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길라잡이] ‘게임 속 캐릭터가 사람처럼?’ 생성 인공지능 기술이 게이밍 경험을 바꾼다
※생성 인공지능이 세계를 뜨겁게 달굽니다. 사람만큼, 더러는 사람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리고 글을 잘 쓰는 생성 인공지능. 생성 인공지능을 설치하고 활용하는 방법과 최신 소식을 매주 전합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일반적인 게임 인공지능은 개발자가 정한 규칙과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마을 상점에 있는 캐릭터는 정해진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게이머에게 상품만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을 만들어냈지만 게임 세계의 생동감을 저해한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도입으로 그래픽 처리 향상을 넘어 게임 디자인, 이야기(스토리텔링), 게이머 몰입 경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 게임은 개발자가 모든 상호작용과 대화 분기를 세밀하게 구축(스크립트)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게임 속 캐릭터의 성격, 목표, 게임 진행도 파악을 기반으로 능동적 상호작용이 구현된다.
게임 속 생성형 인공지능이 도입이 확대된다면 게이머는 '주도적 경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실행을 반복해도 매번 다른 상호작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게임 개발자가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의 변화 외에도 게이머가 게임 세계와 상호작용하고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게임 속 상황을 ‘인지’하고 ‘행동’한다
게임 속 인공지능 활용에 적극적인 기업은 엔비디아로 2023년, 디지털 휴먼 기술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합한 ‘에이스(ACE - Autonomous Character Engine)’ 기술을 공개한 바 있다. 이 기술은 게임 속 인공지능이 환경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데 초점을 뒀다. ACE 기술이 적용된 게임 속 캐릭터는 게이머의 목표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동료가 되거나 반대로 게이머의 행동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적이 될 수도 있다.
게임 내에 생성 인공지능 적용이 가능한 것은 소형 언어 모델(sLLM)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형 언어 모델(LLM)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복잡하고 정교한 결과를 내놓는다. 하지만 훈련에 많은 시간이 들고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요구한다. 소형 언어 모델은 대형 언어 모델 대비 데이터 학습 규모는 작지만 특정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낸다. 일반 PC에서도 충분한 연산이 가능한 부분도 장점이다.
사람은 크게 지각(Perception), 인지(Cognition), 행동(Action), 기억(Memory) 등 네 가지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린다. 엔비디아 에이스 기술은 소형 언어 모델을 활용해 게임 내 시각ㆍ청각 정보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캐릭터가 주변 환경을 이해하도록 학습시킨다. 사람의 의사결정 구조를 100% 따라할 수 없지만, 게임에 생동감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게임 속 캐릭터가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하기 위해 여러 기술이 적용된다. 먼저, 자동 음성 인식(ASR – Automatic Speech Recognition)과 텍스트 음성 변환(TTS – Text to Speech), 신경망 기계 번역(NMT – Neural Machine Translation) 기술이 필요하다. 게이머의 음성을 문자로 변환, 인공지능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이다.
게임 속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구현하는 데 생성 애니메이션 기술이 쓰인다. 사람이 실제 말하는 것처럼 움직임을 구현하는 오디오-투-페이스(Audio-to-Face) 오디오-투-제스처(Audio-to-Gesture) 등이 대표적이다. 실시간 인공지능 애니메이션이 정확한 입모양과 생동감 있는 감정을 전달한다.
게임 내 생성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한 사례는 다양하다. 펍지:배틀그라운드(PUBG : Battlegrounds)는 인공지능 동료를 내세웠다. 인공지능 팀원이 게임 속 용어로 통신하고 실시간 전략을 제안한다. 상대방을 제압한 후 나오는 전리품을 획득해 공유하고 이동수단을 대신 운전해 준다. 게이머를 쫓으며 공격과 방어만 하던 것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전우가 되는 셈이다. 다만, 현재 테스트 중으로 실제 게임 내 반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도 인공지능 캐릭터 기술이 반영됐다. 게임 속 캐릭터가 스스로 계획하고 행동한다. 캐릭터 위에 등장하는 스마트 조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주변에 일어나는 상황에 능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인공지능 캐릭터들이 게임의 흐름에 개입하기도 한다. 중국에서 개발한 인터랙티브 어드벤처 게임 소양전은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계획을 세운다. 게이머와 상호작용에 따라 다른 플레이 경험이 제공된다. 미리 준비된 선택지와 움직임에 따라 게임이 진행되는 게 아니어서 독특한 게임 경험이 가능하다.
게임 속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은 엔비디아 주도로 개발되고 있지만 범용성을 갖춘 점은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엔비디아 그래픽 처리장치 외에 여러 플랫폼에서 실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범용성을 제공하는 대신 엔비디아는 인게임 추론(NVIGI – NVIDIA In-Game Inferencing) 플러그인, 추론 마이크로서비스(NIM – NVIDIA Inference Microservice) 등 개발 플랫폼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AMD는 아직 게임 내 인공지능 기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게임 속 인공지능 도입으로 달라질 점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게임에 적용되면 게이머의 경험 자체에 변화가 따를 전망이다. 게임 내에 능동적인 캐릭터들로 채워지면 게이머는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게임의 이야기는 큰 틀에서 유지되지만 즐기는 방식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게임 수명이 짧은 패키지형 게임보다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어지는 온라인 게임, 가상현실(VR) 기반 게임에 알맞은 기술이다.
인공지능 캐릭터가 게임 자체를 바꿀 수 없기에 전통적인 게임 진행 구조를 완전히 대체하는 게 아닌 게이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형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예로 게이머가 무기를 들었을 때 주변 캐릭터들이 게이머를 제압하러 달려든다면 게임 진행에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게이머를 제압하지 않고 무기를 보고 도망가거나 게임 속 보호 시스템(경찰, 군인 등)에 문제를 알리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게임 분위기에 생동감을 더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게임이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게이머의 행동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반응하는 가상 세계로 도약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이 하나 둘 도입되고 있다. 게임 산업이 그래픽 효과의 혁신으로 발전을 거듭했다면, 인공지능 기술 도입은 게임의 정의를 바꿀 수 있을까? 게이밍 인공지능 기술의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