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음식물 처리기를 백색 가전 반열로, '이롭 더 그레블'
[IT동아 남시현 기자] 과거에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가 편한 것을 찾는 이들의 전유물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생활 가전의 반열에 들 만큼 대중적으로 쓰인다. 종량제 봉투를 쓰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지출이 큰 편이긴 하나, 매번 버리러 가야 하는 불편함은 줄이고 위생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는 크게 내부에서 쓰레기를 분쇄하며 열풍으로 건조하는 분쇄건조식, 미생물을 통해 생분해하는 미생물식, 그리고 습식 상태 그대로 분쇄해 하수관으로 버리는 디스포저식이다. 분쇄건조식은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빠르고 확실하게 결과물을 처리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하고 전기세도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최근에는 미생물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미생물 방식은 발효조 내 수분은 증발시키고, 유기물 성분은 미생물로 분해해 음식물 쓰레기의 양을 크게 줄인다. 미생물의 생존 환경을 적절히 갖춰야 하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필터 등 소모품 지출도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이외에도 디스포저식은 하수관로, 필터 시스템이 갖춰진 환경에서만 쓸 수 있고, 탄화건조, 부숙, 탈수 방식 등은 가정용 장치가 아니므로 논외다.
최근 분쇄건조식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미생물 방식, 그중에서도 발효보다 더 성능이 좋은 소멸 방식의 미생물을 활용하는 오하임앤컴퍼니의 음식물 처리기 ‘이롭(eerop) 더 그레블’로 그 효용성과 활용도를 짚어봤다.
24시간에 최대 2kg 처리, 사용자는 투입만 하면 돼
이롭 더 그레블 음식물 처리기는 24시간, 1회 최대 2kg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처리기다. 사이즈는 가로 310mm 세로 470mm, 높이 660mm, 무게는 18kg으로 큰 편이고, 상단 개폐식을 채택해 쓰레기통처럼 사용하면 된다. 제조사가 밝힌 소비전력은 평균 60Wh로 분쇄 건조 방식에 비해 크게 낮고, 소음도 37.3데시벨로 분쇄 건조 방식의 쿨링팬과 비교해 조용한 편이다. 손잡이는 제품 양 측면에 있고, 커버를 열면 상단에 플라스틱 삽이 내장돼 있어 처리물을 퍼내기 좋다.
타사 제품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점은 곰팡이나 물 맺힘 현상을 잡았다는 점이다. 기존 미생물 방식은 내부 습도가 너무 높으면 곰팡이 혹은 물 맺힘 등이 생기고, 악취나 가스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관리가 잘못되면 미생물이 떡지거나, 질퍽해지거나 사멸해 새로 미생물을 투입해야 한다.
이롭 더 그레블은 이와 관련해 습도를 유지하는 에어커트를 내부에 장착해 미생물 생존에 적절한 습도를 자동으로 유지한다. 에어커트는 빼서 청소할 수 있고, 상단의 도어 안쪽에도 밀폐를 위한 구조가 있다. 내부에 있는 배기필터도 탈착식이어서 빼서 청소할 수 있다. 만약 UV 램프 수명이 다했을 경우 직접 교체할 수 있다. UV램프는 서비스 센터에 주문한 다음, 뒷 쪽의 커버를 열고 UV램프 커넥터를 분리한 다음 내부에서 램프를 교체하면 된다.
탈취 시스템은 5단계다. 기본적으로 발효가 아닌 소멸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냄새는 적겠지만, 실내 환경에서 사용하는 데다가 별도로 소모성 필터를 장착하는 게 아니어서 탈취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 우선 내부의 배기 필터로 1차로 냄새를 거르고, UV 램프가 자외선 살균한다. 그다음 OH라디칼(수산기)로 한번 더 악취 성분을 살균 및 변형하고, 내부의 세라믹 흡착기로 잔여 유해 물질을 흡착한 뒤, 마지막으로 이온산화촉매가 잔여 냄새를 제거한다.
기존의 건조식은 두세 달 정도 지나 필터 수명이 다하는 시점이 오면 여지없이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동작하지 않더라도 냄새가 계속 난다. 일단 두어 차례 사용했을 뿐이지만 별도로 냄새가 새어 나오거나 가스가 발생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내부에는 교반기가 설치돼 있으며 분쇄 건조식보다 몇 배 낮은 약 60Wh의 전력만 소비한다. 교반기는 내부에 있는 미생물과 새로 들어온 음식물을 섞는 역할을 하고, 커버를 열면 작동을 멈춰 안전하다. 교반기는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고, 내부에 자동으로 산소와 온도 등을 유지해 미생물의 장기 생존을 돕는다. 미생물을 사용할 때는 아래에 있는 MIN(최소) 수준으로 미생물을 유지하고, MAX(최대)가 되면 최소 수준까지 처리 미생물을 퍼내어 일반 쓰레기나 퇴비로 처리한다.
한편 외부의 플라스틱이 백색의 탄탄한 느낌이라면, 내부의 녹색 플라스틱은 약간 탄력이 있는 느낌이다. 아마도 동작 중 발생할 수 있는 긁힘이나 충격 등을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상단에는 LED 디스플레이가 동작 상태를 알려준다. 상단의 부채꼴은 미생물 환경을 일곱 단계로 보여준다. 1단계에서 3단계는 건강한 상태, 5단계 이상부터는 수분이 과도하게 투입된 상태여서 제습 과정으로 진입한다. 디스플레이에 소멸중/투입가능이 있으면 언제든지 투입해도 되고, 내용물이 과투입되면 투입 중단이 표기되는데 이때는 넣지 않는 게 좋다. 투입 가능 그래프는 적절히 교반이 이뤄진 이후 약 1~2시간 이후에 활성화된다.
