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상륙..."파란 일으킬 무기는 가격·성능"
[IT동아 김동진 기자] 중국 전기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점차 높이고 있다. 올 초 승용브랜드를 공식 출범한 중국 최대 전기차 브랜드 비야디(BYD) 모델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판매고를 기록한 덕분이다. BYD가 국내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하자, 지커(Zeeker) 등 전기차 제조사가 속속 국내 시장 진출을 추진, 중국 전기차의 국내 시장 진출과 잠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BYD 아토3’ 수입전기차 단일 모델 기준 판매 1위 기록하며 돌풍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BYD의 소형 전기 SUV, ‘아토 3’가 국내 시장에서 총 543대 판매됐다. 수입차 모델별 판매 순위로 봤을 때 7위이지만 기준을 수입 전기차 단일 모델로 좁히면 판매량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BYD 아토 3는 2022년 출시 이래 전 세계 시장에서 100만 대 이상 판매된 차량으로, BYD를 대표하는 B-세그먼트(소형) 순수 전기 SUV다. 지난 1월 출시와 함께 진행한 사전 계약에서 일주일 만에 1000대 계약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았지만 출고 지연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편을 야기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4월 14일부터 정식 출고를 시작, 17일간 543대를 판매해 전기차 단일 모델 기준 월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BYD 아토 3 인기의 배경은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이다. 아토 3는 최고출력 150kW(약 201마력) 최대토크 31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3초, 최고속도는 시속 160km다. 전비는 1km당 4.7kWh다. 전장(자동차 길이)은 4455㎜, 전폭(자동차 폭)은 1875㎜, 전고(자동차 높이)는 1615㎜, 축거(자동차 앞바퀴 중심에서 뒷바퀴 중심까지 거리)는 2720㎜다.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나 기아 EV3 등 라이벌 모델과 비슷한 최고출력을 지녔으며, 전장과 전폭, 전고, 축거 등 차체는 경쟁 차종보다 더 크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더 저렴하다.
아토 3는 2가지 트림으로 운영되며, 권장 소비자 가격은 ▲ BYD 아토 3가 3150만 원 ▲ BYD 아토 3 플러스가 3330만 원이다(전기차 구매보조금 및 세제혜택 적용 전 기준). 여기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2000만 원대 구매가 가능한 지역도 있다.
아토 3에는 고급 옵션으로 꼽히는 안전·편의사양도 다수 기본 적용됐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Adaptive Cruise Control)과 3D 서라운드 뷰(3D Surround View), V2L(Vehicle-to-Load)과 같은 기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전방 레이더와 카메라를 사용해 앞차와의 거리와 상대 속도를 계산, 차량 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술이다.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질 경우 브레이크 페달을 능동적으로 제어해 적정거리를 유지하며 운전자를 지원한다.
내부에서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량의 전·후방, 좌·우측 등 주변 이미지를 360도로 보여줘 주행과 주차 편의를 높이는 3D 서라운드 뷰 모니터도 아토 3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됐다.
차량 배터리에 있는 전기를 외부 필요한 장치에 공급하는 기능인 V2L도 아토 3에 기본 장착됐다. V2L 기능은 차량을 캠핑이나 야외 활동, 혹은 비상 상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유용한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 밖에도 휴대폰 무선 충전, 디지털 키, 전동 시트, 열선 스티어링 휠, 앞좌석 열선시트, 음성 제어, 티맵 내비게이션, 전 좌석 원터치 파워 윈도우 등의 편의사양이 기본 적용됐다. 아토 3에는 60.48kWh 블레이드 LFP 배터리가 적용됐으며, 환경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21km(복합 기준)다. 급속 충전 시 20%에서 80%까지 약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BYD는 중국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을 잠재우기 위해 ▲기본 차량 보증 6년 또는 15만km ▲배터리 보증 8년 또는 16만km ▲무상 점검 총 4회 제공 ▲6년간 긴급 출동 및 견인 무상 제공 등의 보증 정책도 내놨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과 편의성에 더해 배터리 불안을 잠재울 보증 정책까지 내놓자 소비자가 반응했다. 현재 아토3의 계약 물량은 2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BYD는 오는 7월에는 중형 전기 세단 ‘씰’을, 하반기에는 중형 전기 SUV인 ‘씨라이언 7’을 국내에 선보이며 기세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커코리아, 신임 대표 선임하며 국내 시장 진출 박차…다른 중국 브랜드도 진출 가능성 타진 중
BYD가 수입 전기차 시장 잠식을 시작하자,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고급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도 국내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지커는 최근 국내에서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할 딜러사 선정을 마치고,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전 사장을 지커코리아 신임 대표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입차 최초의 여성 CEO로서 아우디코리아를 이끌었으며, 중국에서 아우디 딜러 네트워크 관리를 총괄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다.
지커는 가성비 전략을 앞세운 BYD와 달리 고급 전기차를 출시해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최근 중형 SUV ‘7X’의 상표를 출원, 국내 출시 첫 모델로 앞세울 전망이다. 7X 사륜구동 모델의 경우 639마력의 성능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7X 사륜구동 가격은 약 1억 원에 달한다.
지커도 BYD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는 브랜드로 지난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22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김필수 교수 “지커는 BYD와 달리 1억 원에 육박하는 고급 전기차를 판매하는 브랜드다. 이런 브랜드가 국내 진출을 추진한다는 것은 이미 시장 분석이 끝났다는 뜻이기도 하다”며 “중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국제 정세와도 맞물린 결과다. 최근 미국이나 유럽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관세 정책을 펼치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관세를 피할 우회지가 필요하다. 국내 시장 소비자는 품질에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이곳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곧 해외 판매에도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BYD와 지커에 이어 샤오미, 샤오펑 등 중국 브랜드가 연이어 국내 진출 가능성을 앞다퉈 타진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중국 모델에 맞설 저가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면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며 “자동차 업계 최후의 보루로 꼽히는 승용차 시장에서 2000만 원대 저가 차량부터 차근차근 소비자 저변을 확대하는 중국의 전략이 매섭다. 국내 전기차 시장 잠식이 이미 시작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산학연관이 똘똘 뭉쳐 중국 전기차를 따돌릴 기술 개발과 차별화 전략을 도출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