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 스포츠카 제조사 ‘로터스’ 77년 역사 장식한 슈퍼카 살펴보니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1948년에 설립돼 77년의 역사를 지닌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로 명성을 얻은 제조사다. 무게가 약 800kg에 불과한 경량 스포츠카 엘리스(Elise)와 엑시지(Exige)등이 그 예다. 이제 로터스는 내연기관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를 주력으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채비에 나섰다. 내연기관 시대 로터스의 역사를 장식한 스포츠카의 면면을 살펴봤다.

2025년형 에미라 / 출처=로터스
2025년형 에미라 / 출처=로터스

세븐부터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인 에미라까지…경량·공기역학 설계와 성능으로 명성 얻어

“힘을 더하면 직선에서 빨라진다. 그러나 무게를 줄이면 어디에서나 빨라진다.”

로터스 창립자, 콜린 채프먼(Colin Chapman)은 이 같은 제조철학으로 스포츠카를 양산했다. 그의 철학은 포뮬러 원에서 활약한 로터스 레이스카뿐 아니라 양산 스포츠카 라인업에도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1957년 로터스 세븐으로 시작해 최신 모델인 에미라까지, 동일한 원칙으로 차량을 제작한 덕분에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로 명성을 얻었다.

1957년~1973년 성인용 조립식 장난감 ‘로터스 세븐’

초창기 로터스의 일반도로용 자동차는 완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조립해야 하는 ‘키트’ 형태로 제공됐다. 1957년 출시된 로터스 세븐이 그 주인공이다. 오롯이 ‘달리기 성능’과 ‘운전 재미’를 위해 섀시 위에 엔진과 알루미늄 패널만 달랑 얹은 형태였다.

로터스 세븐 / 출처=로터스
로터스 세븐 / 출처=로터스

로터스는 1973년 세븐을 단종했는데, 당시 세븐을 취급했던 가장 큰 딜러사인 케이터햄이 판매 권리와 생산 시설을 인수했다. 현재 판매 중인 케이터햄 세븐의 모태가 바로 로터스 세븐이다.

1957년~1963년 경량·공기역학 설계로 르망 24시간 레이스 우승 ‘로터스 엘리트’

세븐과 같은 해에 등장한 로터스 엘리트는 2도어 4인승 쿠페 스포츠카다. 경량·공기역학 설계를 적용한 덕분에 차량 무게는 503kg, 공기저항계수는 Cd 0.29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풍동 테스트 시설조차 없었던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로터스의 엔지니어링 능력이 돋보인다.

로터스 엘리트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엘리트 / 출처=로터스

로터스는 특히 엘리트를 앞세워 유럽 최고 권위의 자동차 레이스, '르망 24시간 레이스(Le Mans 24 Hours)'에 참가해 여섯 차례나 우승하며 브랜드 명성을 널리 알렸다.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3명의 드라이버로 구성된 팀 구성원이 번갈아 운전하며 24시간 동안 서킷을 도는 방식의 대회다. 더 빠른 팀이 아닌 더 멀리 가는 팀이 우승을 차지한다. 이 대회 우승으로 로터스는 스포츠카의 속도뿐만 아니라 내구성까지 인정받게 된다.

1962년~1975년 2도어 경량 FR 로드스터의 시작 ‘로터스 엘란’

1962년 등장한 로터스 엘란은 유리 섬유 차체에 강철 백본 섀시를 조합한 스포츠카다. 700kg이 채 안 되는 가벼운 차체에 일명 ‘채프먼 스트럿’ 리어 서스펜션을 바탕으로 제작된 차량이다. 채프먼 스트럿은 구동축을 옆 방향의 힘을 받치는 암으로 이용한 후 이 구동축과 트레일링 암에 의해 A암을 구성하는 현가장치다. 콜린 채프먼이 고안해 로터스 자동차에 사용하면서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로터스 엘란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엘란 / 출처=로터스

엘란은 1558cc 가솔린 엔진과 4단 수동기어를 바탕으로 막강한 코너링 성능을 뽐냈다. 차체 길이는 3.6m로 오늘날 경차와 비슷하다. 경량 후륜구동 로드스터라는 설계 방식은 훗날 타사 스포츠카 개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1966년~1975년 로터스 최초의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 ‘로터스 유로파’

비슷한 시기 로터스는 ‘합리적인 가격의 양산 2인승 미드 엔진 스포츠 쿠페’ 제작을 목표로 또 다른 모델을 개발했다. 1966년 선보인 브랜드 최초의 미드십 후륜구동 스포츠카, 유로파가 주인공이다.