그 아래에 있는 아래 모드는 탈취, 제습, 절전 세 가지 모드가 제공되며, 장기간 미사용시에는 자동 절전모드로 전환돼 미생물 생존을 돕는다. 이때 절전은 약 1달까지지 유지된다. 투입이 없거나 소멸이 끝나면 절전 모드로 진입하고, 투입량이 많아 미생물이 질퍽이면 자동으로 제습 기능으로 진입한다. 아울러 팬, 램프, 교반, 드럼, 카트리지 다섯 개 중 오작동이 발생하면 고장 부품을 디스플레이로 표시하고 작동을 멈춘다.
소멸 인증 미생물, 편의성 좋지만 약간의 관심은 필요해
2020년 발간된 환경부 ‘음식물류폐기물 감량기 설치,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일 동안 50% 이상 감량 시 발효 인증, 15일 이내 75% 이상 감량 시 소멸 인증이 부여된다. 발효 방식은 하루만 음식물을 넣고 시험했을 떄 기준이고, 소멸은 15일 간 매일 음식물을 투입했을 때 감량값을 따진다. 따라서 소멸 인증을 취득한 방식이 훨씬 더 많은 음식물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미생물 역시 생물인 까닭에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입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산도, 다른 균의 유입, 분해 가능 여부, 수분 함유량 등을 고려해야 하고, 관리를 잘못하면 미생물이 모두 폐사할 수도 있다. 일단 이롭에 쓰이는 미생물은 소멸 인증이며, 음식물을 최대 98%까지 소멸한다. 맵거나 짠 음식 투입에도 강한 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신경쓰이는 미생물 관리는 기기 자체에서 산소공급, 온습도 및 유지 관리가 자동으로 처리된다.
미생물을 처음 개봉하면 기기에 넣고, 물 200ml을 함께 넣은 뒤 뚜껑을 닫고 6시간을 기다린다. 타사 제품의 경우 24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으니 빠른 편이다. 첫 투입은 6시간 배양 이후에 가능하고, 하루에 최대 2kg까지만 처리할 수 있다. 또 수박이나 배추, 수분이 많은 음식물을 과도하게 넣으면 미생물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가능한 물기를 제거하고 넣는다.
넣을 수 있는 음식물도 가려서 넣어야 한다. 뿌리나 심지 같은 단단한 것은 잘게 잘라서 넣어주는 게 좋고, 염도나 짠 음식은 한번 헹궈주고 넣으면 좋다. 칡 섬유나 노끈 같이 질기고 분해가 어려운 끈 같은 것은 교반기에 걸릴 수 있으니 미리 뺀다. 대신 분쇄건조 방식에서는 처리하기 어려운 전분기, 떡지기 쉬운 케이크나 빵류 등은 가리지 않고 넣어도 된다.
미생물을 최초 6시간 배양 후, 음식물 쓰레기 2kg을 직접 투입한 뒤 24시간을 보냈다. 이때 음식물은 귤껍질이나 보리차 같은 것부터 쇠고기 힘줄, A4 크기 다시마같이 크고 질긴 것도 같이 넣어봤다. 약 24시간이 지나자 음식물 쓰레기는 최초 상태와 거의 비슷해졌다. 큰 크기의 다시마는 바짝 마르면서 잘게 잘라져 있었고, 이외에 귤껍질이나 보리차 등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벽이나 상단부에 수분 맺힘도 전혀 없었고, 냄새는 약간의 미생물 원물 수준으로만 났다.
만약 동일 조건을 다른 분쇄건조 방식을 사용했다면 당장 큰 다시마가 걸렸을 가능성이 크고, 힘줄은 그대로 말라서 처리가 잘 안 됐을 것이다. 또 처리 이후에는 비워줘야하는 불편함도 있고, 필터 수명이 다해갈수록 냄새도 난다. 냄새나 결과물, 작동 시 소음, 처리 시간까지 전반적인 측면에서 훨씬 이상적이다.
음식물 처리기보다 생활 가전 느낌, 활용도도 인상적
기존에 건조 방식 처리기의 가장 큰 단점은 투입물을 가려서 넣어야 하는 점, 주기적인 필터 교환으로 인한 비용 부담, 건조 시 내벽에 단단히 달라붙어 사용할수록 비위생적으로 변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미생물 방식 역시 소비자가 관리를 해야 하고, 곰팡이가 생기거나 미생물이 사멸할 수 있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롭 더 그레블은 관리의 편의성을 훨씬 잘 잡은 편이다. 제품 자체가 크고 무겁긴 하지만, 그만큼 처리량도 많다. 필터 소모가 없으니 추가 부담도 없고, 곰팡이나 물 맺힘을 방지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배기필터나 에어커트도 떼내어 청소할 수 있고, 디스플레이로 현재 동작 상황 및 조건도 알 수 있다. 기기 자체에서 미생물의 생존을 관리하는 점도 좋다.
누가 얘기하지 않는다면 백색 가전으로 볼 만큼 깔끔한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이롭 더 그레블의 3월 6일 기준 인터넷 최저가는 83만 원대다. 분쇄 건조 방식의 처리기가 40만 원에서 70만 원, 고가 제품이 9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가격 자체는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추가로 필터 비용이 없고, 저가의 미생물 방식에 비해 관리가 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할만한 가치는 있다. 음식물 처리기가 아닌듯한 깔끔한 디자인, 미생물 방식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싶은 사용자라면 괜찮은 선택지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