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굴 가고 인공지능 왔다" 지포스 RTX 50 구매 대란, 굳이 지금 사야되나?

강형석 redbk@itdonga.com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90 파운더스 에디션 그래픽카드 / 출처=엔비디아
엔비디아 지포스 RTX 5090 파운더스 에디션 그래픽카드 / 출처=엔비디아

[IT동아 강형석 기자] 조립 PC 시장에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주목받는 가운데, 소비자 불만도 커졌다. 차세대 그래픽카드가 출시됐지만,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래픽카드를 구매하고자 소수에게 구매 권한을 주는 이벤트에 응모하거나, 아침 일찍 용산 전자상가를 찾아 줄을 서기도 한다.

이런 풍경은 지포스 그래픽카드가 출시될 때마다 벌어지는 것으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포스 ▲GTX 10 ▲RTX 20 시리즈 이후, 신제품 출시가 이뤄질 때마다 공급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에 채굴, 지금은 인공지능... 신제품 출시마다 공급ㆍ수요 불균형 발생

문제가 극에 달한 시기는 암호화폐(디지털 자산) 채굴이 주목받던 때다. 채굴에 GPU가 효과적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를 있는 대로 담아갔다. 채굴 시장에서 인기 있던 그래픽카드는 6GB~8GB 이상 비디오 메모리(VRAM)를 탑재한 중급기 이상 제품이었다.

지포스 GTX 1060 6GB 급 제품을 중심으로 수요가 상승한 이유는 암호화폐 채굴이 그래픽 처리장치 성능 못지않게 비디오 메모리 용량을 많이 점유하기 때문이었다. 당시 대부분 암호화폐 채굴 실행기들이 5GB 전후로 비디오 메모리를 점유했다. 따라서 6GB 이상 비디오 메모리를 탑재해야 최적의 채굴 성능을 제공했다.

지포스 RTX 20 시리즈 출시 이후에도 암호화폐 채굴 수요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시들했던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채굴 수요가 급등했다. 이때도 비디오 메모리 6GB~8GB 이상 탑재한 그래픽카드들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정도였다.

채굴자는 비트코인 보상을 얻기 위해 연산 능력이 더 좋은 CPU와 GPU를 사용한다. 출처=엔바토엘리먼트
채굴자는 비트코인 보상을 얻기 위해 연산 능력이 더 좋은 CPU와 GPU를 사용한다. 출처=엔바토엘리먼트

지포스 RTX 30 시리즈 출시 시기였던 2020년 12월에도 암호화폐 채굴 열기는 식지 않았다. 출시 당시 최고 사양을 자랑했던 지포스 ▲RTX 3080 ▲RTX 3090 등이 순식간에 팔려 암호화폐 채굴업자 손에 들어갔다. 중급기인 지포스 RTX 3060이 출시되던 시기에는 서로 웃돈을 주면서 입고 전에 가져가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정도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그래픽카드 수는 줄었고, 자연스레 제품 가격은 출시 가격 대비 2배~3배 가량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 전용 그래픽 처리장치를 선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만 가능했기에 시장에 되파는 것까지 고려한 채굴업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지포스 RTX 40 시리즈 출시 즈음에는 암호화폐 채굴이 아닌 인공지능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연구소 ▲기업 등이 구매 경쟁에 가세했다. 엔비디아는 전문가 시장을 위해 ▲RTX 2000 ▲RTX 4000 ▲RTX 5000 ▲RTX 6000 등 프로페셔널 그래픽 솔루션을 보유 중이다. 동급 지포스 그래픽 처리장치 대비 비디오 메모리 용량이 커 여유로운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고가인 데다 공급이 부족한 탓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포스 그래픽카드에 눈길을 주고 있다. 엔비디아 RTX 5000 32GB(에이다)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약 770만 원 가량이지만, 유사한 사양을 가진 지포스 RTX 4080 슈퍼 16GB는 200만 원 정도면 구매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곡된 가격에 칩 불량 문제까지, RTX 50 지금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2025년 1월 공개와 함께 판매를 시작한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도 공급 문제를 겪고 있다. 폭발적인 수요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지포스 RTX 5090의 가격은 1999 달러(약 285만 4570원)로 세금과 기타 비용 등을 고려해도 350만 원대 전후로 판매되는 게 적절해 보이지만, 온라인 쇼핑몰 내에서는 정확한 가격을 찾기 어렵다. 일부 중고 거래 사이트를 검색하니 600만 원대 전후로 되팔고 있었고 심한 경우에는 700만 원~800만 원에 등록한 게시글도 눈에 띄었다. 초기 판매 가격의 2배 이상인 셈이다.

중고 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 출시 가격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가가 형성된 상태다 / 출처=중고나라
중고 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지포스 RTX 5090 그래픽카드. 출시 가격 대비 2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가가 형성된 상태다 / 출처=중고나라

지포스 RTX 5080 그래픽카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공식 출시 가격은 999 달러(약 142만 6500원)다. 기타 비용을 더해도 180만 원~200만 원 사이에 형성되지만, 온라인 쇼핑몰에서 250만 원~300만 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공급 부족 현상과 함께 그래픽 처리장치 불량 논란까지 터졌다. 일부 지포스 RTX 50 그래픽카드 중 그래픽 처리 과정에 필요한 래스터 동작 라인(ROP – Raster Operations Pipeline)이 모두 작동하지 않아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25년 2월 21일 미국 ITㆍPC 전문 매체 테크파워업(TechpowerUP)에 따르면, 지포스 RTX 5090의 ROP가 176개가 아닌 168개가 적용된 것으로 표시됐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극히 일부 제품에 해당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10% 수준의 성능 저하가 있기에 당분간 시장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가격만 놓고 봤을 때, 지포스 RTX 50 시리즈 그래픽카드를 당장 구매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초기 공급 문제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공식 가격의 2배~3배 이상 지불하며 사용해야 할 가치를 느끼는 게 아니라면, 가격 및 품질 안정화 시기가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것도 합리적인 소비 방법 중 하나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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