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진짜 ‘팔’ 달린 특별한 로봇청소기, 로보락 사로스 Z70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20세기에 제작된 고전 SF영화에 그려진 21세기는 그야말로 로봇의 세상이었다. 진짜로 사람같이 팔다리를 갖춘 가정부 로봇이 등장해 온갖 집안일을 척척 다 해내는 모습을 묘사하곤 했다. 그런데 실제로 21세기가 되고 25년이 지난 현재 기준으로 20세기에 상상했던 가정부 로봇은 아직 없다. 대신 ‘로봇청소기(청소로봇)’가 있다.

로보락 사로스 Z70 / 출처=IT동아
로보락 사로스 Z70 / 출처=IT동아

다만, 2020년대 이전에 등장했던 초기의 로봇청소기는 청소능력이 아쉬운데다 똑똑하지도 못했다. 특히 청소 구역에 장애물(큰 쓰레기, 벗어 둔 옷, 각종 케이블 등)이라도 있으면 여기에 걸려서 오류를 일으키곤 했다. 요즘 나오는 로봇청소기는 이런 점이 상당부분 개선되었지만 그래도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구동 전에 어느 정도 장애물 정리는 해두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스스로 장애물을 치울 수 있는 팔을 로봇청소기에 달면 어떨까? 얼핏 듣기로는 20세기 SF영화에서나 상상할만한 아이디어인데, 놀랍게도 이를 실제로 구현한 제품이 등장했다. 이번에 출시된 로보락의 ‘사로스 Z70(Roborock Saros Z70)’이 그 주인공이다.

얼핏 보기에 평범? 숨겨진 로봇팔

로보락 사로스 Z70는 파격적인 콘셉트를 앞세운 제품이지만, 얼핏 보기에 다른 로봇청소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로봇청소기 본체의 크기도 350x353x79.8mm로 슬림한 편이라 소파 하단과 같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 청소할 때도 문제가 없다. 이 제품의 최대 특징인 로봇팔, ‘옴니그립(OmniGrip)’은 본체 상단 전면의 커버에 숨겨져 있다.

슬림한 외형의 로보락 사로스 Z70 / 출처=IT동아
슬림한 외형의 로보락 사로스 Z70 / 출처=IT동아

옴니그립은 2개의 손가락을 가진 그리퍼와 더불어 5개의 축, 그리고 6개의 기어로 구성했다. 내장된 중량 센서를 통해 물체의 무게를 감지하며, 최대 300g의 물체를 잡아서 옮길 수 있다. 만약 300g을 초과하는 물체를 잡았다면 무리해서 들지 않고 내려놓는 기능도 갖췄다.

해당 구역의 청소를 마친 후, 로봇팔을 전개해 물건을 치운다 / 출처=IT동아
해당 구역의 청소를 마친 후, 로봇팔을 전개해 물건을 치운다 / 출처=IT동아

로보락 사로스 Z70에 탑재된 옴니그립의 가장 대표적인 용도는 ‘보조 청소’ 기능이다. 로보락 사로스 Z70는 처음에는 물체를 피해가며 청소를 진행하며, 그 과정에서 운반 가능한 물체의 위치를 기억해둔다. 그리고 해당 구역(방)의 청소를 끝낼 즈음, 다시 해당위치로 돌아가 물체를 치운 후 그 자리를 청소한다.

사람이 직접 청소한다면 처음부터 장애물을 치워가며 청소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지만 순차적 작업 처리에 유리한 로봇 특유의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보조 청소 패턴이 더 효율적이다.

물체를 집어 특정 장소로 옮겨 정리하는 '물품 정리' 기능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물체를 집어 특정 장소로 옮겨 정리하는 '물품 정리' 기능도 제공한다 / 출처=IT동아

옴니그립은 보조 청소 기능과 더불어 ‘물품 정리’ 기능도 제공한다. 이는 청소 도중 발견한 물체를 단순히 옆으로 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집어 지정한 수납함, 혹은 수납 구역으로 옮겨두는 기능이다. 이를 위해 제품 패키지에는 조립식 물품 수납함을 1개 제공한다. 물론 다른 수납합을 이용하더라도 물품 정리 기능은 쓸 수 있다. 수납함이나 수납구역의 지정은 로보락 모바일 앱으로 한다.

