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AI 찾은 이재명 전 당대표, "AI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이 보인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0일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공식 행보로 서울시 강남구 소재의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를 찾았다. 이재명 전 대표는 지난달 2일, 민주연구원 유튜브 채널 ‘OPQR’에 출연해 국민·국부펀드를 바탕으로 AI 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을 설명한 바 있는데, 이번 퓨리오사AI 방문도 이와 무관치않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백준호 대표가 창업한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AI 모델 추론에 쓰이는 GPU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신경망 반도체(NPU)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첫 행보로 ‘퓨리오사AI’ 선택, 그 배경에는?
이재명 전 대표가 퓨리오사AI를 찾은 이유는 지난 2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업계를 달궜던 메타의 퓨리오사AI 인수설과 관련이 있다. 지난 2월, 美 매체 포브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메타가 퓨리오사AI에 약 1조 2000억 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퓨리오사AI는 경영권 매각을 거절했고,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에 계속 기여할 뜻을 밝혔다.
이후 3월 2일, 이재명 전 대표가 OPQR에 출연해 국부펀드 관련 제안을 했고, 3월 5일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관련된 발언을 했다. 백준호 대표는 “8년 전 창업 이후 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2000억 원 규모의 펀딩을 받았고 여러 정부기관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라면서, “하지만 국내 모험 자본이 많이 부족한 게 큰 도전”이라고 했고,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역시 “국내 모험자본 시장은 유니콘까지는 키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대화가 오가면서 이재명 전 대표 역시 국내 기업의 목소리를 듣고자 퓨리오사AI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전 대표, “첨단 분야,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
이번 만남은 ‘글로벌 기술 격전지에서 승부’라는 주제의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전 대표는 “최대 관심사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며, 먹고사는 문제나 일자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인공지능으로 인해 세상이 문자를 발명하는 것에 준하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라면서, “퓨리오사AI는 그 분야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 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 사회에 어떻게 대비할지 살펴보겠다”라고 모두발언했다.
이어서 백준호 대표는 “퓨리오사AI는 설계혁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AI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으로 8년 간 소프트웨어 스택을 밑바닥에서부터 쌓아왔고, 현재는 초거대 언어 모델을 시장성 있게 구동할 수 있는 2세대 레니게이드를 출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품과 관련해 SK하이닉스와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에서 협력하고 있고, 글로벌 고객과도 제품을 평가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갖고 전 직원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도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정영범 퓨리오사AI 상무가 사내 서버에 장착된 2세대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활용해, LG AI연구원의 초거대 언어 모델인 ‘엑사원 3.5’를 시연했다. 엑사원 3.5는 LG AI연구원이 자체 개발한 초거대 언어모델로 직군별 맞춤형 프롬프트, 데이터 분석, 멀티스텝 추론 시스템 등을 갖춰 산업 현장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한다. 시연은 엑사원 3.5 7.8b(78억 개) 모델이 사용되었으며, 최대 토큰 길이가 32K로 긴 문장에 대한 해석 능력이 좋다. 퓨리오사AI는 지난 2023년부터 LG AI 연구원과 차세대 AI 반도체 및 생성형 AI 관련 공동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비공개 간담회 이후 강유정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기자 대상 브리핑에서 “퓨리오사AI의 2세대 반도체도 시장경쟁력이 충분하지만, 차세대 반도체까지 준비하는 상황에서 자금력과 기술력, 인력 충원, 인프라 구축 등 필요한 부분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역할 내지는 지원의 필요성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오갔다”라고 말했다. 국부 펀드와 관련해서는 “(앞서 정책 발표를 통해) 100조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는데, 민간 자본도 들어오겠지만 정부의 지원도 상당 부분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 부분은 좀 더 정책적으로 다듬어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 직전, SNS로 100조 규모 AI 구상도 밝혀
한편 이재명 전 대표는 퓨리오사AI 방문 한시간 전, 페이스북을 통해 ‘AI 세계 3대 강국 도약, AI 투자 100조 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핵심은 ▲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강화해 K-AI 시대를 만들 것 ▲ AI 핵심 자산인 GPU를 최소 5만 개 이상 확보 및 AI 전용 NPU 개발 실증을 통한 기술 주권 확보 ▲ 공공 데이터 민간 개방 ▲글로벌 AI 공동 투자기금 조성 및 협력국 간 공용투자기금 조성 ▲ AI를 활용한 과학, 기술, 엔지니어링, 수학 교육 강화 외 지역별 거점 대학에 AI 단과대학 설립 등의 내용을 담는다.
특히 AI 기업과 관련해서는 불합리한 AI 규제로 위축된 바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하고, AI 산업 생태계 조성 관련 법과 특허법, 출입국관리법 등 규제 특례가 적용되는 AI 특구 적용 등 ‘AI 산업 융합’을 주도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하도록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워라밸이 가능한 AI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