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간의 정치학 - 대통령 집무실과 수도 이전의 역사
[IT동아]
2022년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했다. 이 결정은 '소통'과 '접근성'을 강조한 취지에서 이루어졌지만, 이전 과정에서 비용 문제와 안보 우려 등 여러 논란을 불러왔다.
이후 제21대 이재명 정부는 집무실을 다시 청와대로 복귀시키기로 했다. 이는 역사적 맥락, 안보 효율성, 국민적 정서 등을 고려한 것이라 발표됐으며, 대통령 집무 공간을 둘러싼 논의와 공론화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비용 문제와 안보 우려 등은 또 다시 쟁점 사안이 됐다.
청와대의 역사와 공간
청와대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 등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본래 조선시대 왕실의 후원이었던 지역으로,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저로 사용되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이곳을 경무대(景武臺)로 명명하며 대통령의 공식 관저로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윤보선 대통령 시기인 1960년에 이르러 공식적으로 '청와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청와대의 주요 시설은 본관, 영빈관, 상춘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한국의 전통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건축물이다. 푸른 기와와 흰색 벽의 조화는 한국적 미학을 상징한다.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치적 변화 속에서 대통령의 일상적 업무와 주요 국가 행사를 진행하는 공간이며, 대통령 취임식 후 첫 국무회의나 외국 정상의 공식 접견 등 다양한 국가적 행사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대한민국 수도
수도는 한 국가의 정치적, 역사적 상징이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사실상 ‘서울’로 인정되어 왔지만, 헌법상 수도가 명시된 적은 없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에도 수도 이전 계획이 있었다. 당시 인구 과밀화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목표로, 충청도 지역에 행정 수도를 건설하려는 계획이 수립됐으나 정치적, 경제적 상황으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정부는 이를 구체화하여 충청남도 연기군(현 세종특별자치시)에 행정 수도 건설을 추진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수정 추진되었다.
새로운 수도의 이동?
최근 행정 수도 완성,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수도 이전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특히 세종시는 행정적 기능이 이미 상당 부분 이전된 상태로, 완전한 행정 수도로서 전환 요구가 나오고 있다. 세종시의 수도화는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장점이 크지만, 정치적 분산과 국가적 상징성 분산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수도 이전을 추진한 해외 사례를 보면,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호주의 캔버라는 의도적으로 계획하여 건설된 수도 도시로 유명하다. 브라질리아는 1960년 개설되어 브라질의 새로운 행정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캔버라 또한 20세기 초 계획된 도시로, 호주의 수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D.C. 역시 18세기 말에 계획적으로 설계된 수도로서, 정부와 의회 등 국가 행정의 중심이 되는 도시다.
이처럼 수도 이전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계획 수립과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의 수도는 단지 정치 행정적 기능의 중심지라는 의미를 넘어, 국민 정체성과 역사적, 문화적 상징이다. 수도와 대통령의 집무 공간은 국가적 정체성을 표출하는 상징적 장소이며, 국민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과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현대사가 가장 압축적으로 펼쳐진 공간이자, 시민과 국가가 소통하는 장소다. 이러한 공간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무시하거나 가볍게 다룰 수 없다. 대통령의 집무 공간 변경이나 수도 이전 문제는 정치적 결정보다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수도 공간의 미래를 위한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복귀를 결정한 것은 역사적 정통성과 국가적 상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선택이다. 수도와 대통령 집무 공간은 국가 운영과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도 논의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그 논의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결국 수도와 공간의 논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의 역사적,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간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의 공간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지혜로운 선택이 되기를 바란다.
글 / 정훈구 담장너머 대표 (wjdgnsrn95@naver.co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간기획사인 담장너머의 공동대표. 연세대학교 대학혁신지원사업 전문가이며, 마포문화재단 전시 코디네이터, 하나금융 소셜벤처 창업 퍼실리테이터로도 활동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기자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