원격 제어를 통해 특정 물체를 옮기게 하는 '원격 픽업' 기능 / 출처=IT동아
원격 제어를 통해 특정 물체를 옮기게 하는 '원격 픽업' 기능 / 출처=IT동아

그 외에도 옴니그립은 사용자가 직접 로보락 사로스 Z70을 원격 조종, 특정 물체를 지정해 옮기게 하는 ‘원격 픽업’ 기능도 제공한다. 이 기능은 로봇청소기와 연동하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해당 기능을 활성화하면 로보락 사로스 Z70에 달린 카메라 영상이 이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다. 이렇게 로봇청소기를 원격 조종해 목표물 가까이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옴니그립이 해당 물체를 집을 수 있다.

다만, 2025년 5월 현재 기준으로 로보락 사로스 Z70가 인식해 자동으로 집을 수 있는 물체는 양말 종이뭉치, 수건, 슬리퍼 등이다. 그 외의 물체는 수동 조작으로 집을 수 있다.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더 다양한 물체를 자동으로 집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로보락은 밝힌 바 있다

옴니그립은 이렇게 상당히 파격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것 외에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특히 로봇팔의 관절 사이에 어린이나 반려동물의 신체가 끼어서 부상을 입는 사고를 방지 하기 위해 끼임 방지 압력 센서를 탑재했다. 그리고 누르는 즉시 로봇팔의 동작을 멈추게 하는 비상 정지 버튼, 그리고 옴니그립을 덮은 도어 커버에 손가락이 끼어 다치는 것을 방지하는 도어 끼임 방지 센서를 다는 등, 다양한 안전 대책을 마련한 것이 눈에 띈다.

로봇청소기로서의 '기본기'도 최상위급

로보락 사로스 Z70는 이렇게 로봇팔인 옴니그립의 존재감이 아주 큰 제품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로봇청소기의 기본기가 부실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2025년 5월 현재 시장에 출시된 제품 중에서 최상위급에 가깝다.

도크 상단에는 물통 및 오수통이 달렸다 / 출처=IT동아
도크 상단에는 물통 및 오수통이 달렸다 / 출처=IT동아

이는 로봇청소기 본체와 짝을 이루는 ‘올인원 울트라 도크’의 구성만 봐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도크 상단에는 물걸레용 물통 및 물걸레 세척 후 발생하는 오수를 모으는 오수통, 그리고 먼지 수집통 및 물걸레 세척용 세제통 등이 달렸다. 물만 넣어도 물걸레 세척은 가능하지만 세제를 같이 넣으면 좀 더 깨끗한 세척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기능인 물론 먼지 흡입 청소 및 물걸레 청소와 더불어, 섭씨 80도의 온수로 한층 효율적인 물걸레 청소를 하고 또 이 온수로 청소를 마친 물걸레를 세척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그리고 청소를 마치고 돌아온 물걸레를 섭씨 55도의 열풍으로 자동 건조해 세균 및 곰팡이의 증식을 최소화한다. 그리고 오염도를 감지해 도크 내부를 자동 세척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으니 사용자가 귀찮게 손을 댈 필요가 거의 없다. 그 외에 온수 자동 채움 기능이나 먼지통 자동 비움과 같이 최신 로봇청소기에게 요구되는 단골 편의기능도 거의 빠짐없이 탑재하고 있다.

슬림한 본체 덕분에 소파 밑에도 잘 들어간다 / 출처=IT동아
슬림한 본체 덕분에 소파 밑에도 잘 들어간다 / 출처=IT동아

보다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청소를 하기 위한 AI 기술 및 각종 센서도 충실하게 탑재했다. 로보락의 발표에 따르면, 듀얼 솔리드 라이다 센서를 통해 기존 제품 대비 21배 더 빠르게 공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으며, 3D ToF(적외선) 센서를 통해 전후방 및 상단을 가리지 않고 주변의 벽이나 가구 등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그 외에 본체 전면, 그리고 로봇팔 부분에 각각 카메라를 탑재한 것도 눈에 띈다. 전면 카메라를 통해 원격으로 현재 로봇청소기의 청소 상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으며, 로봇팔 카메라와 병행해 좀더 다양한 각도로 현장을 볼 수도 있다.

