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2027년 전국 최초 레벨4 무인 자율주행 버스 상용화 도전”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세종시는 자율주행 관련 정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자율주행 선도 도시로 발돋움했습니다. 이 같은 성과를 기반으로 2027년까지 전국 최초 레벨4 수준의 무인 자율주행 버스 상용화에 도전하겠습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율주행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세종시가 밝힌 포부다. 세종시는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산학연의 제언을 경청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세종테크노파크가 주최한 ‘자율주행 산업 육성 실태와 발전 과제’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세종테크노파크가 주최한 ‘자율주행 산업 육성 실태와 발전 과제’ 포럼 현장 / 출처=IT동아

세종테크노파크는 19일 ‘자율주행 산업 육성 실태와 발전 과제-세종시 자율주행 서비스 활성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세종테크노파크 6층 대회의실에서 개최된 포럼에는 국토부, 산업부, 세종시, 세종시의회, 지방공공기관, 산학연 전문가, 세종TP 임직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 첫 순서로 김선경 세종테크노파크 미래융합산업센터장이 ▲국내 자율주행 서비스 실태와 문제점 ▲주요국의 자율주행 서비스 실태와 시사점 ▲세종시 자율주행 서비스 상용화 방안 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김선경 센터장은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자율주행 실증은 시범지구 위주로 사람이 탄 유인 자율주행, 즉 제한적 자율주행인 레벨3 수준이 대부분”이라며 “운전자 개입이 불필요한 레벨4 수준의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 확보와 실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 중인 김선경 세종테크노파크 미래융합산업센터장 / 출처=IT동아
발표 중인 김선경 세종테크노파크 미래융합산업센터장 / 출처=IT동아

그는 이어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 운전자 과실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줄이고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대중교통 운전자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급출발과 급정거도 줄어 연료 효율도 개선될 것”이라며 “이에 각국은 자율주행 기술고도화에 매진 중이다. 그 결과 글로벌 자율주행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36.3%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레벨4 자율주행 분야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레벨3 수준에 머무른 기술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시장 전망 / 출처=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시장 전망 / 출처=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

주요국과 점차 기술 격차가 벌어지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김선경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싱가포르 등 선진국은 웨이모와 테슬라, 바이두, 포니AI, 위라이드 등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업을 속속 배출하며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한다”며 “각 기업은 2027년쯤에는 국내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어 기술개발이 더딜 경우 주요 기업이 경쟁자 없이 국내 자율주행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의 정책을 살펴보면 시사점이 도출된다. 미국은 특히 자율주행 관련 정책 방향과 주요 기준 정도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민간 기업에 맡기는 네거티브 규제를 채택해 큰 성과를 얻었다. 우리나라도 지나친 규제는 혁파하고 법 제도 정비, 정책적 지원, 산학연관 생태계 및 컨트롤 타워 구축 등을 통해 주요국과 발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세종시가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한 실증지로 다양한 강점을 지녔다고도 강조했다.

김선경 센터장은 “세종시는 세종과 충청권을 잇는 전국 최초 광역 자율주행버스 노선을 구축한 지자체다.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운행 약 17만7000km를 달성하며 데이터를 축적, 기술 고도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왔다”며 “특히 간선급행버스(BRT) 실증 노선은 90.3km 거리에 달해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실증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세종시가 운영 중인 BRT전용 자율주행 버스 / 출처=세종시
세종시가 운영 중인 BRT전용 자율주행 버스 / 출처=세종시

그는 이어 “레벨4 상용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 구축이 필요하며, 자율주행 관련 R&D 예산 확충 및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을 위한 조례와 세종시 전역에 대한 시범운행지구 지정, 자율주행 AI데이터셋 구축 및 표준화, 자율주행 버스 요금 인하로 차량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제고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원격제어를 위한 관제센터 기능 고도화도 요구된다. 이를 바탕으로 2027년에는 세종이 자율주행 선도 도시에서 전국 최초 레벨4 수준의 무인 자율주행을 상용화한 지자체로 발돋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 위한 제언 이어져

