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 스타트업] 2. 양자컴퓨팅, 왜 '지금'인가?
[IT동아]
미국의 미래학자이며 컴퓨터과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2045년 특이점(Singularity)이 도래하면, 지식은 3일마다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경에는 지식이 매달 두 배씩 확장되는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기하급수적 정보 증가 속에서 기존 디지털 컴퓨터의 한계가 명확해지고 있다. 다가오는 정보 폭증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양자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보 폭증 시대의 도래
최근 지브리 스튜디오 스타일의 이미지 변환 열풍은 기하급수적 정보 생성의 단면을 보여준다. 단순한 이미지 변환 과정에서도 수백만 건의 사용자 반응, 시각적 선호도, 감성 코드, 프롬프트 입력값 등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AI 모델에 의해 분석되고 재학습되며, '어떤 시각 언어가 사람의 감정을 자극하는가'와 같은 고차원적 인사이트로 전환된다. 이처럼 이미지 한 장의 생성만으로도 새로운 지식이 창출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렇게 폭증하는 정보의 흐름을 기존 컴퓨팅 구조로는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우리는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서 있으며, 양자컴퓨팅이 그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기술 혁신의 '골든타임'
기술의 패러다임 전환에는 언제나 '때'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된 것은 단순한 기술 발전 때문만이 아니었다. 통신 인프라, 배터리, 반도체 소형화, 앱 생태계 등 모든 조건이 맞물린 '골든타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양자컴퓨팅이 지금 주목받는 이유도 이와 같다. 1980년대부터 학계에서 연구되던 양자컴퓨팅이 이제 시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배경에는 다음 다섯 가지 임계조건의 동시 충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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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성숙: 큐비트 오류율을 낮추고, 물리 큐비트를 논리 큐비트로 전환하는 오류 보정 기술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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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유입: 2021년 이후 양자 스타트업에 40조 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몰리며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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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수요: 다양한 분야에서 양자컴퓨터의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제약사인 로슈, 머크는 양자 시뮬레이션으로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했고, 폭스바겐은 교통 흐름 예측과 물류 경로 최적화에 양자 알고리즘 적용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파생상품 가격 예측과 위험 분석에 양자컴퓨팅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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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의 등장: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클라우드 기반의 QaaS(Quantum-as-a-Service)를 제공하며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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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가속화: 미국의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를 비롯해 EU,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국가 예산을 확대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술 폭발의 징후들
스마트폰과 AI가 그러했듯, 기술의 전환은 특정 시점에 집중된 자원과 수요가 만나면서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양자컴퓨팅은 지금 그 임계점에 도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이온큐(IonQ), 리게티(Rigetti), 클래시큐(Classiq), 자나두(Xanadu), 파스칼(Pasqal) 등이 기술 고도화와 산업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DT, EYL, GQT등의 스타트업이 다양한 시범사업에 착수하며 성장세를 보이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대기업들은 양자암호통신과 양자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또한, 양자알고리즘을 활용한 문제 해결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양자컴퓨팅의 상용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전될 것이다. 기술은 지수함수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적용 시점은 종종 예측보다 앞서게 된다.
용기와 전략의 시간
'아직 이르다'는 생각은 종종 '이미 늦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기술의 판이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다. 양자컴퓨팅은 단순한 컴퓨팅 성능의 향상이 아닌, 문제 해결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변화를 수용할 용기와 미래를 준비할 전략이다. 국내 기업과 정부는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과 인재 육성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산업계는 양자컴퓨팅의 실질적 활용 사례를 발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 양자컴퓨팅에 주목해야 할 때이다.
글 / 오득창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이사
LG전자에서 23년간 기술/사업개발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고, 블루오션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민간 액셀러레이터 와이앤아처 부사장, 계명대 핀테크비즈니스학과 교수로 활동했다. 기술 기반 창업 생태계 조성과 퀀텀테크 스타트업 육성 전문가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