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성능과 배터리 효율의 극적인 조화, 삼성 갤럭시 북5 프로
[IT동아 남시현 기자] 2000년 대 초 인텔 센트리노 모바일 플랫폼이 노트북 시장을 구축한 이래, 얇고 가벼우면 성능이 부족하고, 성능이 높으면 배터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공식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소비자들도 수십 년 간 학습을 거치며 이 공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였고, 제조사도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출시된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코드명 루나레이크는 기존의 노트북 성능 공식을 완전히 벗어나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의 전체 성능은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1 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부족함 없는 CPU 성능과 Arm 계열에 맞먹는 경이로운 전력효율, GTX 10 외장 그래픽에 준하는 내장 그래픽 성능을 바탕으로 CPU와 GPU, 배터리 효율의 최적선택점을 보여준다. 또한 CPU와 GPU, 신경망 처리 장치(NPU)의 탑재로 최대 120TOPS의 인공지능 처리 성능을 갖춰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PC 등 AI PC로의 활용도도 갖췄다. 올해 1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북5 프로를 바탕으로 2025년식 노트북의 진면모를 살펴본다.
박막 처리된 알루미늄 하우징으로 내외관 완성도 높여
삼성전자 갤럭시 북5 프로는 대각 기준 35.6cm의 14형 모델, 40.6cm의 16인치 모델 두 가지로 출시된다. 색상은 두 제품 모두 그레이 및 실버 두 가지로 출시되며, 무게는 14형이 1.23kg, 16형이 1.56kg이다. 프로세서는 16GB 메모리를 갖춘 인텔 코어 울트라 5 226V 및 울트라 7 256V, 32GB를 탑재한 울트라 7 258V 세 개 모델 중 선택할 수 있고, 저장 공간은 16GB 모델은 512GB만 선택 가능, 32GB 모델은 512GB 및 1TB가 제공된다. 리뷰에는 울트라 7 256V 모델이 쓰였다.
제품 자체가 사무용 라인업이어서 전반적인 디자인과 외관, 외부입력 인터페이스는 작업 용도에 최적화 돼있다. 두께는 16형이 155mm고, 디스플레이 후면과 하판, 내부 구조까지 모두 표면 박막처리된 알루미늄 소재다. 전작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으나, 도색이 아닌 표면 자체의 형질을 바꾼 재질이어서 오래 써도 깨끗한 외관을 유지한다. 단 찍힘, 파임에는 약하니 조심해야 한다.
외부입력 인터페이스는 좌측에 최대 8K 60Hz 입력을 지원하는 HDMI 2.1 단자, 충전 및 데이터 전송을 겸하는 썬더볼트 4 겸 USB 4 단자 두 개가 있고, 좌측에 마이크로 SD 슬롯과 USB-A 3.2 단자, 오디오 단자가 있다. 터치패드는 전 세대보다 조금 더 넓어졌고, 손바닥 등을 세밀하게 감지해 입력 오류를 방지한다.
P3 100%, 델타 E 1 이하의 전문가 급 OLED 모니터 탑재
디스플레이는 14 및 16인치 모두 WQXGA+(2880x1800) 해상도 다이내믹 AMOLED 2X 터치스크린을 갖췄다. 주사율은 최신 추세에 맞게 120Hz를 지원한다. 화질 확보를 위해 표면은 글레어 패널을 사용했고, 저반사 처리가 적용돼 약간 파란빛이 돈다. 데이터컬러 스파이더X엘리트 2를 활용한 디스플레이 테스트에서는 웹색역에 해당하는 sRGB 100%, 미국 영화산업 표준인 P3 색역도 100%, 사진 편집 영역인 어도비RGB는 96%로 확인된다.
기본 교정의 감마값은 표준 2.2에 가까운 2.3으로 잡혀있고, 색온도는 D65보다 소폭 높은 7500K이다. 이미지나 영상 편집 시에는 백색을 표준보다 조금 더 파랗게 표현하는데, OSD 기능 변경을 통해 색온도를 따뜻하게 바꾸면 된다.
밝기는 0%에서 4니트, 25%에서 36.5니트, 50%에서 91.9니트, 75%에서 254니트, 100%에서 412니트 수준이며, HDR 콘텐츠에서는 더 높은 밝기를 지원한다. 암부 대응 시 소자를 꺼버리는 OLED 특성상 대비는 무한대로 측정된다. 실제 인쇄물에 가깝게 표현하는 낮은 밝기 재현 성능은 전원 시 밝기 60%, 배터리 시 밝기 64% 수준에서 120니트로 설정된다.
12가지 색상을 기준으로 측정한 색상정확도, 델타 E 값은 최소 0.09, 최대 0.83, 평균 0.47로 전문가의 육안으로도 색상 차이를 판별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북5 프로 디스플레이는 전문가의 서브 모니터로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OLED 특성상 LCD 기반에서 보이는 것과 결과물이 다르니 작업에 주의가 필요하고, 화면이 고정되는 번인 현상에 대한 우려도 지울 수는 없다.
MS 코파일럿+PC 인증, 갤럭시 AI 기능도 함께 제공돼
지난해부터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AI PC다. 프로세서의 인공지능 처리 성능을 활용해 다양한 생산성 작업을 수행하는 것인데, 지금은 인터넷으로 서버와 연결해 쓰는 기능이 많지만 점차 프로세서 자체에서 처리하는 기능이 늘고 있다. 갤럭시 북5 프로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의 AI PC 인증인 코파일럿+PC여서 현재는 물론 추후에 추가될 AI 기능도 쓸 수 있다.
