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기본기, 완성도에 집중한 그래픽 카드, 인텔 아크 B580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2년 3월, 인텔이 24년 만에 다시 외장형 그래픽 카드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기존의 그래픽 카드는 CPU에 내장된 형태로, 화면 투사나 영상 재생, 가벼운 작업 수준의 성능이었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GPU 가격 상승으로 보급형 그래픽 카드 시장에 공백이 생기자 인텔이 직접 외장 GPU를 출시하기에 이른다. 이 브랜드가 인텔 아크(Arc)다.
첫 인텔 그래픽 카드인 아크 A770 및 A750은 경쟁 제품 대비 높은 VRAM 메모리를 보유하고, 인텔 CPU와 GPU를 동시에 활용하는 딥링크 기술을 적용한다. 초기에는 드라이버 호환성 부족으로 논란이었지만, 지금은 40만 원대 이하에서 최고의 영상 작업용 그래픽 카드로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A580, A380, A310 등의 파생형 제품이 출시됐다.
2세대 아크 그래픽 카드는 코드명 ‘배틀메이지’로 불리며, 지난해 12월 공식 출시됐다. 주요 변경점은 △ 게임 업스케일링 기술인 인텔 XeSS 2를 정식 지원 △ 내부 벡터 엔진을 SIMD8 병렬 구조에서 SMID 16 구조로 변경해 드라이버 작업 효율 및 안정성 향상 △ L1 캐시 향상 등 전 세대 대비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엔비디아 RTX 4060을 겨냥한 인텔 아크 B580의 실질적 성능과 작업 효율을 짚어본다.
엔비디아 RTX 4060 Ti, AMD 라데온 RX 7600XT와 경쟁
인텔 아크 B580은 TSMC N5 공정으로 제조된 Xe2 마이크로 아키텍처 기반 GPU를 탑재하며, 20개의 Xe 코어와 5개의 렌더 슬라이스, 20개의 실시간 광선 추적 유닛을 갖춘다. 하위 모델은 B570은 18개의 Xe 코어, 5개의 렌더링 슬라이스, 18개의 실시간 광선추적 유닛이 적용된다. 아크 B580의 동작 속도는 2670MHz며, int8 기준 처리 속도는 233TOPS(초당 1조 번 연산, 초당 233조 번 연산)다.
동급 대비 높았던 메모리 성능은 재조정됐다. 아크 B580 메모리는 12GB GDDR6를 탑재하며, 192bit 메모리 인터페이스와 초당 456GB의 대역폭을 갖는다. B570은 10GB GDDR6, 160bit 메모리 인터페이스 및 초당 380GB 대역폭이다. 전작인 A770이 16GB GDDR6에 256bit 인터페이스, 초당 560GB 대역폭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하향 조정인데, 하향 조정에도 경쟁사 대비로는 높다.
경쟁 제품인 AMD 라데온 RX 7600의 경우 8GB GDDR6 메모리에 128비트, 초당 288GB 대역폭이고, 엔비디아 RTX 4060도 8GB 메모리에 128비트다. 메모리 비트가 높으면 고해상도 게임이나 영상 재생 시 더욱 원활한 처리 능력을 보인다.
전작처럼 화려한 LED는 빠졌지만, 방열 해소를 위해 더욱 최적화된 구조를 갖췄다. 우선 전원 입력이 8핀+6핀에서 8핀으로 줄었고, 기판 길이도 8인치에서 6인치로 짧아졌다. 또한 공기 흐름 구조도 후면 및 하단 흡기, 측면 및 후면 배기로 바뀌었다. 후면 인터페이스는 HDMI 2.1, 디스플레이 포트 2.1을 지원하며, 최대 8K(7680x4320) 120Hz를 지원한다. 모니터는 구성에 따라 네 대 연결할 수 있다.
인텔 딥링크로 우수한 영상 작업 효율 보여
인텔 아크 그래픽 카드는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 이후 출시 CPU와 연결 시 두 장치가 동시에 연산을 처리하는 인텔 딥링크 하이퍼 인코딩이 활성화된다. 단순 성능면에서는 타사 대비 중급 정도지만, 영상 처리에 한해서는 몇 등급 이상의 성능 효율을 보여준다. 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에 2분 13초, 1.8GB 용량의 4K 영상을 입력하고, H.264 포맷으로 1080p 30프레임으로 변환했다.
대조군으로 쓰인 AMD 라이젠 9 7950X 및 라데온 RX 7900XT 20GB는 데스크톱 성능으로도 최고 수준에 속하는데, 이 PC로도 변환에 걸린 시간은 1분 12초다. 반면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와 인텔 아크 B580 12GB를 조합한 결과에서는 34초 만에 끝났다. CPU의 작업 성능이 약 10% 이내인 점을 감안하면 그래픽 카드가 처리 작업에 관여한 효과가 여실히 드러난다.
작업 역량, 게이밍 성능은 전작보다 조금 나아진 수준
테스트에 사용한 데스크톱은 에즈락 Z890 타이치 메인보드에 2.19 버전을 설치했고, 윈도우 24H2 최신 빌드를 사용했다. 메모리는 32GB DDR5가 사용됐다. 작업 성능은 화상회의, 문서 작업, 이미지 편집, 3D 렌더링 등을 복합적으로 수행한 뒤 점수를 환산하는 PC마크 10 벤치마크를 사용했다. 대조군은 동일한 시스템에 인텔 아크 A770 16GB를 사용했다.