그 외에 모바일 앱으로 탑재 카메라에 원격 접속해 로봇청소기 주변의 사람이나 반려동물과 대화를 하는 원격 통화기능도 있다. 참고로 로봇청소기의 카메라에 원격 접속하려면 로보락 전용 앱에서 보안용 암호나 패턴의 입력을 거쳐야 하므로 아무나 무단으로 이용할 수는 없다.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리프트 휠을 이용, 문턱을 손쉽게 넘는다 / 출처=IT동아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리프트 휠을 이용, 문턱을 손쉽게 넘는다 / 출처=IT동아

그리고 본체의 전후 높낮이를 각기 다르게 조절할 수 있는 3개의 리프트 휠을 탑재했다. 통해 최대 3cm 높이의 문턱(이중 문턱의 경우 최대 4cm)을 넘어갈 수 있으며, 카펫 위 청소 시에도 본체 높이를 높여 좀더 원활한 청소가 가능하다.

카펫, 매트 위 청소도 비교적 원활하게 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카펫, 매트 위 청소도 비교적 원활하게 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좀 더 원활한 카펫 청소를 위한 물걸레 자동 분리 기능도 있다. 이 경우, 카펫 위에 올라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물걸레를 자동으로 분리해 도크에 보관한 상태로 청소를 이어간다. 이 기능은 로보락 모바일 앱을 통해 설정할 수 있다.

카펫 청소시, 물걸레를 자동 분리해두는 기능도 갖췄다 / 출처=IT동아
카펫 청소시, 물걸레를 자동 분리해두는 기능도 갖췄다 / 출처=IT동아

기존 로봇청소기로는 깔끔하게 청소하기 힘들었던 모서리 및 구석 청소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핵심은 먼지 청소용 사이드 브러시와 물청소용 물걸레다. 모서리 및 구석 근처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사이드 브러시 및 물걸레가 외곽으로 돌출되어 구석구석 빠짐없이 청소를 이어간다.

사이드 브러시와 물걸레를 자동으로 돌출시켜 구석/모서리를 빠짐없이 청소 가능 / 출처=IT동아
사이드 브러시와 물걸레를 자동으로 돌출시켜 구석/모서리를 빠짐없이 청소 가능 / 출처=IT동아

참고로 로보락 사로스 Z70의 흡입력은 2만 2000 Pa에 달한다. 로보락의 현세대 플래그십 제품인 S9 맥스 V 울트라와 같은 수치다. 참고로 이전세대 플래그십 제품이었던 S8 맥스 V 울트라의 흡입력이 1만 Pa였다. 물론 흡입력만이 로봇청소기의 성능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지만, 그만큼 로보락 사로스 Z70의 스펙이 현존하는 로봇청소기 중 최상위급이라는 점은 알 수 있다.

메인브러시에 머리카락을 모아 절단하는 이중 구조 블레이드를 탑재해 머리카락 엉킴을 줄였다 / 출처=IT동아
메인브러시에 머리카락을 모아 절단하는 이중 구조 블레이드를 탑재해 머리카락 엉킴을 줄였다 / 출처=IT동아

로봇청소기 관리의 가장 큰 골치거리 중 하나인 머리카락 엉킴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로보락 사로스 Z70의 메인 브러시 내부에는 머리카락이 모이면 이를 절단해 다시 흡입하는 이중 구조 블레이드를 탑재했다. 사용자가 직접 본체를 뒤집어 메인 브러시를 분리해가며 머리카락 제거 작업을 할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편하게 관리할 수 있다.

실제로 써본 느낌은?