대표적인 기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화형 AI인 코파일럿이며, 추후 AI 기반 작업 검색 기능인 리콜도 추가된다. 갤럭시 AI 기능으로는 모니터 화면의 주요 정보를 검색하는 AI 셀렉트, 삼성 갤러리로 보고 있는 이미지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사진 리마스터, 보고 있는 영상의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하는 라이브 캡션 기능 등이 제공된다. 코파일럿+PC 및 갤럭시 AI의 새로운 기능은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내장 그래픽 엔비디아 GTX 1650 수준, 최신 게임도 타협 실행
갤럭시 북5 프로에 탑재된 인텔 코어 울트라 258V는 4개의 성능 코어와 4개의 효율코어로 총 8개 코어 구성이며, 16GB LPDDR5X 메모리를 내장한다. CPU 자체에 메모리가 내장됨으로써 전 세대 대비 입력 지연은 크게 줄고 전력 효율은 상승했으나, 메모리 교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물론 최근에는 워크스테이션이나 게이밍 노트북 이외에는 SO-DIMM 슬롯 형태로 메모리 교체를 지원하지 않으니 단점보다는 추세에 따른 특징이다.
코어 하나에서 여러 작업을 처리하는 하이퍼스레딩이 제외돼 다중코어 성능은 전작보다 조금 부족하나, 그럼에도 CPU 성능은 인텔 코어 i5-11400F같은 데스크톱 프로세서, AMD 라이젠 7 6800U 수준의 노트북과 비슷하다. 내장 그래픽은 인텔 2세대 Xe 코어를 사용해 이전 세대와 비교해도 성능 자체가 약 1.5배 올랐다. 단순 성능 구성으로는 2021년에 150만 원 정도로 맞춘 중급형 PC와 비슷한 수준인데, 배터리 효율을 생각하면 우수한 결과다.
게이밍 성능을 변별력있게 확인하는 3D 마크: 파이어스트라이크 테스트로 CPU, GPU 성능을 각각 구분했다. 측정 결과 그래픽 점수는 9801점, CPU 점수는 2만 2002점으로 확인된다. 이는 엔비디아 GTX 1650 모바일, 엔비디아 MX550보다 높고, RTX 4050 모바일의 절반 수준이다. 애초에 사무용 노트북으로 최신 외장 그래픽 탑재 노트북의 절반까지 따라잡았다는 점 자체가 대단한 결과다.
CPU 성능도 12세대 인텔 코어 i5-12400F의 2만 3400점대, AMD 라이젠 5 5600의 2만 3700점대에 근접한다. 외장 그래픽은 아니어서 게이밍 노트북처럼 쓸 순 없지만, 약 2년 전 출시된 최신 게임도 FHD 해상도에 성능 타협만 거치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다.
2023년 출시된 호그와트 레거시를 FHD 높음 옵션으로 실행했다. 해당 게임의 권장 사양은 인텔 코어 i7-8700 및 라이젠 5 3600, 16GB 메모리에 엔비디아 GTX 1080 Ti 및 라데온 RX 5700 XT로 높다. CPU 성능은 충족하고, 그래픽 성능은 최소 사양인 GTX 960 및 RX 470 4GB보다 조금 더 높다. 비행 및 전투 등을 복합적으로 실행한 결과에서는 평균 27.4프레임을 획득했는데, FHD 중간 옵션에 인텔 XeSS만 실행해도 충분히 60프레임을 확보할 수 있다. 사무용 노트북으로는 작업만 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벗어난 수준이다.
Arm 기반 맥북 프로 이상의 배터리 효율, 최대 25시간 동작
그 결과 갤럭시 북5 프로는 1시간 동안 95%에서 89%까지 6%의 배터리만 소모했다. 단순 비율로 계산해도 가벼운 문서작업만으로 16시간 40분을 쓸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밝힌 25시간은 150니트로 네트워크 연결, 키보드 백라이트까지 끈 상태로 진행된 결과로 밝기나 작업 부하를 생각하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사용 시간이다. 갤럭시 북5 프로는 외부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더라도 최소 10시간은 버틸 수 있고, 절전에 최소 밝기 등 극단적인 저전력 조건에서는 30시간도 해볼 만하다.
단가·환율 상승에도 가격 동결··· 14인치 구매가 150만 원대
갤럭시 북5 프로는 성능과 전력효율, 금속 재질의 외관, 최대 20시간 이상의 배터리 성능과 온디바이스 AI 기능, 내장 노트북으로는 기대 이상의 3D 그래픽 성능까지 모난 곳 없는 제품이다. 특히나 CPU에 DDR5 메모리를 함께 패키징하는 공정, 인텔이 아닌 TSMC에서 제작, 환율 문제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노트북 가격이 상승 추세임에도 오히려 가격을 낮췄다. 전 세대인 갤럭시 북4 프로가 188만 원에서 289만 원대로 출시했는데, 갤럭시 북5 프로는 이보다 낮은 179만 원대에서 시작한다.
2월 21일 기준 기본 모델인 14인치 16GB 메모리 및 256GB의 인터넷 최저가는 159만 원대, 16인치 16GB 512GB 제품은 175만 원대다. 16인치에 32GB 및 512GB를 탑재한 제품도 210만 원부터 시작한다. 많은 소비자들이 십수년 간 노트북을 바꿔오며 ‘인텔 노트북은 매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해왔을 것이다.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 2 기반의 갤럭시 북5 프로는 이런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놓을만한 제품이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