김선경 센터장의 발표 이후 자율주행 전문가로 구성된 패널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좌장으로 나선 서만철 공주대학교 전 총장은 “세종시는 전국 지자체 중 자율주행을 선도한다고 꼽힐 정도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곳”이라며 “세종시가 발표한 계획을 점검하고 현재 기술 고도화와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기석철 충북대학교 스마트카연구센터장은 “자율주행차를 판매하는 것과 자율주행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자율주행 가능영역에 대한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전문용어로 ODD (Operational Design Domain)라고도 부르며 운행 설계 범위라고도 한다”며 “ODD는 특정 교통 상황이나 도로 특성, 법 제도 등에 맞춤화해 설계된 운행 조건이다. 대중교통 위주로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는 세종시에 필요한 건 자율주행차가 아니라 ODD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다. 세종시 상황에 맞춤화한 ODD를 구축하면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조기 구축도 가능하다.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수준을 충족하려면 명확한 로드맵 하에 차량과 도로, 클라우드 연동 및 원격제어 기술 확보가 필수”라고 제언했다.

발언 중인 기석철 충북대학교 스마트카연구센터장과 경청 중인 이윤정 세종시 미래산업과장과 김현옥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왼쪽부터) / 출처=IT동아
발언 중인 기석철 충북대학교 스마트카연구센터장과 경청 중인 이윤정 세종시 미래산업과장과 김현옥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위원(왼쪽부터) / 출처=IT동아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경우 자율주행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소비자 차원의 신뢰 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로 나아가려면 차량을 안전하게 탈 수 있다는 소비자 신뢰 확보가 필수”라며 “소비자 신뢰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주행 경험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차 안에 탑승한 승객 경험도 고려해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는 “현재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수익화다. 기업은 결국 수익을 얻어야 연구개발 및 인력 채용 등 성장이 가능한데 현재 각종 규제로 수익화가 어렵다”며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면 다양한 기업이 등장해 서비스를 뒷받침하며 산업 고도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COO와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왼쪽부터) / 출처=IT동아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COO와 한지형 오토노머스에이투지 대표(왼쪽부터) / 출처=IT동아

정하욱 라이드플럭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국내에 자율주행 시범 사업이 다양하게 진행 중인데 비슷한 노선 위주다. 교통 수요가 필요한 지역부터 자율주행 실증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며 “세종시의 경우도 BRT 노선에서 벗어난 소외된 지역이 있다. 이 지역을 발굴해 교통 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자율주행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성낙문 세종도시교통공사 본부장은 “현재 버스회사의 비용 지출 중 60%~70%는 운전자 고용 비용이다. 운전자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기술이 적용되면 버스운행사가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기택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자율주행 버스와 택시 등이 확대 적용되려면 환승 거점 구축 및 차선 구조, 스마트 공간 구조 등 미리 살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이 같은 자율주행 차량 여건을 미리 구축해 운행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월시 국토부 자율주행정책과장은 “자율주행과 무인화를 구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기술과 주행만 신경 써서는 곤란하다. 예컨대 자율주행 버스에서 낙상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세종 BRT도 수동으로 문을 여닫는 것으로 안다.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는 사고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내부 카메라를 통해 승객이 안전하게 섰는지 감지하는 기술 개발을 비롯해 승객이 앉기 전 차가 출발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자율주행 택시 등이 도입되면 기존 사업자와 벌어질 수 있는 제2의 타다 사태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민철 공주대학교 전 총장, 최윤석 산업부 미래모빌리티 팀장,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 출처=IT동아
서민철 공주대학교 전 총장, 최윤석 산업부 미래모빌리티 팀장,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 출처=IT동아

최윤석 산업부 미래모빌리티 팀장은 “현재 테슬라나 포니AI 등 미국과 중국 기업과 격차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정된 지역에서 운행하는 자율주행의 경우 격차를 많이 좁히고 있다고 본다”며 “자율주행 기술뿐만 아니라 생태계 전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예산 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양현봉 세종테크노파크 원장 / 출처=IT동아
양현봉 세종테크노파크 원장 / 출처=IT동아

양현봉 세종테크노파크 원장은 “이번 포럼을 세종시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점검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앞으로도 세종의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제언을 청취할 것”이라며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 도입을 선도하려는 세종시의 행보에 많은 관심 바란다”고 말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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