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게이밍 기어로 게임 즐기려면 ‘지연 시간’이 중요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거추장스러운 선 연결 없이 자유롭게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무선 장비를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 키보드ㆍ마우스ㆍ헤드셋(이어폰) 등 선택지도 다양하다. 일반 사용자 외에 게이머 시장을 겨냥한 무선 장치(게이밍 기어)도 증가 추세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자료에 따르면, 무선 키보드ㆍ마우스ㆍ헤드셋(이어폰)의 소비자 선택 비율이 50% 이상일 정도다.
하지만, 무선 장비를 사용하다 보면 이상한 부분을 느낄 때가 있다. 입력이 조금씩 밀리거나 지연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게이머도 비슷한 불편을 겪는다. 입력과 동시에 반응하지 않아 간발의 차이로 경쟁에서 밀리기도 한다. 민첩한 일부 게이머는 지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차를 두고 입력하기도 한다. 무엇 때문에 무선 장치의 지연이 발생하는 것일까?
무선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게이머의 적 ‘지연시간’
게이머가 어떤 게임을 즐기는지에 따라 중점을 두는 요소에 차이는 있다. 화려하고 부드러운 화면 전환(그래픽)부터 선명한 소리(사운드), 끊기거나 지연 없는 반응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잘 되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게이머 다수는 끊김 없는 환경을 선호한다. 게임을 즐기는 중 화면이 끊기거나, 화면과 소리 출력 간 동기화가 안 되면 몰입을 해치기 때문이다.
화면이 끊기는 현상은 ‘스터터링(Stuttering)’으로 시스템 성능 저하가 큰 원인이다. 하지만, 입력 반응이 늦거나 화면과 소리 출력 간 동기화가 안 되는 것은 ‘지연 시간(Latency)’ 때문이다. 시스템 성능은 충분해도 입출력 장치의 성능 차이로 지연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스템은 입력ㆍ처리ㆍ출력 단계를 거친다. 게임 중 키보드ㆍ마우스로 기술을 입력하면 시스템은 입력 데이터를 처리한 후 화면과 소리로 결과를 출력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게임 내 데이터가 처리되는 시간 외에 입력 과정 자체에도 지연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무선 게이밍 키보드ㆍ마우스ㆍ헤드셋(이어폰) 등 입출력 장비의 지연 시간은 블루투스 또는 2.4기가헤르츠(GHz) 라디오 주파수(RF)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만 생각한다. 게이밍 장비 대부분이 쓰는 블루투스 무선 기술은 장치에 따라 다르지만, 약 8밀리초(ms, 1000분의 1초)에서 40밀리초(ms) 가량 지연이 발생한다. 환산하면 장치에 따라 0.008초에서 0.04초로 짧은 편이다. 무선 헤드셋(이어폰)도 마찬가지로 100ms~300ms 가량 지연이 있다. 2.4GHz RF 무선 통신도 평균 20ms, 특정 제품에 따라 10ms 이하 수준인 것도 있다.
중요한 것은 버튼 입력과 신호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시간이다. 이를 ‘입력 지연(Input Latency)’이라 부른다. 게임을 즐길 때 키보드 혹은 컨트롤러의 버튼을 누르면, 장치는 이를 인식해 신호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반응 속도가 느려진다.
기계식 키보드 같은 경우는 버튼(키)이 눌린 후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신호를 보낸다. 이 과정에서 진동이 발생, 깔끔한 신호 전달이 어려워진다. 정확한 신호 전달을 위해 입력한 버튼의 신호를 필터링하는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디바운싱(Debouncing)’이라 부른다. 제품에 따라 1ms~5ms 정도 소요된다. 마우스와 게임 컨트롤러 모두 동일한 과정을 거친다.
이어 신호를 처리하는 컨트롤러가 입력값을 처리해 PC로 전송한다. 컨트롤러는 신호를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일정 간격으로 입력 상태를 측정한다. 측정 주기는 1초에 처리하는 횟수가 중요하다. 측정 횟수가 많을수록 정확하고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 게이밍 키보드라면 1000Hz 전후로 신호를 측정하는데, 이는 1ms에 해당한다. 처리 신호를 PC에 전송하는 과정에도 시간이 소요된다. 제품에 따라 1000Hz(1ms)~8000Hz(8ms) 사양을 제공하며, 수치가 높을수록 정확한 입력이 가능하다.
입력부터 PC에 신호를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품에 따라 10ms~25ms 정도다. 또한 화면 주사율 60Hz 기준으로 처리 시간이 16.67ms가 필요하기에 신호 입력부터 화면 출력까지 최대 0.1초 정도 지연이 발생한다. 블루투스 기술을 쓰면 지연 시간이 더 길어진다. 블루투스 헤드폰(이어폰)에 전달되는 지연시간까지 더하면 상황에 따라 입력과 소리 출력이 어긋나게 된다.
반응 민감한 게임은 가급적 유선,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면 무선 장비로
기술이 발전했어도 무선 장비는 유선 장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긴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다만,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있다. 저지연 기술이 적용된 블루투스 장비 혹은 2.4GHz RF 무선 장비를 쓰는 것이다. 블루투스 5.0 이상 무선 장비는 저지연 기술이 대부분 적용되어 있어 사용에 문제는 없다. 헤드폰(이어폰)은 게이밍 오디오 프로파일 혹은 aptX 저지연(Low Latency)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최신 저지연 기술이 적용된 무선 장비 대부분은 고가이므로 구매 전 주의가 필요하다.
2.4GHz RF 무선 장비는 신호를 주고받기 위한 동글 연결이 필수다. USB 메모리와 비슷한 장치이므로 데스크톱 PC 또는 노트북 PC에 연결해 쓰면 된다. 단, 제조사의 헤드폰(이어폰)과 동글만 연결 가능하다. 동글 연결 규격은 USB-A형(사각형)과 C형(타원형)으로 나뉜다. PC는 단자 규격에 제약이 적지만, 모바일 기기는 USB-C형이 많으므로 구매 전 단자 형태를 확인하자.
게임에 따른 장비 선택도 중요하다. 혼자 즐기는 패키지 게임은 약간의 입력 지연이 있어도 상관없지만, 온라인 환경 내에서 경쟁하는 게임은 가급적 유선 장치를 쓰는 게 유리하다. ▲대전 격투 ▲1인칭 슈터(FPS) ▲다중접속 투기장(MOBA) ▲리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가 이에 해당한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