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장비 시장, 반도체에 붙은 불 ‘저장장치’로 옮겨가나?

강형석 redbk@itdonga.com

출처=코파일럿
출처=코파일럿

[IT동아 강형석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인공지능 서비스 기반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갖춘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시장의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반면, 인공지능 장비와 반도체 기업의 전망은 상대적으로 어둡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담감도 있지만,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전략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2025년 4월 30일(미국 현지 기준),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분기 매출 701억 달러(약 97조 2287억 원)로 시장이 예상한 685억 3000만 달러(약 95조 511억 원)를 상회한 것이다. 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424억 달러(약 58조 8088억 원)를 기록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전체 60% 가량을 클라우드 매출이 채운 셈이다.

아마존의 2025년 1분기 실적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2025년 5월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출 1557억 달러(약 215조 9559억 원)로 시장 예상치 1552억 9000만 달러(약 215조 3872억 원)를 상회했다. 이 중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 웹 서비스(AWS) 매출이 293억 달러(약 40조 6391억 원)로 이전 분기 대비 17% 성장했다.

2025년 4월 24일 발표한 구글의 2025년 1분기 실적도 매출 902억 3400만 달러(약 125조 1545억 원)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기대치인 893억 2000만 달러(약 123조 8868억 원)를 상회했다.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122억 6000만 달러(17조 46억 원)로 이전 분기 95억 7400만 달러(약 13조 2791억 원) 대비 상승했다.

반면, 2025년 1분기 실적을 먼저 공개한 인텔과 퀄컴의 평가는 엇갈렸다. 인텔 매출 127억 달러(약 17조 6149억 원), 퀄컴 매출 108억 4000만 달러(약 15조 350억 원)를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했으나 다음 분기 실적 예상치가 발목을 잡았다. 경제 침체와 관세 영향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 때문이다. 2025년 5월 6일 AMD와 슈퍼마이크로컴퓨터, 5월 28일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반도체ㆍ장비 기업의 실적 공개가 남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관세 적용 이전 실적보다 관세 적용 이후에도 성장 기조가 유지되는지에 관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센터 확보는 기본, 저장장치에도 집중하는 하이퍼스케일러

하이퍼스케일러의 고민은 급증하는 인공지능 데이터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모델 성능은 복합적 스케일링 법칙 때문에 매 6개월 단위로 2배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2025년 6월 이후에는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 센터 용량에 제약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데이터 성능 못지않게 저장장치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 CEO도 “아마존이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려면 인프라와 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있어야 한다. 2025년 하반기에는 용량을 증설해 더 많은 고객을 지원하고 사업 수익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서버와 데이터 센터의 투자를 확대한다. 선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는 “클라우드와 딥마인드 전반에 걸친 성장을 위해 서버와 데이터 센터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글은 2025년 1분기에 172억 달러(약 23조 8564억 원), 2025년 내에 총 750억 달러(약 104조 250억 원)를 지출할 예정이다. 2025년 2분기에는 클라우드 용량 증설을 바탕으로 매출 성장 변동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저장장치 제조사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따라 대용량 저장장치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웨스턴디지털
저장장치 제조사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장 확대에 따라 대용량 저장장치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출처=웨스턴디지털

저장장치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시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다.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추론연산장치(TPU) 성능이 뛰어나도 데이터를 담을 공간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고속저장장치(SSD)는 용량 대비 가격이 높아 총소유비용(TCO)에 부담이 따른다. 속도는 느려도 비용 대비 대용량 운용이 가능한 하드디스크(HDD)를 많이 쓰는 이유다. 데이터 센터가 증가할수록 하드디스크를 중심으로 한 저장장치 판매량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저장장치 기업의 2025년 1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씨게이트 테크놀로지의 2025년 1분기 매출은 21억 6000만 달러(약 2조 9959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했다. 대용량 저장장치 집중 전략이 매출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웨스턴 디지털도 2025년 1분기 매출 22억 9000만 달러(약 3조 1762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웨스턴 디지털은 2025년 1분기에 1210만 개 하드디스크를 판매했는데, 이 중 80만 개가 26TB~32TB 용량 제품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빙 탄(Irving Tan) 웨스턴 디지털 CEO는 “대용량 저장장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다음 분기(2025년 2분기)에는 26TB~32TB 제품을 100만 개 이상 출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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