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70배 탄소 배출 ‘대형 트럭’…친환경 전환 대책은 부실
[IT동아 김동진 기자] 승용차의 70배에 달하는 탄소를 배출하는 대형 트럭과 관련, 친환경 전환 대책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형 트럭의 친환경 전환 촉진이 시급하지만 보조금 정책과 인프라가 부족해 제품 도입 및 확산이 어려운 실정이다.
대형 전기트럭 구매 보조금 정책 전무…친환경 전환 발목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형 트럭의 등록대수는 29만3514대로 전체 화물차의 약 7.9%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대형 트럭 1대가 배출하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승용차의 평균 40배를 초과한다. 대형 트럭 전체가 배출하는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자동차 전체의 약 24.2%를 차지한다. 대형 트럭은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 엔진 배기량은 약 7배, 연간 주행거리는 약 10배에 달한다. (엔진 약 1만3000cc / 연간 주행거리 10만km~12만km) 따라서 동 기간에 승용차보다 약 70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대형 트럭의 전동화 전환이 시급하지만, 관련 대책은 부실하기만 하다. 업계에서는 대형 트럭의 조속한 전동화 전환을 위해 ▲보조금 정책 수립 및 시행 ▲배터리 무게 증가에 따른 차량 총중량 보상 체계 마련 ▲ 대형 전기트럭 초급속 충전시설 구축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환경부가 발표한 2025년 환경친화적 자동차 보급 시행계획에 따르면, 2톤 이상 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 체계가 없다. 관련 정책은 승용 전기차 및 1톤 이하, 중∙대형 전기버스, 수소버스∙트럭에 집중됐다.
내연기관 대형 트럭의 평균적인 가격대는 2억 원 초반에서 3억 원 중반 사이다. 전기트럭의 경우 배터리 장착 개수에 따라 2억 원에서 3억 원 정도의 추가 금액이 발생한다.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소비자가 고스란히 가격을 더 부담하고 전기트럭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에 전기트럭 출시와 보급이 더딘 이유다.
내연기관 대형 트럭을 전기 트럭으로 전환하면 배터리 무게로 인해 차 중량이 약 2톤 이상 늘어난다. 차주가 적재할 수 있는 화물 적재량도 그만큼 줄어든다. 따라서 차량 하중 증가에 따른 차량 총중량 보상 체계에 대한 논의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지만 이 같은 계획도 부족하다.
전기화물차에 대한 인증 법규 및 관련 절차도 2023년에서야 개정됐으며, 이마저도 주행 및 성능시험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예컨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에 설치된 최대전압 600볼트 수준의 충전 시설로는 대형 전기트럭과 관련된 인증과 시험에 어려움이 있다.
대형 전기트럭 충전 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도 부족하다. 국내에 도입된 1톤 트럭을 모는 운전자 1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주일 평균 충전빈도는 4.98회이며 사업용 트럭의 충전빈도는 주 평균 6.44회다. 대형 전기트럭이 상용화되려면 이 같은 충전 빈도를 수용 가능한 충전 시설 구축이 필요하지만 관련 계획이나 지원 논의가 부족하다. 현재 전국에 있는 대형 전기트럭 충전시설 현황은 고속도로 휴게소 약 4개소(추풍령, 언양, 통도사)에 그친다. 대형 전기트럭 운행을 촉진하기 위해 주요 도로 및 터미널, 트럭 차고지 등의 공용충전시설 확충(투자, 충전사업자 유치)이 필요하다.
주요 글로벌 상용차 브랜드 전동화 전환 박차…국내 시장 외면 우려
주요 글로벌 상용차 제조사가 속속 전기트럭을 선보이며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국내의 경우 정책과 인프라 부족으로 제품 도입이 더디기만 하다. 제품은 마련됐는데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일례로 2021년 세계 최초로 대형 전기트럭 ‘e악트로스’ 양산화에 성공한 다임러트럭AG는 전동화 전환에 매진 중이다. 다만 안토니오 란다조 다임러트럭코리아 대표는 지난 ‘2024년도 ECCK 백서’ 발간 기자회견 당시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인증 절차 도입 ▲기존 내연기관 트럭과 비슷한 가격 수준으로 전기 트럭 구매가 가능하도록 보조금 지원 및 제도 확립 ▲상용차 전용 충전 인프라 구축 및 화물차주 대상 충전시설 설치비 지원 등의 선결 과제를 꼽으며 친환경 제품의 국내 도입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일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독일 상용차 브랜드 만트럭버스 그룹은 전기트럭에 탑재할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독일 뉘른베르크 공장의 체제를 전환 중이다. 이 기업은 모듈형 배터리 솔루션을 제공해 향후 전기트럭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사용용도나 거리에 맞게 배터리팩을 구성하도록 맞춤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전기트럭의 국내 도입에 관해선 선을 그었다. 최근 만트럭버스그룹이 개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토마스 헤머리히 세일즈 인터내셔널 총괄 부사장은 “한국 시장의 인프라와 법·제도 등을 고려할 때 당장 전기트럭 출시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볼보트럭코리아는 2025년 3분기 내에 볼보 전기트럭 FH일렉트릭의 국내 인도를 위해 자체적으로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예컨대 볼보트럭코리아는 동탄과 인천, 김해 직영 서비스센터 3곳에 국내 최초로 대형 전기트럭 전용 충전시설 26기를 준공했다. 볼보트럭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에 내년까지 충전시설을 구축할 예정으로 350kW급 초급속 충전기로 1시간30분 내 배터리 SOC 80%까지 도달 가능한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기트럭으로 속속 전환에 나서는 글로벌 상용차 제조사가 인프라 및 제도 미비로 국내 시장을 외면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올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탄소 중립을 촉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대형 트럭 시장을 보면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관련해 지자체에서는 저속으로 달리며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청소차 등 공공 대형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마땅한 제품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환경부에서 대형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 이미 제도적 뒷받침이 많이 늦은 상황인 만큼 보조금 체계를 하루빨리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