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ㆍIT 기기 관세 면제? 분류만 바뀔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IT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 출처=백악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IT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 출처=백악관

[IT동아 강형석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전 세계 산업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IT 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중국과 진행 중인 관세 전쟁은 시장의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미국 외 국가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아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미국 반도체 산업 협회(SI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미국 정부는 2025년 4월 2일(이하 현지 기준), 미국으로 수입되는 대부분 제품에 보편 관세 10%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일부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구분, 상호 관세를 부과했다. 대한민국도 여기에 포함되며 상호 관세 25% 부과 대상이다. 하지만, 중국이 상호 관세 부과에 반발하며 보복 관세를 적용했고 미국도 상응하는 조처를 했다. 중국은 상호 관세 125%와 펜타닐 유입을 문제 삼으며 추가한 관세 20%를 더해 총 145% 관세가 적용된다.

문제는 반도체 생산 및 스마트 기기, PC 부품 등 대부분 IT 기기가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될 때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데, 이는 미국 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 우려했는지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발표 초기부터 스마트 기기, PC 부품, 반도체 등 주요 전자제품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를 통해 반도체 및 전자제품을 상호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출처=백악관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를 통해 반도체 및 전자제품을 상호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출처=백악관

2025년 4월 12일, 미국 관세청은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에 따라 특정 관세 코드(HTSUS – Harmonized Tariff Schedule of the United States Codes) 품목을 상호 관세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대통령 각서(Presidential Memoranda)는 정책 방향 또는 특정 조치를 지시하기 위한 공식 문서다. 제외 품목으로는 ▲컴퓨터ㆍ컴퓨터 부품 ▲반도체 제조 장비 ▲스마트 기기 ▲네트워크 장비 ▲저장장치 ▲디스플레이 장치 ▲기타 반도체 제품 등이다.

중국에 적용된 125% 상호 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비록 국제 비상 경제권법(IEEPA)에 따라 펜타닐 관세(20%)가 적용되지만, 최악의 사태는 면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출처=트루스 소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 출처=트루스 소셜

그러나 2025년 4월 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국과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곧 열릴 국가 안보 관세 조사를 통해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자제품 관세 면제도 완전 면제가 아니라 다른 관세 분류의 적용을 곧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미국 내 생산을 강화해 중국 같은 적대적 무역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목표도 덧붙였다.

최악은 면했지만, 관세 부과로 반도체 및 IT 기기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출처=삼성전자
최악은 면했지만, 관세 부과로 반도체 및 IT 기기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 출처=삼성전자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적용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반도체 및 IT 기기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2025년 4월 8일에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메모리 모듈 및 고속저장장치 등 부품에 대해 관세 할증을 적용할 방침이라는 로이터 통신 보도가 있었다. 마이크론은 중국ㆍ대만ㆍ일본ㆍ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내 생산 거점을 통해 메모리(DRAM), 고대역폭 메모리(HBM), 낸드플래시(고속저장장치) 등을 생산한다.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그래픽용 메모리(GDDR) 메모리도 생산하는데, 엔비디아 제품에 많이 쓰인다.

마이크론이 관세 할증을 적용한다면 보편 관세(10%)와 중국 한정으로 적용된 관세 20%(펜타닐 관세) 등이 있다. 추후 관세 분류를 통해 별도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부담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론처럼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를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IT 기업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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