로터스 유로파 / 출처=로터스
로터스 유로파 / 출처=로터스

1080mm에 불과한 매우 낮은 차체 높이와 710kg의 공차중량, F1 레이스카 노하우를 담은 서스펜션 기술의 조합으로 스포츠카 마니아들을 열광케 한 모델이다.

1975년~1982년 GT 세그먼트에 도전장 내민 ‘로터스 에클라트’

1975년, 엘리트의 후계자로 등장한 에클라트는 루프라인이 트렁크 끝까지 떨어지는 패스트백 디자인과 뒷좌석을 갖춘 2+2 쿠페 차량이다. 당시 로터스 기준으로 꽤 큰 2.2L 엔진과 1055kg의 공차중량을 지녔다.

로터스 에클라트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에클라트 / 출처=로터스

에클라트는 특히 파워 스티어링과 3단 자동기어, 에어컨과 시가 라이터 등 다양한 편의 옵션을 갖춰 주목받았다. 로터스가 본격적으로 GT 세그먼트에서 경쟁할 신차를 출시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에클라트의 등장으로 로터스 라인업은 FR(앞 엔진·뒷바퀴 굴림)과 MR(중앙 엔진·뒷바퀴 굴림), 패스트백 GT 등 크게 세 줄기로 나뉘게 됐다.

1976년~2004년 가장 장수한, 가장 아름다운 로터스 ‘로터스 에스프리’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가장 사랑받았던 로터스를 꼽으라면 단연 에스프리다. 1976년 등장해 2004년까지 판매된, 로터스 역사상 가장 장수한 모델이다. 이탈리아 디자인 거장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길을 거쳐 탄생한 쐐기형 디자인과 백본 섀시, 미드십 후륜구동 파워트레인 구성이 돋보였다.

로터스 에스프리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에스프리 / 출처=로터스

특히 에스프리는 1977년 영화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 1992년 ‘원초적 본능’에 등장하며 눈길을 끌었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2월, 도산대로 플래그십 전시장에서 V8 3.5L 엔진을 얹은 블랙 색상의 에스프리 파이널 에디션을 전시하며 스포츠카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82년~1992년 에클라트 후속으로 개발된 패스트백 GT ‘로터스 엑셀’

로터스 2+2 패스트백 GT의 계보는 엘리트→에클라트→엑셀로 이어진다. 1982년, 당시 로터스는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파트너십을 맺고 2세대 셀리카 수프라 개발을 도왔다. 이를 계기로, 로터스는 나이든 에클라트를 대체할 엑셀을 출시할 수 있었다.

로터스 엑셀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엑셀 / 출처=로터스

로터스는 엑셀에 수프라와 같은 5단 수동기어와 드라이브 샤프트, 리어 디퍼렌셜, 도어 핸들 등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줄였다.

1989년~1995년 전륜구동 로드스터로 부활 ‘로터스 엘란’

첫 번째 엘란이 단종된 지 약 14년 만인 1989년 2세대 모델이 등장했다. 국내 소비자에겐 기아 엘란으로 친숙하다. 당시 로터스는 브랜드 진입장벽을 낮추고,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합리적인 가격의 경량 로드스터’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물이 엘란 2세대다.

로터스 엘란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엘란 / 출처=로터스

이같은 제품 콘셉트는 1990년대 ‘컨버터블 붐’을 일으킨 마쓰다 미아타, 포르쉐 복스터의 등장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1996년~2021년 진정한 미드십 후륜구동 경량 로드스터 ‘로터스 엘리스’

전륜구동으로 잠시 눈길을 돌렸던 로터스는 1996년, 2도어 미드십 경량 로드스터 엘리스를 출시했다. 오늘날 에미라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차량이다.

