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 리튬이온 배터리 갖고 탈 땐 이렇게! [이럴땐 이렇게!]
[IT동아 남시현 기자] 지난 1월 28일, 김해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에어부산 BX391편이 화재로 소실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프랑스 사고조사당국 및 관계 전문기관과 함께 현장감식을 진행하고 정밀 감식을 진행 중이며,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걸릴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 후속으로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13일, 국적 항공사 여객기에 대한 ‘리튬이온 보조배터리, 전자담배 안전관리 체계 강화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아직까지 리튬이온 배터리가 화재 원인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목격담과 국민 불안에 따른 선제적 대응입니다.
실제로 비행기에 리튬이온 배터리 반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스마트워치 등은 물론 필수 의료 장비 등에도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됩니다. 가능한 원칙을 따르는 게 안전한 방법입니다. 기내에서의 리튬이온 배터리 활용 원칙, 그리고 어떻게 해야 일상생활에서도 안전하게 쓸 수 있는지 이럴 땐 이렇게로 소개합니다.
리튬이온 배터리, 기내 반입 허용 원칙은?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의 화학적 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로, 내부에는 양극과 음극, 전해액과 분리막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하지만 리튬은 불안정한 금속이어서 내부의 분리막이 파손되면 양극재가 노출되고, 전해액이 분해되며 발화합니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분리막을 너무 얇게 설계했거나, 칩 및 모스펫 등에 저품질 재료를 쓰는 것도 화재의 원인이 됩니다. 보조 배터리가 들어있는 가방이 너무 눌렸고, 내부 분리막이 파손돼 화재가 났을 수 있다는 말이죠.
이번에 발표된 기내 보조배터리 및 전자담배 안전관리체계 강화 표준안에 따르면, 100와트시(Wh) 이하 배터리 5개까지는 항공사 승인이나 스티커 부착이 필요 없지만, 비닐봉투 및 보호용 파우치에 하나씩 분리 보관하고, 단자에 테이프를 붙이거나 보호용 캡을 장착해야 합니다. 100와트시 이하 배터리도 6개를 넘어가거나 100와트시 초과 160와트시 이하 배터리는 항공사 승인이 필요하며, 스티커 및 단락 방지조치도 해야 합니다. 또한 100와트시 초과 제품은 두 개까지만 반입할 수 있습니다.
또한 내년부터는 100Wh 초과 배터리는 잔량 25%를 넘을 수 없으며, 160Wh 초과 배터리는 항공사 승인과 관계없이 반입이 불가능합니다. 다행히 거의 모든 노트북은 배터리가 100와트시 미만이므로 별도 허가가 필요 없으나, 최근에는 보안 규정 및 항공사 규정때문에 기내에 휴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꺼지지 않아… 제품 잘 고르고 대응 알아둬야
하지만 보조배터리 반입 제한은 어디까지나 화재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시 열폭주 현상으로 진압이 불가능하고, 유독성 가스를 방출합니다. 그나마 사전에 화재가 포착되면 전용 용기에 물 또는 비알콜성 액체를 채워 화재 피해를 줄이는 정도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를 비롯한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보조배터리를 직접 휴대하고, 선반 보관을 방지하는 대책을 수립 중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일단 보조배터리는 제품안전관리제도를 통과한, 즉 안전한 제품만 씁니다. KC인증, 유럽의 CE인증, 미국 UL 인증 등 국제 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2024년 6월 이전에 해외직구로 구매한 보조배터리라면 미인증 제품일 수 있으니 기내에 반입하지 않습니다. 노트북, 카메라 배터리 등은 제조사가 인증을 받았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한국기술표준원이 운영하는 제품안전정보센터에서 내가 보유한 배터리의 리콜 정보를 검색하고, 리콜 대상 여부도 확인합니다.
사용하고 있는 배터리가 부풀거나, 기기에 유격이 생기고, 빵빵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합니다. 이는 배터리 스웰링이라고 부르는 현상으로 폭발의 전조 증상입니다. 또한 도킹형 배터리도 권장하지 않으며, 일회용 도킹형 배터리는 금물입니다. 도킹형은 내부에 18650, 21700 전지를 사용하고, 단자가 노출돼있으며 케이블이 추가로 장착된 제품도 많습니다. 케이블 손상 및 단자 파손 시 화재위험이 있으며, 내부의 전지가 어떤 인증을 받았는지도 확인이 안 됩니다. 일회용 보조배터리는 과충전 보호 회로가 없고, 인증도 안 된 제품이 쓰이므로 화재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문제가 없다면 기내에 반입한 뒤, 좌석 위가 아닌 좌석 앞 파우치나 본인의 손가방 등에 넣습니다. 앞으로는 보조배터리용 수납 비닐이 별도 제공될 것입니다. 이외에 사용하지 않는 보조배터리는 절연 테이프로 단자를 막고, 분산해서 각각의 비닐에 넣습니다. 비행기 기내 습도는 10~20%로 건조하므로 정전기로 인한 단자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이물질 등이 들어가면 합선되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평소 안전하게 쓰던 제품도 갑자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종종 확인합니다.
또 무거운 무게로 눌리면 내부 리튬 팩이 손상될 수 있으니 누르거나, 깔고 앉지 않습니다. 이번 조치로 보조배터리 직접 충전할 수 없게 됩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리튬이온 화재의 절반은 배터리가 과충전일 때 발생합니다. 대다수 보조배터리는 과충전 보호회로가 있지만,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조배터리의 충전은 금지되고, 스마트폰을 직접 충전해야 합니다.
케이블 등이 장착된 상태로 꺾여서 단자가 파손되거나, 액체 등이 단자로 들어가 고장 나는 경우, 혹은 사용 및 충전 중 과열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승무원에게 얘기합니다. 보조배터리 단자가 파손되거나, 액체류 유입으로 합선되면 화재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 과열 역시 회로 문제 및 폭발의 위험이 커진 상황입니다.
지난 2023년 국적기 기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는 6건, 2024년은 8월까지 5건을 기록했습니다. 우리나라 항공여객자 수가 1억 명을 넘는 걸 계산하면 미미한 숫자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평소에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할 때 파손이나 침수, 과충전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랩이나 절연테이프 등으로 감싸 행정복지센터나 구청, 폐건전지 전용 수거함 등에 버립니다.
남시현 IT동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