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글이 공간으로 말하는 일과 삶의 방식
[IT동아]
디지털 시대, 공간은 여전히 말한다.
구글에게 '공간'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일하는 방식이며, 조직 문화의 형상화, 브랜드 철학을 경험으로 풀어내는 물리적 언어다. 디지털 기술이 업무의 효율을 이끌었다면, 공간은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구글은 그 질문에 '사람 중심의 공간'이라고 답한다. 책상과 회의실의 집합이 아닌, 다양한 개인이 창의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집중한다. 이는 단지 기술기업으로서가 아니라 '사람과 기술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구글의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 생각한다.
구글은 여전히 전 세계 곳곳에 새로운 오피스를 짓고, 공간을 실험하며, 지역과 문화를 반영한 형태로 물리적 환경을 진화시켜 나간다. 창의성, 포용성, 지속 가능성, 이 세 가지 키워드는 전 세계 구글 오피스를 설계, 디자인하는 기준이자, 브랜드가 공간으로 말하는 방식이다. 이번 글에서는 구글이 공간을 통해 어떻게 무형의 문화를 유형화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통해 오늘날 오피스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조망해본다.
구글의 오피스 철학과 글로벌 전략
"세상의 정보를 정리하고, 모두가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Organizing the world's information and making it universally accessible and useful)". 구글의 미션이다. 단지 제품과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으며, 이 정신은 오피스 공간 설계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구글에게 오피스란 1차원의 업무 환경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조직 문화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플랫폼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2024년 기준, 구글은 전 세계 50개 국 이상에 70개 이상의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각 오피스는 공통된 철학 아래, 지역의 문화와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가 이뤄진다. 또한 다양성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삼는 구글은 오피스를 통해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구성원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태국 방콕 오피스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태국의 대중교통인 ‘BTS 스카이트레인’에서 착안한 그래픽 디자인을 내부 공간에 반영하고, 현지 사진작가와 협업한 벽화를 배치했다. 회의실에는 태국의 유명 섬 이름을 붙였으며, '툭툭(Tuk Tuk)'과 같은 전통 교통수단을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해 지역적 상징성을 강화했다. 이는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오피스는 지역성과 브랜드 철학이 만나는 지점이자, 직원들이 문화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캠퍼스형 오피스 구조와 구글만의 차별 전략
구글의 오피스는 협업, 창의성, 유연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캠퍼스형 오피스'로 진화해왔다. 단순한 사물인터넷(IoT) 기술 적용이 아닌, 물리적 구조 자체를 창의적 사고와 교류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공간 전략 중 하나는 '우연한 만남'을 유도하는 구조다. 구글은 회의실, 라운지, 식당, 키친 등을 Z자형으로 배치해 다양한 팀 간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하고, 복도 너머의 비형식적 대화가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구조를 지향한다.
또한 구글의 상징색(파랑, 빨강, 노랑, 초록)을 활용한 색채 구획은 공간별 기능을 시각적으로 구분하며, 구성원의 감성에도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 이러한 색 배치는 브랜드 표현을 넘어 공간 사용자의 행동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구글 오피스는 고정석 없는 구조와 모듈형 가구, 이동형 파티션 등 '사용자가 바꾸는 공간'을 실현하고 있다. 업무 목적에 따라 공간을 유동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하여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 창의적 몰입, 개인 집중 등 다양한 업무 방식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주요 사례로는 마운틴뷰의 구글플렉스(Googleplex)와 2022년 개관한 베이뷰 캠퍼스(Bay View Campus)가 있다. 베이뷰 캠퍼스는 곡선형 지붕과 자연채광 중심의 설계, 탄소중립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미국 내 최초로 구글이 자체 설계한 오피스이기도 하다. 이 공간은 일반적인 업무 공간을 넘어 지속가능성과 창의성이 공존하는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구글의 캠퍼스형 오피스는 그저 물리 공간이 아니라, 구글의 조직 문화와 철학이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무대이자 실험실이다.
고객 접점 공간 – 구글 스토어 체험 중심 설계
오피스 공간이 조직 내부 문화를 설계하는 장치라면, 구글 스토어는 고객 접점 공간은 브랜드 철학을 외부에 보여주는 무대다. 구글은 이러한 공간 또한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이라는 언어로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뉴욕 첼시의 '구글 스토어 첼시', 이 공간은 전통적인 매장과는 다른, 체험 중심의 쇼룸으로 설계됐다. AR/VR 기술을 활용해 픽셀폰, 네스트 기기, 크롬북 등 구글 제품이 실제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용되는 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디지털 기술과 물리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브랜드가 '사용자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시연하는 것이다.
내부는 모두 친환경 자재로 구성됐으며, 제품 배치는 사용자의 행동 동선을 고려한 UX 기반 설계가 적용됐다. 예컨대, 사용자가 매장을 들어와 한 바퀴를 도는 동안 자연스럽게 구글의 제품 생태계를 이해하고, 기술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동선이다.
구글 스토어는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맺는 거점이기도 하다. 매장 한쪽에는 다양한 문화 이벤트와 워크숍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어, 방문자가 소비자에서 브랜드 공동체의 일원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기술의 인간화와 브랜드의 감성화를 시도하는 구글의 전략이자, '기술과 사람의 관계형성'을 공간화한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이처럼 구글 스토어 공간은 비물리적 구글의 기술력을 물리적 경험으로 번역하는 실험 공간이다. 단지 기능을 시연하는 공간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 수 있는 지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브랜드 미디어로 작동한다.
구글의 공간 실험은 기술 기업의 전략을 넘어, 현대 도시와 일터, 생활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문화 코드가 되고 있다. 구글은 공간을 통해 일과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창의성, 포용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사용자 경험 기반 공간 설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기능성뿐 아니라 철학, 감성, 지역성, 경험이 통합된 미래형 공간 설계의 방향을 제시한다.
글 / 정훈구 담장너머 대표 (wjdgnsrn95@naver.com)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공간기획사인 담장너머의 공동대표. 연세대학교 대학혁신지원사업 전문가이며, 마포문화재단 전시 코디네이터, 하나금융 소셜벤처 창업 퍼실리테이터로도 활동했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