로터스 엘리스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엘리스 / 출처=로터스

1.8L 120마력 엔진을 얹고도, 725kg의 가벼운 공차중량을 지닌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6초 이내면 충분했다. 로터스의 노하우를 듬뿍 담은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는 운전의 재미를 선사했고, 이후 2002년 시리즈 2와 2011년 시리즈 3를 거쳐 후속 에미라로 거듭났다.

2000년~2021년 엘리스의 쿠페 버전으로 출발 ‘로터스 엑시지’

2000년대 들어 로터스는 엘리스를 밑바탕 삼아 쿠페 버전인 엑시지를 출시했다. 1.8L 가솔린 179마력 엔진을 시작으로, 193마력을 내는 트랙 버전도 선보였다. 2004년 출시한 시리즈 2부터는 본격적인 트랙 머신으로 엘리스와 차별점을 형성했다.

로터스 엑시지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엑시지 / 출처=로터스

리어 스포일러로 6배 이상 많은 다운포스를 만들었고, 1.8L 가솔린 슈퍼차저 246마력 엔진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4초에 끊었다. 2012년 시리즈 3부턴 V6 3.5L 350마력 엔진을 얹으며, 엘리스와 차별점을 형성했다.

2006년~2010년 보다 편안한 GT 스포츠카 탄생했으나 짧은 역사 기록 ‘로터스 유로파 S’

2006년, 로터스는 엘리스 시리즈 2 모델을 기반으로 제작한 유로파 S를 출시했다. 50년 전 등장한 유로파의 이름을 부활시키는 동시에 보다 편안한 승차감과 고급스러운 실내를 강조한 GT 성향의 미드십 후륜구동 스포츠카를 선보였다.

다만, ‘순수함’이 강점인 엘리스 플랫폼의 한계는 명확했다. 900kg 대 공차중량과 200마력을 뿜어내는 2L 터보 엔진은 굽잇길에서 운전의 재미를 줬지만, 이 차의 출시의도인 GT 성향을 진하게 풍기진 못했다. 결국 로터스는 4년 만에 유로파 라인업을 단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갖춘 에보라를 출시했다.

2009년~2021년 유로파의 완벽한 오답노트 ‘로터스 에보라’

유로파로 뼈아픈 예습을 거친 로터스는 후속 모델인 에보라를 출시했다. 4인승 그랜드 투어러 컨셉에 걸맞게 V6 3.5L 가솔린 단일 모델로 나왔으며, 공차중량은 자동변속기 기준 1.4톤으로 로터스 기준으로 꽤 무거운 차량이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짠 강건한 차체와 단조 알루미늄 서스펜션은 굽잇길뿐 아니라 장거리 고속주행에서도 탁월한 성능을 뽐냈다.

로터스 에보라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에보라 / 출처=로터스

2019년 6월 마지막으로 선보인 에보라 GT는 422마력의 최고출력, 시속 303km의 최고속도를 자랑했다. 그리고 2022년, 로터스는 모든 브랜드 2도어 스포츠카 라인업을 후속작인 에미라로 ‘단일화’한다.

2022년~현재 브랜드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로터스 에미라’

한국 시장에서도 판매 중인 에미라는 77년에 달하는 로터스 스포츠카 역사의 방점을 찍는 마지막 내연기관 모델이다. 여러 줄기로 나눴던 라인업이 하나의 차로 집약된 ‘통합 후속작’이기도 하다.

에미라는 경량 미드십 후륜구동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에보라가 가진 GT 스포츠카의 특성도 지녔다. 또한, 하이퍼카 에바이야를 쏙 빼닮은 외모와 흔치 않은 6단 수동변속기 옵션 등 에미라만의 희소가치를 지녔다. 에미라는 최근 1만 대 생산을 돌파하면서, 전 세계 소비자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로터스 에미라 / 출처=로터스
로터스 에미라 / 출처=로터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에미라의 파워트레인은 V6 3.5L 가솔린 슈퍼차저와 I4 2.0L 가솔린 터보차저 등 두 가지 라인업으로 나뉜다. 각각 405마력, 364마력의 최고출력을 뿜어낸다. 변속기는 V6가 6단 수동 및 자동, 2L는 8단 DCT를 사용한다.

IT동아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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