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근골격계 질환 막고 생산성 높이는 ‘웨어러블 로봇’

[IT동아 김동진 기자]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노동인구 고령화로 제조업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이 10년 전보다 3.8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평균연령 상승으로 산업 현장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근로자 수도 빠르게 증가한다. 제조 공정의 자동화율이 높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사람의 손이 필요한 작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각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그 결과 사람 몸에 착용해 근로자의 관절부담을 줄이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이 주목받는다.

하루 5000번 위보기 작업 반복하는 근로자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산업 현장, 특히 자동차 제조 공정은 웨어러블 로봇의 활용도가 높은 곳이다. 차체를 리프트로 올린 상태에서 하부 부품을 조립하는 ‘위보기 작업’ 공정이 필수인 현장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정을 담당하는 근로자는 팔을 가슴보다 높게 들어 올리는 자세를 하루 최대 5000번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이 다수 발생한다.

상황이 이렇자 자동차 제조사는 근로자의 근육 사용량과 어깨 관절 부하를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그 답을 로보틱스 기술에서 찾았다. 몸에 착용이 가능한 특수한 구조의 웨어러블 로봇으로 근로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2018년부터 착용가능한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나선 현대차그룹은 미국 앨러배마 공장을 비롯한 여러 사업장에서 개발한 제품을 시범 적용한 후 다양한 근로자의 피드백을 수렴, 최종 결과물인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선보였다.

착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인 엑스블 숄더는 전원 공급이 필요 없는 무동력 구조를 지녔다. 장시간 착용하는 제품인 만큼 무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다. 전기로 작동하는 모터를 장착한다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는 있겠지만 무게가 증가해 착용하는 근로자에게 부담을 준다.

엑스블 숄더의 모듈 하나당 무게는 700g에 불과하다. 해당 장비를 착용한 근로자 신체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모듈 내 핵심 부품에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CFRP)과 유리 섬유(Glass Fiber) 등을 사용했다. 덕분에 알루미늄 소재 대비 3.3배의 강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중량은 40% 줄일 수 있었다.

엑스블 숄더의 모듈 구조는 크게 인장 스프링과 크랭크, 이 두 부품을 여러 구조로 연결하는 멀티링크로 구성됐다. 엑스블 숄더를 착용한 근로자가 작업 시 팔을 내리면 모듈 내부의 스프링이 늘어나면서 탄성으로 인한 힘을 지니게 된다. 이렇게 축적된 스프링의 힘은 멀티링크로 인해 각도마다 다른 힘을 크랭크축에 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는 자세에 따라 적합한 보조력을 제공받는다.

엑스블 숄더는 모듈 하나당 최대 3.5kg 정도의 보조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한 쌍의 장비를 착용했을 때 최대 7kg가량의 보조력을 발휘,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위보기 작업을 보조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근로자의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 경감하고,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최대 3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엑스블 숄더 멀티링크 구조를 바꿔 작업 환경에 따라 보조력의 크기와 특성을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크랭크축의 회전을 담당하는 링크 길이를 바꾸거나, 내부 프레임과 결합된 링크 배치와 길이를 바꿔 토크 특성과 보조력 크기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덕분에 신장 차이로 인해 근로자마다 팔꿈치 각도가 다른 점을 고려해 가변 구조를 채택할 수 있다. 조절형 엑스블 숄더는 간단한 조작만으로 지지대와 모듈 간의 각도를 75도에서 120도까지 변경할 수 있으며, 사용 각도에 따라 최대 3.7kgf의 보조력 제공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이 멀티링크 구조에 대한 기술적 가치와 시장성을 고려해 특허를 취득했다.

엑스블 숄더는 쉽고 빠르게 착용이 가능한 조끼 형태다. 장치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휴식이 가능하도록 가동 범위를 최적화해 사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동작에 간섭이 없도록 설계됐다. 통기성이 높은 메시 소재 조끼와 결합해 부품들의 무게를 효율적으로 분산했으며 분리 후 세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급증하는 웨어러블 로봇 수요…현대차그룹 신성장 동력으로 해당 시장 공략 계획

2024년 24억 달러 수준이었던 웨어러블 로봇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24억 달러(3조 3000억 원)에서 2033년 136억 달러(18조 6500억 원)으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건설과 조선, 항공,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엑스블 숄더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엑스블 숄더를 앞세워 웨어러블 로봇 시장에 진입,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현대차·기아 생산 공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에게 엑스블 숄더를 공급하고 그룹 27개 계열사와 다양한 분야의 타기업까지 판매처 확대를 추진한다. 이후 2026년에는 국내 판매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북미 등 해외 시장을 겨냥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제품군을 확대하고 AI 기술 등을 접목해 산업 현장의 생산성 확보와 근로자 안전을 지킬 기술을 개발, 관련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