 서비스로 운용 중이다. 프랑스의 기계번역 기업 시스트란은 국영 데이터 처리 기업 챕스비전에 인수돼 데이터 처리 분야로 사업이 확장 중이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모두 자사 번역기를 AI 학습에 투입 중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유독 딥엘만 연구기업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며 언어 성능 향상에만 집중한다. 이런 뚝심이 언어 서비스 1위 기업을 유지하는 저력이 아닐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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