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에서 디지털 결제로’ 핀테크 산업의 현재와 미래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5년 3월, 글로벌 금융기술 기업 월드페이(Worldpay)는 지난 10년간 결제 방식의 변화를 분석하고 2030년 결제 시장을 이끌 기술을 예상하는 ‘글로벌 결제 보고서(Global Payments Report) 2025’를 발간한 바 있다. 매년 발간되는 글로벌 결제 보고서는 결제 시장과 기술을 분석,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자료로 쓰인다. 2025년 발간된 보고서는 2015년 이후 결제 습관과 시장 변화를 다뤘다.
글로벌 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소비자 결제 선호도는 크게 변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 속도에 따라 핀테크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과거 현금과 카드를 소지했다면 현재는 편의에 따라 디지털 지갑, 후불결제(BNPL – Buy Now Pay Later), 실시간 계좌 간 거래(A2A – Realtime Account to Account)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결제 기술의 진화는 소비 방식 변화에 기인한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비대면 결제 수요가 증가했고, 전자상거래 규모도 빠르게 확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전자상거래 지출은 2014년 1조 2000억 달러(약 1683조 원)에서 2024년 6조 8000억 달러(약 9537조 원)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스마트폰으로 결제한 비중은 2014년 19%에서 2024년 57%에 달한다. 스마트폰 사용 비중 증가에 따라 소비자 지출 방식의 재편이 이뤄진 셈이다.
디지털 결제는 대안이 아니라 표준, 우리나라는?
보고서는 디지털 결제는 대안이 아니라 표준이 되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하거나 별도의 장치로 결제하는 게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는 이야기다. 예로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에서 비용을 지불할 때 현금, 카드를 쓰는 게 아니라 애플페이, 삼성페이(삼성월렛) 등을 활용하는 게 일상화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오프라인 매장 현금 사용 비중이 7%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두 번째로 낮다. 이어 2030년까지 오프라인 매장 결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로 줄어들 전망했다. 현금과 카드 사용 축소의 빈자리는 디지털 결제가 대체한다.
오프라인 매장 결제에서 디지털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20%에서 2030년에는 38%로 증가한다. 반면, 실물 카드 사용 비중은 2024년 54%에서 2030년에 41%로 줄어들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부문은 디지털 거래 방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규모가 더 커진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전자상거래에서 디지털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32%에서 2030년 48%로 확대된다고 봤다. 그에 비해 실물 카드 비중은 51%에서 33%로 축소된다. 선불ㆍ직불 카드 사용 비중도 2024년 7%에서 2030년 5%로 예상된다.
눈에 띄는 부분은 실시간 계좌 간 거래(A2A) 비중의 증가다. 오프라인 결제보다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실시간 계좌 간 거래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본 것이다.
실시간 계좌 간 거래는 소비자 또는 기업이 자금을 직접 이체하는 것을 말한다. 예로 상품을 구매한 후 비용을 지불할 때 판매자의 계좌로 입금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소액 결제 위주로 실시간 계좌 간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다. 보고서에서는 이 계좌 간 거래 비중이 전자상거래 기준 2024년 8%에서 2030년에는 1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선구매 후결제 방식인 후불결제(BNPL – Buy Now Pay Later)는 인기가 없을 전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든 결제 분야에서 후불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으로 예상됐다.
후불결제는 금융 이력이 없거나 부족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금융 서비스다. 결제 업체가 매장에 비용을 지불하고 소비자는 결제 업체에 비용을 갚는 형태다. 카드 할부와 유사하지만, 후불결제는 카드 없이 이용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여러 금융 기업을 중심으로 후불결제 시스템을 도입한 상태다. 예로 아마존은 50달러(약 7만 원) 이상 구매 시 후불결제 시스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대출성 상품으로 분류되어 있다. 신용카드와 유사하게 신용공여 성격을 지닌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따라서 설명의무와 금융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에 따른 판매규제를 적용하고, 소비자가 금융상품 관련 내용을 명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계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규제로 인한 후불결제 시장 활성화 제한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임베디드 금융ㆍ가상자산 결제 등이 미래 금융 시장 주류될 것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결제는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먼저 가상자산(암호화폐) 기반 결제 시장이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가상 자산으로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외에 테더, USD 코인 등 스테이블 코인이 시장의 주류로 꼽힌다. 이미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 ▲나이지리아 ▲필리핀 ▲싱가포르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에서 가상자산 결제가 진행 중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가상자산은 전 세계 거래의 약 1% 비중을 차지했는데, 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2030년에는 380억 달러(약 53조 100억 원) 결제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도 변화의 중심에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이후부터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화폐 도입 여부와 시기는 미정이지만, 활용성 테스트부터 핵심기술 연구 등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은행, 카드사가 아닌 비금융 기업의 플랫폼 내에서 금융 서비스를 쓰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도 향후 금융 시장을 이끌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로 보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사는 아니지만, 플랫폼 안에서 외부 금융 서비스와 연계해 결제, 송금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은행의 기능을 다른 앱과 통합해 쓰는 ‘서비스형 은행(BaaS - Banking as a Service)’도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