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이노베이션스퀘어확산사업] '노는법'으로 지역 관광 개척하는 바바그라운드

남시현 sh@itdonga.com

[IT동아 x 스파크랩] 동남권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확산사업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디지털 인재 양성과 지역 특화 산업의 디지털 전환, 창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서 스파크랩이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IT동아가 소개합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우리나라에만 1200개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있지만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노는법은 지역에 숨겨진 여행 자원, 관광 상품을 찾아서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유명 관광지에 패키지 방식으로 다니는 기존 여행상품과 다르게 디지털 전환이 더뎌 잘 드러나지 않는 자원을 발굴해 6차 산업의 성장을 돕고 있다”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좌)와 송재필 바바그라운드 최고전략책임자 / 출처=IT동아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좌)와 송재필 바바그라운드 최고전략책임자 / 출처=IT동아

바바그라운드는 도시와 농촌 간의 여행을 만드는 온라인 여행사(Online Traavel Agency, 이하 OTA) ‘노는법’을 서비스한다. 이미 5만여 명의 회원이 노는법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중 90%는 40대에서 50대 여성이다. 즉 여행 상품을 만들었지만 홍보가 잘 되지 않는 농촌의 현실과 새로운 지역 경험을 원하는 4050대 도시인들을 이어줌으로써 지역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와 송재필 바바그라운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만나 사업 전반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노는법을 알려달라는 목소리가 바바그라운드의 시작”

허정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선문대에서 정보통신공학을 전공한 뒤, 앤다스에서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게 좋아 대한항공에서 2년 간 승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자유로운 시도를 위해 2019년에 예비창업패키지로 바바그라운드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시니어그라운드’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보다 넓은 사업 영역을 추구해 필명인 ‘바바’와 기존 사명을 합쳐 바바그라운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송재필 CSO는 GS리테일에서 20여 년 간 근무했고, 한양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전략경영 박사를 수료했다. 2020년부터는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겨 스케일업, 신사업 개발, 투자유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후 농식품 및 지역 관련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관광이나 여행 체험 등도 유망해질 것이라고 판단해 올해 초 바바그라운드에 합류했다.


허정 대표가 바바그라운드 사업 개요에 대해 설명 중이다 / 출처=IT동아
허정 대표가 바바그라운드 사업 개요에 대해 설명 중이다 / 출처=IT동아

허정 대표가 중년 여성 대상의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허정 대표는 “여행을 다니다보니 장년층, 노년층을 위한 여행 상품이 한정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세대를 돕는 여행 플랫폼이나 커뮤니티가 있으면 해결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해 시니어그라운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전 인터뷰에서 ‘노는 법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아 노는법으로 플랫폼 명을 정했다”라고 답했다.

사업 구상을 바꾼 이유는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지지체 등과 지역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니 시니어보다 지역 상품에 집중하고, 사업 대상도 4050 여성을 넘어 외국인에게까지 넓힐 목적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 했다”라고 말했다.

로컬 투어 연결이 핵심, 숨겨진 여행지 찾아드린다


노는법의 실제 서비스 화면, 패키지 여행 형태와 커뮤니티 등의 기능이 있다 / 출처=노는법
노는법의 실제 서비스 화면, 패키지 여행 형태와 커뮤니티 등의 기능이 있다 / 출처=노는법

‘노는법’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허정 대표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비스되며, 기능은 크게 커뮤니티 기능과 여행 예약 두 가지다. 사용자는 앱 내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여성 모임을 가입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러다 의견이 맞으면 사용자들과 여행 계획을 잡는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상품은 패키지 형태로 숙소와 버스까지 대절해서 제공하는 방식이 있고, 농가나 마을로 직접 찾아가는 상품도 있다. 예를 들어 고창의 쉼드림은 인원수에 맞춰 결제하고 직접 방문하면 된다. 날짜에 맞춰 방문하면 농가 주인이 환대하며, 농가나 고창 얘기도 하고, 편백나무 숲에서 힐링도 하고, 복분자 소금 족욕도 하고 고창 특산품으로 저녁 식사까지 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상품은 약 200개 정도 있고 패키지 출발 지역은 서울과 부산 위주다. 최근에는 광주나 대전에서도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허정 대표와 송재필 CSO가 애플리케이션을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허정 대표와 송재필 CSO가 애플리케이션을 소개 중이다 / 출처=IT동아

