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화재의 주범은 '에어컨' ··· 화재없이 안전하게 쓰려면?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4년도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4년 사이에 에어컨으로 인한 전기 화재는 약 1.8배, 선풍기로 인한 화재도 1.4배 늘었다. 화재 원인은 전기접촉 불량이 가장 많았으며 모터 과열, 설치 부주의 등 기계적 요인이 그 뒤를 이었다. 지난달 24일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난 불로 자매 2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이어서 기장군 기장읍의 아파트에서도 불이 나 자매 2명이 숨진 사건의 화재 원인이 멀티탭으로 지목되며 전기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고조되고 있다. 여름철 냉방기기 및 겨울철 난방기기에 맞는 적절한 전기 사용법을 짚어본다.
소비전력 높은 냉난방기기, 상황에 맞는 플러그 꽂아야
220V가 대중화된 이래 멀티탭에 소비전력이 높은 기기를 꽂으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멀티탭의 소비전력이나 수명, 벽 플러그의 소비전력 대응 등등을 정확히 판단하며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장 흔한 10A 220V 1구~5구 멀티탭은 1800W 수준에 불과하며, 개별 전력차단 기능이 있는 고급 멀티탭도 16A 250V에 2800W 수준이다.
보통 10A급 멀티탭은 저렴한 제품이어서 전선 굵기가 얇고 개별 전력 차단 등 고급 기능도 없다. 시중에서 5000원~1만 원대 제품이 이 정도다. 고급 멀티탭은 조금 더 전선 굵기가 굵고 개별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다. 다만 전력 과부하 시에도 전기가 차단되진 않는다. 이 두 규격 모두 에어컨과 난방기기의 허용 용량에 못 미치거나 겨우 맞는 수준이다.
10A급 멀티탭에 에어컨을 꽂으면 곧바로 누전차단기가 내려갈 수 있고, 16A급 제품도 안전한 수준은 아니다. 2800W는 작동에 문제는 없지만 소비전력을 최고 수준으로 갑자기 올리면 감당이 안된다. 또한 소비전력은 각 플러그의 전체 합계로 계산하므로 에어컨 이외에 냉장고나 드라이어 등 다른 장치를 꽂아도 소비전력을 넘는다.
동작 속도가 유지되는 구식 정속형 에어컨은 작동과 동시에 소비전력이 급격히 오른다. 일반적인 인식과 다르게 전력 소모량이 적은 인버터 에어컨도 초반에는 매우 높은 소비전력을 필요로 한다. 인버터 에어컨은 설정 온도에 도달했을 때 꺼지고 켜지는 식으로 모터를 조절하는 기능이고 최대 전력 소모량이 낮은 게 아니다. 소비전력이 매우 높은 인덕션, 전기난로, 라디에이터, 헤어드라이어 등도 마찬가지다.
집안에서 가장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벽 콘센트에 직결하는 방법이다. 벽 플러그는 16A 250V가 기본 규격이며 콘센트 한 개당 최대 3520W까지 지원한다. 안전을 위해 허용 전력의 80%를 사용해도 2800W까지 지원한다. 보통 에어컨용은 다른 멀티탭 등을 꽂을 수 없도록 1구로 돼있고, 2구 스위치도 소비전력이 낮은 다른 장치를 같이 쓰는 건 무방하다.
벽 콘센트도 무조건 괜찮은 건 아니다. 벽 콘센트와 멀티탭은 보통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가 수명이고, 서비스 수명은 10년 정도다. 굳이 깨지거나 헐거워지지 않는다면 쭉 사용하는 편이다. 다만 콘센트는 드물게 내부에 먼지가 쌓여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플라스틱 색이 변할만큼 오래 썼다면 전문가를 통해 전부 교체하는 게 안전하다.
아울러 누전차단기는 과전류나 누전으로 인한 문제에 대응하는 장치고, 전기불꽃 방전에 따른 화재는 별개의 영역이다. 누전 차단기가 잘 작동하고 있더라도 콘센트 불량 등으로 불이 나는 것까지 막을 순 없다.
꼭 에어컨 멀티탭 필요하다면 4000W급 구매해야
결론적으로 에어컨은 벽 콘센트에 꽂고 쓰는 게 가장 안전하다. 콘센트가 너무 오래됐다면 교체가 필요하며, 아파트에 거주한다면 관리사무소를 통해 교체를 요청할 수 있다. 또한 2구 콘센트에 꽂는다면 에어컨을 꽂고 남은 다른 곳에는 출력이 높은 다른 기기를 꽂지 않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에어컨 위치 등으로 인해 멀티탭을 활용해야 한다면 일반 멀티탭이 아닌 고용량 멀티탭이라고 표기된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고용량 멀티탭은 굵은 전선을 사용해 벽 콘센트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전력 공급을 지원한다. 보통 3800W가 넘는 멀티탭을 고용량 멀티탭으로 보며, 최근에는 누전차단기가 달렸거나 난연 소재를 사용해 전기 화재를 예방하는 제품도 있다.
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더위가 이어지며 전기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전기 화재는 제품이 오래됐거나 낡아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정격용량에 맞지 않게 연결하는 경우가 더 위험하다. 새 에어컨과 새 멀티탭을 사용해도 화재가 날 수 있다. 가능한 벽 콘센트에 직결하고, 콘센트는 고용량 제품을 사용하자.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