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 던진 삼성전자의 출사표, '스마트 모니터 970'
삼성전자가 사진이나 인쇄 등을 업으로 삼은 전문가들을 위해 기존 가격의 1/3에 불과한 전문가용 모니터를 출시했다.
전문가용 모니터란 말 그대로 영상물을 제작하는 전문가들을 위해 나온 모니터를 뜻한다. 이런 제품의 최대 특징은 변형이나 과장이 없는 원본 그대로의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를 위해 매우 다양하고 섬세한 색상 조정 기능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색상 교정 기능을 ‘모니터 캘리브레이션(monitor calibration)’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모니터는 화면 밝기, 명암, 색온도 정도만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 대다수다.
전문가용 모니터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다가 기술자가 제품을 일일이 검수해야 한다. 일본의 에이조(Eizo)라는 기업이 이러한 기술 및 기술자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만큼 에이조의 제품은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서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이러한 전문가용 모니터 시장에 삼성전자가 ‘스마트 모니터 970(이하 970)’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970은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기능과 27인치 크기의 광시야각 PLS(Plane Line Switching) 패널을 탑재했으며, MHL(Mobile High Definition Link), DP(Display Port) 등 다양한 단자를 지원하는 최고급 모니터다. 최대 2,560x1,440 해상도(WQHD)를 지원하며, 터치로 동작하는 메뉴 버튼을 갖췄다.
970의 인터넷 최저가는 120만 원 내외다. 객관적으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이나,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동급 에이조 모니터의 1/3에 불과하다. 인쇄 및 사진을 업으로 하는 사용자, 혹은 캘리브레이션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섣불리 관련기기를 구매하지 못했던 사용자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전문가용 모니터의 필수 기능,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탑재
앞서 이야기한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사진, 그림 등 인쇄한 결과물과 모니터에 표시되는 색상간 괴리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으로, 사진이나 인쇄 등을 업으로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모니터로 수행하는 것을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이라 한다.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실행하려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모니터, 캘리브레이터,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970에는 모니터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전용 프로그램 ‘내추럴 컬러 익스퍼트 V2’가 동봉돼있다. 캘리브레이터를 별도로 구입해야 하는 것이 다소 아쉬운 점일지도 모르나 만약 캘리브레이터가 포함이었으면 제품 가격이 갑절로 뛰었을 지도 모른다. 이는 타사의 전문가용 모니터도 마찬가지니 이해할 만하다.
캘리브레이터를 PC에 연결한 후 내추럴 컬러 익스퍼트 V2를 실행하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다. 내추럴 컬러 익스퍼트 V2는 Xrite사의 ‘아이포토프로’, ‘아이디스플레이프로’와 코니카 미놀타의 ‘CA210’, ‘CA310’ 캘리브레이터를 지원한다. 다만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스파이더’는 호환 가능 목록에 없다.
일반적인 모니터를 사용하더라도 색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그래픽카드의 출력 값을 조절하는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색상이 일부 왜곡되고 계조(Gradation)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제아무리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더라도 모니터 자체의 화질이 뒤떨어지면 ‘꽝’이다. 그런면에서 970은 안심해도 된다. 시야각 178도를 지원하는 고급 광시야각 패널인 PLS를 탑재해 색상이 화사하고, 이미지가 선명하다. 크기 24인치, 해상도 1,920x1,080, 광시야각 LED 패널을 탑재한 타사의 고급 모니터와 같은 장소에 두고 한달 간 사용해보니, 예전에는 뛰어나다고 느꼈던 타사의 모니터가 요즘에는 ‘오징어(한물간 제품을 의미하는 인터넷 은어)’로 보였다. 970의 화질이 상대적으로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다.
MHL 기능과 스피커 탑재로 활용성 높여
970은 MHL 기능을 지원한다. MHL은 HDMI의 일종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모니터로 출력할 수 있는 기능이다. 970에는 DVI, DP 케이블뿐만 아니라 MHL 케이블도 동봉돼 있다. 기왕 이렇게 다양한 케이블을 제공하는 김에 HDMI 케이블까지 같이 들어있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MHL 케이블을 모니터에 연결한 후 다른 한쪽을 MHL을 지원하는 스마트폰(갤럭시S2 및 S3, 갤럭시 넥서스 등)에 연결하면 해당 스마트폰의 화면을 모니터에 그대로 출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내의 동영상, 전자책 등 각종 콘텐츠 및 게임을 모니터의 큰 화면으로 즐길 수 있다.
970는 출력 7W의 스테레오 스피커를 갖췄다. 평소에는 HDMI, HML, DP 케이블을 통해 PC와 연결해 소리를 출력할 수 있다. 또한 HML 케이블을 통해 970과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던 소리가 970의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게 된다. 7W라는 출력자체는 그다지 대단할 것 없지만, 스마트폰의 스피커보다는 뛰어나다.
외관, 디자인은 훌륭하지만 자잘한 부분에선 아쉬운 점도…
970은 한눈에도 견고해 보인다. 970은 전면에 울트라 클리어 글래스를 적용해 화면의 파손 및 오염을 방지했다. 또한 테두리를 금속으로 제작해, 보통 플라스틱으로 제작하는 타 모니터와 격을 달리했다.
970은 다양한 부가기능도 갖췄다. 제품하단에는 터치로 동작하는 전원, 메뉴, 전환, 밝기 및 명암 조절, 색상 조절 버튼이 존재한다. 또한 캘리브레이터, 마우스, 키보드, 스마트폰 등을 연결하기 편리하도록 추가 USB 단자도 2개 제공한다.
다만 자잘한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일단 화면을 가로에서 세로로 돌리는 기능(피봇)이나 좌우로 돌리는 기능(스위블)이 없다. 세로로 세워놓고 쓰는 사용자도 있는 만큼 이러한 기능의 부재가 아쉽다. 970은 화면을 위아래로 12cm 가량 올렸다 내리는 기능(엘리베이션)과 15도 가량 앞으로 기울일 수 있는 기능(틸트)만 지원한다. 물론 시중에서 판매중인 대다수의 모니터에는 이러한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제품 가격이 120만 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자잘한 부분도 눈에 띌 수 있다.
또한 베사(VESA) 마운트를 지원하지 않아 벽걸이와 같이 다양한 규격의 별도 스탠드에 연결할 수 없는 점도 아쉽다. 일반 모니터나 TV뒤에는 4개의 나사구멍이 있는데, 이를 베사 마운트라고 한다. 화면의 두께를 줄이기 위해 AD보드(모니터의 신호를 제어하는 부품)를 스탠드에 배치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일부 기능의 부재는 디자인을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사진이나 인쇄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라면 모니터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전문가용 모니터를 원할 것이나,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소프트웨어 캘리브레이션 기능으로 만족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야심 차게 출시한 970을 통해 전문가용 모니터를 구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격이 낮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삼성전자가 후속 모델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혀주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