앱 실행 성능 및 화상회의, 웹 브라우징 성능을 뜻하는 에센셜 항목에서는 1만 1964점, 엑셀 및 워드 성능인 생산성 항목에서는 1만 693점, 사진 및 영상 편집, 3D 렌더링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콘텐츠 창작은 1만 8816점을 획득했다. 동일 테스트서 아크 A770은 각각 1만 1160점, 8880점, 1만 9856점을 획득했다. 아크 A770의 메모리가 16GB인 만큼 후처리 작업에서는 유리했고, 이외의 성능 차이는 비슷하다.
게이밍 GPU로의 성능은 근소하게 올랐다. 게이밍 성능을 변별력 있는 점수로 환산하는 3D마크 : 파이어스트라이크를 진행했다. 이때 인텔 아크 B580의 파이어스트라이크 그래픽 점수는 3만 5914점으로 확인된다. 전작인 아크 A770이 각각 2만 7900점대인 것을 감안하면 메모리는 줄어도 성능 자체는 좋아졌다. 그래픽 점수로는 AMD 라데온 RX 7600 XT의 3만 1500점대, 엔비디아 RTX 4060 Ti 8G의 3만 4400점대보다 높고 RTX 4070의 4만 4000점대보다는 아래다.
인텔의 프레임 보간 기술인 XeSS도 2세대 들어 성능이 크게 올랐다. XeSS는 AI 기반으로 프레임을 생성해 별도 소프트웨어 없이도 게임 프레임을 끌어올릴 수 있다. 1세대까지는 업스케일링 기능만 있었으나, 2세대는 AI 업스케일링 기술인 XeSS SR(슈퍼 레졸루션), 프레임을 끼워 넣는 기술인 XeSS FG(프레임 제너레이션), 지연 최소화 기술인 XeLL(로우 레이턴시) 세 개가 같이 동작한다. XeSS 지원 게임은 2022년 출시 이후 현재까지 150여 개 이상인데, XeSS는 이제 막 출시돼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아크 B580의 XeSS 성능을 3D마크: XeSS 기능 테스트로 확인한 결과, 31.27프레임을 148% 늘린 77.72프레임으로 재생해 1.5배 가까운 향상을 보였다. 전작인 아크 A770은 동일 테스트에서 29.52프레임을 50.2% 늘려 44.34프레임으로 늘리는 수준이었다. XeSS 확산이 더디긴 하나, 인텔 노트북 등과도 공유하는 기능이어서 추후 활용도가 기대된다.
실제 게임 해보니··· FHD 최상 혹은 QHD 중상옵션 기대
사이버펑크 2077 내장 벤치마크로 성능을 측정했다. FHD 해상도에 울트라 옵션을 적용한 결과에서는 평균 96.36프레임, 최소 81.49프레임으로 준수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 정도 결과면 QHD(2560X1440) 해상도에서도 60프레임을 유지할 수준이다. 이어서 FHD 울트라에 레이트레이싱: 울트라 설정을 적용하고, 인텔 XeSS 1.3을 적용한 결과도 시험했다. 이때 평균 프레임은 69.60, 최소 프레임도 60.85로 안정적이었다.
이달 출시된 킹덤 컴: 딜리버런스 II를 FHD 최상 옵션으로 적용한 뒤, 약 3분 간 플레이한 결과를 바탕으로 프레임을 측정했다. 이때 인텔 아크 B580은 최소 34.8프레임, 평균 77.2프레임을 제공했다. 하위 1% 프레임은 29.9프레임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수준으로 확인된다. 킹덤컴 II의 사양은 인텔 코어 i7-13700K 및 32GB 메모리, 엔비디아 RTX 4070으로 테스트 사양보다 근소하게 높다. 실제 사용한다면 최적화가 잘 된 최신 게임을 무난하게 60프레임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게임은 2023년 출시된 호그와트 레거시다. 호그와트 레거시는 FHD 최고 옵션으로 설정한 뒤 가장 연산량이 많은 비행 및 전투만 수행했다. 이때 평균 프레임은 83.5프레임, 최소 프레임도 43.5프레임으로 확인되는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60프레임 방어에 문제가 없다. 제한적으로 실시간 광선 추적 등을 설정해도 무난한 수준이다.
가격대 성능비, 작업 우선시하는 조건에 적합
인텔 아크 B580의 핵심은 영상 처리 효율이다. 앞서 아크 A770 역시 게임 성능으로는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이 아니었지만, 가격대비 높은 메모리 용량 및 성능, 그리고 인텔 딥링크의 높은 영상 처리 성능 덕분에 영상편집용 컴퓨터 용도로 각광받았다. 아크 B580 역시 마찬가지로 아키텍처 개선을 통한 확장성 확보, 여전히 충분한 메모리 용량 및 성능 등의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 RTX 50 시리즈와 비교하기엔 부족하지만, RTX 4060 Ti의 대체제로는 충분하다.
가격은 인텔 아크 B580이 41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미 단종된 RTX 4060 Ti가 68만 원대, RX 7600 XT가 50만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경제적이다. 보급형 게이밍 데스크톱, 영상 작업용 PC를 구성한다면 생각해 볼 제품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