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산업, 명확한 업 구분과 그에 따른 합리적인 규제 필요”

한만혁 mh@itdonga.com

[IT동아 한만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과 한국핀테크산업협회가 4월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디지털자산 사업자 업무 구분 및 규율 체계 마련’을 주제로 제4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학계,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기존 제도가 다양한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규제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가상자산 관련 업무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규제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4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 출처=IT동아
제4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 출처=IT동아

등록제 도입 및 책임 범위 규정 필요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채상미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산업 진흥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가상자산사업자 유형 분류 체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채상미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행 VASP 분류를 소개하며 해당 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VASP를 거래소, 보관 및 관리, 전송, 중개, 지갑 등 5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그는 “현행 분류는 1세대 가상자산 중심의 단순한 구조를 반영한 것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대체불가토큰(NFT), 탈중앙화 자율 조직(다오) 등 탈중앙화 서비스 및 복합적인 모델을 포괄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시장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규제 공백이 발생하고, 이는 투자자 보호 약화로 이어진다”라고 강조했다.

VASP의 자격 요건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VASP로 신고하려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채상미 교수는 “신생 기업이나 중소 플랫폼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이라며 “이에 많은 프로젝트가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고, 사업자가 제도권 진입을 주저한다”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분류 체계를 적용하고 다양한 사업 모델이 제도권에 진입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등록제 도입 및 책임 범위 규정 필요성을 강조한 채상미 교수 / 출처=IT동아
등록제 도입 및 책임 범위 규정 필요성을 강조한 채상미 교수 / 출처=IT동아

이와 함께 채상미 교수는 업종별 규율 개선 방안도 제시했다. 채상미 교수에 따르면 자문업은 금융투자업 등록제처럼 자문업도 등록제를 도입하고, 제공한 정보와 위험 요소 설명을 기록 및 보관하는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평가업은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등록된 기관만 평가하고 평가 방식이나 항목의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또한 공시업의 경우 공적 통합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공시 정보의 형식과 항목을 정형화 및 표준화하고 위반 시 제재 조항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 디파이는 운영자 실명 등록을 의무화하고, NFT 및 다오는 증권성 판단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채상미 교수는 “업종별 규율 개선 방안은 각 서비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등록, 책임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미 교수는 “▲등록제 도입 ▲공적 통합 공시 시스템 구축 ▲디파이나 NFT 등에 대한 분류 기준 도입 ▲피해 발생 시 입증 책임, 운영자 책임 등 책임 원칙 명시 ▲새로운 유형의 가상자산에 대한 선제적인 규율 체계 정비 등을 통해 산업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도 보호하는 제도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진흥 위해 발행 및 투자업 허용해야

이어 한서희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산업 진흥 관점에서 본 가상자산사업자 유형 분류 체계’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한서희 변호사는 “VASP 유형은 매도, 매수, 교환, 이전, 보관, 관리, 중개, 알선 등으로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 신고된 VASP는 거래소, 보관 업자, 지갑 사업자뿐”이라며 “이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원활한 생태계 구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발행, 기관 투자자의 투자 허용, 일반 이용자의 참여, 이용자 간 유통이 원활할 때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데, 우리나라는 발행과 기관 투자자 투자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한서희 변호사는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발행 및 운용업을 추가해야 한다”라며 “지금 국내 규제는 교환 업자 중심이지만 건전한 산업 발전과 투자를 통한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자산운용업, 투자일임업, 투자자문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업 추가와 차등 규제를 강조한 한서희 변호사(우) / 출처=IT동아
업 추가와 차등 규제를 강조한 한서희 변호사(우) / 출처=IT동아

또한 한서희 변호사는 “업종별 규제 시 차등화가 필요하다”라며 “사업으로 인한 위험 요소 규모에 비례해 자본금을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나 보관 업자 등 고객 자산을 직접 취득하는 업자는 높은 자본금 요건을 적용하고, 고객 자산을 직접 보관하지 않는 운용업이나 자문업, 일임업은 자본금 요건이나 시스템 설비 구축 의무를 완화하되 인적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서희 변호사는 “산업이나 생태계 활성화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규제는 발행, 투자 부분이 공백 상태”라며 “가상자산에 특화된 투자 회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업자 규제를 만들 때는 업종을 세분화하고 각 사업자의 특성을 반영해 조건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명확한 업 구분과 규제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가 참여해 산업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명확한 업 구분과 규제 등 개선 사항을 제시했다.

오종욱 웨이브릿지 대표는 “명확한 업 구분과 규제가 없어 국내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라며 “가상자산 산업이 발전하려면 자문업, 일임업, 증권업, 평가업, 운용업이 명확하게 나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범근 퓨처리즘랩스 대표 역시 “현재 가상자산 전문 트레이딩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규제가 없어 해외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상황”이라며 “가상자산 운용업자에 대한 명확한 규제는 국가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류홍열 비댁스 대표는 “가상자산 업 구분은 행위보다 업태를 기준으로 해야 시장 상황을 반영한 법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거래소에 집중된 권한이 분산되고 각 업의 전문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4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참석자 / 출처=IT동아
제4차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을 위한 국회 포럼 참석자 / 출처=IT동아

김성진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장은 "가상자산 관련 복합 서비스, 업 분류 및 범위 명확성 등은 실무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다”라며 “업종에 따른 차등 규제 방향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며 규제 수준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VASP 진입규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과 특금법으로 이원화되어 있지만, 올 하반기에 나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법안을 통해 일원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세계 주요국은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해 사업자 유형을 명확히 규율하고 기능 중심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라며 “사업자 유형 및 유형별 규제를 마련하고 글로벌 프레임워크에 부합하면서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협회는 합리적인 규율 체계를 위해 국회, 금융당국, 산업계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