기존 패키지여행이나 야놀자 등 대형 OTA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송재필 CSO는 “대형 OTA 플랫폼은 호텔처럼 디지털로 입점하고 대량판매하는 상품에 특화돼 있다. 손이 많이 가고 조정이 필요한 상품까지 건드리진 않는다. 여행사는 대부분 상품 판매에 집중하고, 지역 상품을 알리는 역할은 아니다. 지자체와 협업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이 해결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여행 상품의 개발 절차를 물었다. 허정 대표는 “지자체 협업도 있고, 직접 상품을 찾아내기도 한다. 대다수 지역 프로그램은 전문성이 부족해 상품 기획부터 다시 짠다. 자원이나 인력, 체험 대상과 관광 자원, 주변 여행지 데이터까지 복합적으로 파악해 여행 상품을 만든다. 지역에 찾아가기 쉽게 인천, 경남 양산, 전북 전주, 강원도 춘천 등의 지역 인재들을 고용해 찾아가서 상품을 만든다. 우리나라에 82개 군이 있으므로 사업 확장에 따라 지역 청년 고용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바바그라운드는 지난 달 구글 창구에 선정돼 기술지원 등을 받게 됐다 / 출처=IT동아
바바그라운드는 지난 달 구글 창구에 선정돼 기술지원 등을 받게 됐다 / 출처=IT동아

특히 상품 기획 과정을 인공지능으로 처리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고, 이 과정이 구글 창구 프로그램에 선정돼 구글의 개발 지원을 받게 됐다. 허정 대표는 “농가 및 공공 데이터, 주변 관광지, 문화적 자료 등을 구글 제미나이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에 넣는 AI 기반 체험 상품 기획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를 통해 여행 상품 기획은 물론 가격 산출, 상세 페이지까지 전문성과 인력이 부족하더라도 빠르게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ICT 이노베이션 확산 사업, 성장관광벤처기업 등 지원받아


허정 대표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소규모 농촌체험프로그램 개발사업에서 성과를 발표 중이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허정 대표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소규모 농촌체험프로그램 개발사업에서 성과를 발표 중이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지역 상생에 뜻을 두니 지원하겠다는 기관도 적지 않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2025년 ICT 이노베이션스퀘어 확산사업(동남권)'을 통해 바바그라운드 지원에 나섰다. 허정 대표는 “정부가 지역 사업의 성장을 지원하다보니 노는법 역시 잘 평가받은 것 같다. 단순히 여행사를 넘어 IT기업으로서 상품 기획 자동화와 글로벌 OTA 연동까지 구상한 게 지원 배경이라 생각한다. 원래 부산 기업만 지원할 텐데 경남 기업까지 확대 지원해 도움을 받게 됐고, 지난해 지원은 물론 후속 지원까지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지원은 ‘스파크랩’이 담당한다. 허정 대표는 “부산ICT 이노베이션 확산 사업을 통해 스파크랩의 도움을 받고 있다. 절차대로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 사업들과 달리 스파크랩이 직접 붙어 바바그라운드를 챙긴다. 덕분에 인력 구성이나 기술 조언, 네트워킹 데이나 IR 행사 등도 지원받았다. 한 장표에서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실무 노하우를 말이다”라고 답했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바바그라운드는 최근 프리-A 투자 라운드를 시작했다. 필요한 펀드나 투자사는 모두 스파크랩에서 연결을 지원한다. 현재 매출도 안정적이다. 송재필 CSO는 “작년에만 매출 10억 5000만 원에 당기 순이익이 2억 5000만 원 정도였고, 올해는 이보다 몇 배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 1분기에만 춘천, 거창 농촌크리에이투어, 태권도원 상품 운영사 등으로 선정돼 매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 말했다.

“개발된 여행 상품, 외국인에게까지 소개하는 게 목표”


지속가능한 첨단 도시 도쿄를 표방하는 일본 스타트업 박람회 ‘스시테크 도쿄 2025’에도 참가해 현지 지자체와의 미팅도 진행했다 / 출처=IT동아
지속가능한 첨단 도시 도쿄를 표방하는 일본 스타트업 박람회 ‘스시테크 도쿄 2025’에도 참가해 현지 지자체와의 미팅도 진행했다 / 출처=IT동아

바바그라운드의 행선지는 우리나라가 아니다. 송재필 CSO는 “올해 구글 창구를 바탕으로 AI 개발 서비스를 만들고, 일본 라쿠텐트래블, 대만 KKday, 홍콩 클룩(Klook)과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에 국내 여행 상품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1년에 25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일본 가와바 마을 등의 상품을 바탕으로 국내 마을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외국인이 여행 플랫폼에서 우리나라 여행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차후에는 미국, 유럽, 홍콩의 관광 시장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허정 대표 역시 “올해 하반기까지 목표는 두 가지다. 지금은 일부 지역만 대상으로 하나, 전국 82개 군 단위로 사업을 확장해 이를 플랫폼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또 외국인들이 국내 로컬 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글로벌화를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한국에 올 때 구글에서 무주 여행을 찾아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각 국의 여행 플랫폼과 지자체와 협력 구도를 만들고, 상품 공급까지의 성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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