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밍 모니터에 TN 패널이 많은 이유는?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스플레이(화면) 없는 PC는 상상할 수 없다. 디지털 환경에서 디스플레이는 제품 종류와 구성에 따라 생산성, 몰입감 등 전반적인 경험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목적에 안 맞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모니터를 쓴다면 불편함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예로 3D 모델링 종사자가 저해상도 모니터를 쓴다면 작업물을 세밀하게 보기 어렵다. 반면 사진영상 전문가가 색표현력이 좋은 모니터를 쓸 경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활용 목적과 기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니터 제품이 시장에 판매된다.
모니터 종류는 다양하지만 소비자가 선호하는 요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전반적인 화질을 결정하는 부품으로 어떤 기술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색표현력, 반응속도, 시야각 등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일부 특수한 환경에서는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쓰기도 한다. TN 패널을 쓰는 게이밍 모니터 시장이 그 중 하나다. 일반적인 모니터와 달리 게이밍 모니터는 빠른 반응속도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제공해야 한다. 1밀리초(ms – 0.001초), 1프레임(fps - 1초당 표시되는 이미지 수)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TN, VA, IPS, OLED’ 다양한 디스플레이 기술
PC와 함께 쓰는 모니터에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패널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패널 속 액정이 수평으로 배열됐다면 수평 전환식(IPS - In Plain-Switching), 수직으로 배치하면 수직 전계식(VA - Vertical Alignment), 꼬인 형태로 배치하면 꼬인 네마틱(TN - Twisted Nematic) 방식이 된다. 최근에는 소자가 스스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 Organic Light-Emitting Diode) 방식도 쓴다.
일반적인 액정 디스플레이는 빛을 조절하는 편광판, 색 표현에 쓰는 컬러필터, 주 광원(백라이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 모니터는 화면 출력을 위해 백라이트의 빛이 여러 개의 판을 통과하지만 스스로 빛을 내는 OLED는 구조가 액정 디스플레이 대비 단순하다. OLED 모니터는 단순한 구조로 얇은 제품 설계가 가능하지만 OLED 소자 가격이 높아 프리미엄 모니터 중심으로 채택된다.
먼저 TN 방식은 액정 디스플레이 기술 중 가장 오래되고 널리 쓰인 방식이다. 액정 분자의 비틀림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통과하는 빛을 조절한다. 흔히 액정 분자가 90도로 비틀려 배열되어 있다. 화면 전환이 빠르지만 색 표현력이나 시야각 등에서는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TN 방식의 아쉬움을 보완하려고 개발된 것이 VA 방식이다. 반응 속도를 조금 포기하고 색 표현력과 시야각을 개선했다.
IPS 방식도 TN 방식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개발된 기술이다. TN 방식이 액정층 양쪽에 전극을 배치한다면 IPS 방식은 전극을 액정층 뒤에 배치한다. 전류가 흐르면 액정 분자가 수평으로 정렬되어 빛을 통과시키는 구조다. 색 표현력과 시야각 구현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에서는 색 표현력, 시야각이 뛰어난 IPS 방식을 선호한다. 설계 방식에 따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지만 TN 방식도 꾸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아쉬움을 많이 해소했다. 패널 표면에 특수 필름을 붙여 시야각을 개선하고 컬러필터 품질을 높여 색 표현력도 높였다.
대중의 외면을 받은 TN 방식이지만,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다르다. 360Hz 이상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 시장에서 TN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3분의 1 수준일 정도다.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 부문을 살펴보니 360Hz 고주사율 모니터 전체 42개 제품 중 43%에 해당하는 18개 제품이 TN 방식을 썼다.
TN 방식 디스플레이의 장점은 ‘압도적인 응답 속도’
TN 패널의 장점은 타 패널 대비 빠른 응답 속도다. 타 패널은 1밀리초 수준의 응답 속도를 가진 것과 다르게 TN 패널은 0.5밀리초 수준의 응답 속도를 제공한다. 짧은 응답 속도는 화면 전환 시 발생하는 잔상(모션 블러)을 최소화한다. 빠르고 정확한 조작과 입력을 요구하는 1인칭 슈팅(FPS), 다중접속 투기(MOBA) 장르 게임에 유리하다.
고주사율은 게임 몰입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TN 방식 게이밍 모니터는 360Hz 이상 주사율을 제공한다. 이는 1초에 이미지를 360회 출력(화면 깜박임 360회)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60Hz 모니터가 이미지를 연속으로 출력하는 시간은 약 16.66밀리초(ms)인데 360Hz는 이보다 6배 더 많은 이미지를 출력한다. 이미지가 연속 출력되는 시간을 계산하면 2.77밀리초로 짧아진다. 많은 이미지를 그려야 하므로 시스템에 부하가 발생하지만 찰나의 순간으로 승패가 갈리는 e-스포츠 시장에서는 최적의 선택지인 셈이다.
게임 자체에 집중하려면 TN 방식, 범용성 고려하면 다른 패널로
TN 패널은 좁은 시야각과 낮은 색상 정확도 등 한계가 있다. 화면을 정면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 보면 IPS 패널 대비 색표현력 및 밝기 성능이 부족하다. 하지만 게이밍 환경에서는 시야각과 색표현에 대한 중요도가 낮다. 게이머는 주로 모니터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플레이하기 때문이다. 색상의 정확도보다는 선명한 움직임과 반응 속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게이밍 시장의 분위기가 TN 패널의 가치를 키운 원동력이다.
하지만 게이밍 모니터를 주 모니터로 사용하고 싶다면 작업 환경에 맞춰 선택하자. 그래픽 작업 등 색표현력이 중시되는 환경에 종사한다면 TN 패널을 주 모니터로 사용하기 어렵다. 이 경우 IPS 패널 기반 고주사율 게이밍 모니터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색을 다루는 것보다 단순 문서, 코딩(문자) 작업 비중이 많다면 TN 패널을 주 모니터로 선택해도 무방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