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IT(잇)다] 와이비즈 “토양 수분측정 센서 '화수분' 데이터 정밀 농업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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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기후 위기는 전 세계 농업 환경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기존 재배하던 작물이 아닌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는 것 외에도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를 위한 스마트팜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시장조사기업 리서치 네스터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팜 시장은 2024년 190억 7000만 달러(약 25조 8665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우리나라도 2025년, 스마트팜 시장이 6650억 원(농림축산식품부 자료 기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변화하는 기후 환경 속에서 작물을 잘 재배하려면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사람의 직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 농업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와이비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정밀 농업 설루션을 연구ㆍ개발하는 기업이다. 데이터 기반 소프트웨어ㆍ하드웨어 설루션으로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작물의 수분 상태를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물을 자동 공급하도록 제어하는 센서, ‘화수분’을 개발했다. 노지 환경 변수 관리가 가능한 화수분의 특징과 농업 발전 청사진 등을 듣기 위해 정승백 와이비즈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물의 중요성’ 깨닫고 진출한 스마트팜 산업
“창업 이전 근무하던 회사 사옥 로비에 대형 화분들이 있었는데, 어느 날 화분이 시들어 가는 것을 봤습니다. 확인해 보니 물을 제때 주지 못해 화분이 시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물을 주는 시스템을 알아봤더니 대부분 소형 화분용이고 대형, 농업용은 없더군요. 센서 개발을 해왔던 전공을 살려 땅속 수분이 어느 정도 있는지 측정하고 적정한 시간에 물을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와이비즈를 창업하고 화수분 설루션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농업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물 때문이다. 작물이 잘 성장하려면 자연의 핵심 요소인 햇빛, 공기, 물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자연이 제공하는 햇빛과 공기는 제어가 어렵지만 물은 가능하다. 정승백 대표는 물 주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만 잘 줘도 작물 성장에 문제가 없는데 공급 시기를 몰라 작물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작물에 물을 언제 주는지 농장주들에게 물었더니 대부분 해 뜨기 전에 준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때 물을 공급하면 절반 이상은 지하수로 흐르고, 일부는 증발합니다. 토지에 남는 수분은 전체 15%에 불과하죠. 식물이 자라는 데 부족한 양입니다. 토지 내 수분을 제대로 측정하고 적절한 시기에 물을 공급하는 게 중요합니다.”
화수분 센서는 토양 내 수분을 측정하는 장치다. 식물 활동이 가장 활발한 표토층까지 설치되도록 만들었다. 토양에 화수분을 꽂으면 마치 식물 뿌리처럼 물을 흡수해 수분을 측정한다. AA형 배터리를 장착하면 1년 이상 사용 가능하다는 게 정승백 대표의 설명이다. 센서에는 장거리 무선 통신 기능도 탑재했다. 스마트 기기로 토양 내 수분을 확인하고 물 공급 장치를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설루션에는 화수분 센서 외에도 급수 제어가 가능한 화수분 펌프도 포함된다. 화수분 센서로 수분을 측정한 후 급수기를 활용해 물을 공급하는 구조다. 농가 환경에 따라 펌프는 선택 가능하다. 조경 관리를 위한 설루션도 개발했다. 화수분 센서와 와이파이 송수신기를 함께 배치해 물 공급 시기를 제어하는 형태다. 물 공급 외에도 토양 내 수소 이온 농도 지수(pH), 전기전도도(EC – Electrical Conductivity)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수분 측정 센서가 판매되고 있어 화수분 설루션의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다. 이에 정승백 대표는 화수분 설루션의 차별화 요소로 자체 설계ㆍ기획에 따른 제품 완성도와 측정 정확도, 유지보수 유연성 등을 꼽았다. 농업 분야 기업 일부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제조사 개발 생산(ODM) 방식을 쓴다. 제품 공급 측면에서 유리하지만 기능 개선과 유지보수에 빠른 대응이 어렵다. 와이비즈는 꾸준한 업그레이드가 경쟁력에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직접 설계ㆍ기획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정승백 대표는 “농업 장비 시장은 제품과 시공 품질에 민감합니다. 우리나라 시장은 더 까다롭죠. 이 부분을 고려해 제품과 시공 품질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사후 서비스(A/S)도 직접 진행합니다”라고 말했다.
국내 농업 시장의 한계, 저개발 국가 진출로 돌파 모색
화수분 설루션으로 데이터 기반 정밀 농업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내 농업 시장으로는 기업 성장에 한계가 있다. 정승백 대표는 “우리나라 농업 시장은 작습니다. 농업 사업의 비중이 크지 않고 보조 사업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조 사업이 중단될 경우 사업 확장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농림어업조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농가 97만 4000 가구 중 74%는 1헥타르(ha, 1만 제곱미터) 미만 소규모 경지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헥타르 이상 농가는 7%, 5헥타르 이상 농가는 3.4%에 불과했다. 농축산물 판매 금액이 1000만 원 미만 농가는 전체 64.3%로 조사됐다. 적은 농가 수입으로 인해 시설 투자에 소극적인 셈이다.
와이비즈는 성장의 한계를 해외 진출로 돌파할 계획이다. 정승백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농업 저개발 국가다. 우선 라오스 농업부, 농업대학교와 공동연구 협약을 맺으며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스마트팜보다 정원, 조경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 유럽 시장 진출도 준비 중이다. 정승백 대표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제품을 알리고 판매하는 영업 조직의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국내 시장 중소규모 농가를 겨냥한 설루션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시설 중심인 대형 농가보다 센서와 장비를 적극 활용해 작물을 관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데이터 기반 정밀 농업 활성화 위해 힘쓸 것
와이비즈는 라오스 외에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과 공동연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국가는 보조 사업에 의한 농업 발전을 꾀하고 있지만 기술 확보가 미비하다. 와이비즈는 화수분 설루션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계기로 삼을 예정이다. 2025년에는 스마트팜 연구재단의 대형 연구ㆍ개발 과제를 수주했다. 2024년에 이은 두 번째 수주로 서울대, 공주대, 목포대 등 농업 전문가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것 외에 안정적인 연구ㆍ개발비를 활용해 정밀 농업 기술 발전 계기를 확보하게 됐다.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정밀 농업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스마트팜 교육 사업에도 진출했다.
와이비즈가 정밀 농업 활성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이 있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서울 센터를 통해 제품 개발과 해외 진출 과정에 도움을 받았다. 지원사업 안내,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도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정승백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지원사업을 토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미래 농업과 데이터 기반 정밀농업 분야를 이끈다는 자부심을 내보인 와이비즈. 최종 목표는 농업의 밸류체인 전체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 구축이다. 현재는 재배 시스템 개발, 보급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육묘 기술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2027년에는 수확 자동화 시스템, 2028년에는 수확된 농산물을 상품화해 판매하는 플랫폼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