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法] 전기차 화재 줄일 기술 살펴보니
복잡한 첨단 기능을 결합한 자동차에 결함과 오작동이 발생하면,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급발진 사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자동차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고 유형도 천차만별입니다. 전기차 전환을 맞아 새로 도입되는 자동차 관련 법안도 다양합니다. 이에 IT동아는 법무법인 엘앤엘 정경일 대표변호사(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와 함께 자동차 관련 법과 판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는 [자동차와 法] 기고를 연재합니다.
전기차는 기후 위기에 대한 해법 중 하나로 각광받으며,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배터리 화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면서, 법률적·기술적 안전장치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진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몇 년 사이 국내외 곳곳에서 전기차 화재 사례가 보도되며, 운전자뿐만 아니라 지하주차장·충전 시설 운영자, 나아가 제조사까지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한 책임과 예방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는 대형 인명 피해나 막대한 재산상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법률 책임 소재도 복잡하게 얽히기 마련입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전기차 화재를 줄이기 위해 최근 도입·개발 중인 기술을 살펴봅니다.
전기차 화재 위험의 특징과 대응 패러다임 변화
전기차는 내부에 고전압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습니다. 리튬이온 계열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늘려주지만, 과도한 열이 발생하거나 셀이 손상되면 ‘열폭주’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열폭주 상황에서는 기존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진압이 훨씬 어렵고 폭발 위험도 커집니다.
과거에는 배터리 열폭주 화재를 ‘일단 발생하면 진화가 매우 힘들다’고 보고, 최대한 발화 자체를 막는 방열 대책이나 충격 방지에 집중했습니다. 최근에는 ‘발생 가능한 불씨를 조기에 감지해 곧바로 진화’하는 능동적 접근이 주목받습니다. 배터리 내부에 소화 약제를 탑재하거나, 배터리 상태를 실시간 분석해 자동으로 경고·신고하는 시스템이 대표 사례입니다. 이 같은 대응 패러다임 변화는 사고 발생을 ‘0’으로 만드는 데만 매달리는 대신, ‘일단 발생해도 큰 피해 없이 최대한 신속히 막아내는’ 이중·삼중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대응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전기차 화재를 막기 위한 최신 기술 동향
가. 배터리 자동 소화 시스템(BSA)의 등장 최근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기술 중 하나는 배터리 내부에 ‘소방시설’을 갖추는 개념입니다. 배터리 모듈마다 분말 소화약제를 탑재하고, 배터리관리시스템과 연동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배터리 화재 대응을 ‘차량 외부 소화’에서 ‘차량 내부 소화’ 중심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고도화 배터리 정보 및 상태를 체크하고 제어하는 등 총괄 지휘 본부 역할을 하는 BMS의 중요성이 커집니다.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고, 사고 시 대응 기능을 갖췄는지 살펴야 하는데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 BMS 보호기능 평가 항목을 추가했는데, 크게 ▲상시 감시 ▲자동 신고 ▲사고 시 정보 저장 능력으로 구성됩니다.
다. 블록체인 기반 배터리 인증 중고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내 전기차 배터리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증명할 객관적 수단의 중요성도 커졌습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서비스로 블록체인 기반 배터리 성능 인증 플랫폼이 부상합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한 번 기록하면 위·변조가 어려워 배터리 상태 데이터를 투명하게 관리하는 데 적합합니다.
라. 검사·인증 기술의 발전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고전압 배터리, 절연저항, 저소음경고음 등 고유 특성이 있으므로, ‘전기차 전용 검사’가 필요합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개발 중인 검사장비 시제품으로는 ▲자동 절연저항 측정기 ▲경고음 출력 검사기 ▲실주행 모사 배터리 진단기 등이 있습니다.
또한 정부가 2025년 2월부터 시행하는 ‘배터리 사전인증제’는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아예 판매 이전 단계에서 정부가 직접 화재·충격·침수 테스트 등을 진행해 통과하도록 의무화합니다.
안전한 전기차 시대를 위한 노력
전기차 화재는 단일한 원인으로 귀결되지 않고, 배터리 제조·차량 설계와 운전자 사용 습관, 충전환경·관련 법규 등 다층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발생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배터리 자동 소화 시스템과 같은 혁신 기술, 배터리 사전인증제, BMS 보호기능 평가와 같은 강력한 제도 및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화재 징후가 생겨도 신속히 발견하고 자동으로 진화하며, 사고가 확대되지 않도록 막는’ 안전 체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이는 친환경 모빌리티로 주목받는 전기차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며, 교통사고의 또 다른 형태인 화재사고까지 예방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업계·정부·소비자 3박자가 고루 힘을 모은다면, 전기차가 미래 교통을 선도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둘러싼 걸림돌을 극복하고 더욱 완성된 교통 생태계를 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정경일 변호사는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고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제40기)했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교통사고·손해배상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