로보락 사로스 Z70의 제어 및 설정은 로보락 모바일 앱으로 한다. 그 외에 본체의 버튼을 직접 누르거나 음성 명령으로 청소를 시킬 수도 있다. “헬로우 로키”라고 말한 후 청소 시작이나 물걸레 세척, 먼지통 비우기, 청소 강도 조절 등을 명령할 수 있다. 물론 굳이 이런 세세한 명령을 하지 않아도 그냥 “헬로우 로키, 청소 시작해”라고만 하면 일련의 청소 과정을 자동으로 이어가므로 따로 이용 방법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로보락 사로스 Z70으로 집안 청소를 시켜보니 첫 기동에서 집안을 돌아다니며 지도를 생성한 뒤,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했다. 흡입력이 강해서 소음 역시 클 것으로 생각했지만 기존에 필자가 이용하던 타사의 2022년형 로봇청소기에 비해 오히려 조용한 편이었다. 청소를 하다가 먼지를 비우거나 물걸레를 세척하기 위해, 혹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도크로 자동 귀환하기도 하는데, 도중에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비교적 빠르게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자동 매핑 기능으로 집안 지도를 생성한 후, 최적의 경로로 청소를 자동 진행한다 / 출처=IT동아
자동 매핑 기능으로 집안 지도를 생성한 후, 최적의 경로로 청소를 자동 진행한다 / 출처=IT동아

자동 돌출되는 사이드 브러시와 물걸레를 통해 구석 및 모서리까지 청소할 수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문턱이나 장애물을 정말 잘 넘는 편인데, 이 때문에 넘지 않아야 할 욕실 문턱까지 넘어간 후, 거기에 갇혀버리는 일도 있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해당 욕실 문턱을 넘지 않도록 설정해 두니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다. 문턱을 너무 잘 넘다 보니 일어난 해프닝이다. 약 130 제곱미터(약 40여평)의 집 한 채를 다 청소하는 데 약 2시간(로봇팔을 이용해 물건을 치우는 시간 제외)이 걸렸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로봇팔 기능 역시 실제로 구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각 방의 청소를 끝낸 후, 양말이나 슬리퍼가 있던 곳으로 되돌아와 이를 치우고 그 자리를 자동 청소했다. 로봇팔을 이용해 물체 하나 치우고 그 자리를 청소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약 3~4분 정도인데, 이 때문에 전체적인 청소시간이 길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주 신기하고 편리한 기능임은 확실하며, 외출 상태에서 로봇청소기에 청소를 맡긴다면 시간 관련 아쉬움은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로봇팔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면 앱을 통해 비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진짜 '혁신'을 앞세운 남다른 제품, 향후 업데이트도 기대할 만

새로운 로봇청소기가 나올 때마다 제조사들은 ‘혁신’임을 강조하는데, 대부분 공간 인지 능력이나 흡입력 등의 ‘스펙’을 앞세우곤 한다. 하지만 로보락 사로스 Z70(Roborock Saros Z70)의 로봇팔(옴니그립) 기능은 기존의 그 어떤 로봇청소기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진짜 '혁신’임이 분명하다.

제품의 이동 및 청소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직접 치우면서 청소를 마칠 수 있어 기존 로봇청소기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었다. 물론 치울 수 있는 물체의 종류 및 무게가 제한적이며, 사람에 비하면 물체를 치우는 속도가 느리다는 아쉬움도 있긴 하지만, 향후 기술 개발 및 업데이트를 통해 차츰 개선하겠다고 하니 기대할 만하다.

그리고 물걸레 자동 청소∙세척 기능, 열풍 건조 기능, 문턱 넘기 기능, 공간인식 기능 및 흡입력을 비롯한 로봇청소기로서의 기본기 역시 최상위급이라 굳이 로봇팔 기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청소 품질 자체에 아쉬움을 느끼진 않을 것이다. 단순히 수치적인 스펙 향상을 넘어, 진짜 남다른 로봇청소기를 원한다면 구매를 고려해보자. 로보락 사로스 Z70은 2025년 5월 말 로보락 공식 온라인샵 기준, 199만원에 팔리고 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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