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재질부터 두뇌까지 새롭다, 에이수스 젠북 A14(UX3407)
[IT동아 김영우 기자] 노트북 제조사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자사의 제품이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사실, 거의 모든 제품이 인텔이나 AMD의 이른바 x86 계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다 보니 근본적인 차별화는 쉽지 않았다. 프로세서의 동작 속도나 메모리의 용량, 디자인, 크기, 무게 정도를 따지며 고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 노트북 시장에는 근본부터 싹 바꾼 ‘뉴페이스’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X(Qualcomm Snapdragon X)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군이 그것이다. 이들은 높은 휴대성과 더불어 우수한 배터리 효율, 그리고 강력한 인공지능(AI) 처리능력을 앞세워 노트북 시장에서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에 출시된 에이수스의 2024년형 젠북 A14(ASUS Zenbook A14, UX3407)은 프로세서 외에도 전반적인 소재 및 화면, 부가기능, 휴대성에 이르기까지 이전의 노트북과 차별화된 신세대 제품이다.
다양한 소재의 장점 모은 ‘하이테크 세라믹’ 재질
젠북 A14를 직접 만져보면 소재가 매우 독특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이나 금속과도 다르고, 도자기 같은 촉감도 느껴진다. 이는 ‘세랄루미늄(Ceraluminum)’이라 하는 하이테크 세라믹 재질이다. 알루미늄/마그네슘 성분에 기반하고 있어 가볍고 탄탄하지만, 촉감은 세라믹에 가깝고 흠집에도 강하다.
14인치의 비교적 큰 화면을 화면을 갖추고 있음에도 제품 무게가 980g에 불과한 점, 그러면서도 미국방부의 내구성 기준인 US MIL-STD 810을 만족하는 점도 이런 신소재의 적용에 힘입은 바가 크다.
최근 에이수스는 자사 제품에 OLED 화면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 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일반적인 LCD(LED) 화면에 비해 확연히 우수한 이미지 품질을 자랑한다. 화면의 최대 해상도는 1920x1200(19:10 비율)로 평범한 편이지만, 100만:1에 달하는 명암비(밝은 곳과 어두운 곳을 구분하는 능력) 및 0.2ms에 불과한 빠른 응답 속도, 그리고 거의 제한이 없는 시야각은 젠북 A14에 적용된 OLED의 대표적인 장점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콘텐츠 제작의 표준인 DCI-P3 색 영역을 100% 지원하는 점, 글로벌 디스플레이 표준 기구인 VESA의 인증을 통해 디스플레이 HDR 600 트루 블랙(DisplayHDR True Black 600) 등급도 획득한 점 등도 눈에 띈다. 콘텐츠 제작자들이 의도한 컬러를 왜곡 없이 구현할 수 있는 고급 화면이라는 의미다.
OLED 화면의 단점으로 꼽히던 번인 현상(정지 이미지 오래 유지 시, 해당 이미지가 화면에 새겨지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OLED 캐어(ASUS OLED Care)’ 기능도 탑재했다. 유휴 시간 동안 화면 내의 픽셀(점)을 자동 갱신하거나 잗업 표시줄에 반투명 효과를 적용하는 등의 기능을 포함한다.
두께가 1.59mm에 불과한 얇은 노트북이라 키보드의 눌리는 깊이는 얕은 편이다. 대신 키를 누를 때의 클릭감과 반발력, 그리고 각 키 사이의 간격이 적절해서 타이핑을 할 때의 ‘손 맛’ 자체는 나쁘지 않다. 어두운 곳에서 작업할 때 유용한 키보드 백라이트(백색 LED)도 내장하고 있다.
최신의 트렌드 적용한 측면 인터페이스 구성
측면 포트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했다. 총 3개의 USB 포트 중 2개가 타입-C 규격인데, 여기에 최대 40Gbps의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USB4 기술을 적용했다. 이와 더불어 고속 전원 공급이 가능한 USB-PD 기술, 그리고 영상/음성 출력이 가능한 DP(DisplayPort) 기술도 탑재하고 있다.
해당 타입-C 포트에 USB 전원 어댑터(90W 어댑터 기본 제공)를 연결해 본체 충전을 할 수 있으며, TV나 모니터의 연결도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HDMI(버전 2.1) 포트도 갖추고 있으니 2개의 타입-C 포트와 연동해 총 3대의 외부 모니터(4K 해상도 지원)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 외에도 차세대 고속 와이파이 기능인 ‘와이파이 7(Wi-Fi 7)’를 내장하는 등, 최신 기술을 다수 품었다.
AI 처리능력, 전력효율 뛰어난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탑재
외부 구성도 눈에 띄지만 내부는 더 특별하다. 핵심은 역시 메인 프로세서인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X1E78100)’다. 그동안 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초소형 모바일 기기에 적용하던 기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달리, 스냅드래곤 X 시리즈는 PC 시스템과 같은 본격적인 고성능 플랫폼을 겨냥해 개발된 프로세서다.
그 중에서도 에이수스 젠북 A14에 적용된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는 최상위급에 가까운 제품이다. 총 12개의 코어로 구성되었고 최대 3.4GHz의 클럭 속도로 동작한다. 기본적인 연산 능력도 수준급이지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우수한 AI 처리능력을 갖춘 NPU(신경망 프로세서)를 품고 있다는 점이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에 탑재된 NPU는 45TOPS(초당 최대 45조 회 연산)에 달하는 성능을 발휘한다.
이는 2025년 현재 시중에 팔리는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에 상위권에 해당하며, 스냅드래곤 X 엘리트보다도 더 비싸고 소비전력도 더 높은 인텔 코어 울트라 200V 시리즈(루나레이크)의 NPU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 외에도 16GB의 LPDDR5X 규격 램, 1TB 용량의 PCIe 4.0 지원 고속 SSD를 기본 탑재하고 있어 일반적인 사무 작업 및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 등에도 부족함이 없는 사양을 갖췄다.
운영체제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11(홈 에디션)을 탑재하고 있다. 참고로 이전의 윈도우 운영체제는 인텔, AMD 등에서 제조하는 x86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만 지원했으나 윈도우11은 스냅드래곤 시리즈와 같은 Arm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중에서 이용하는 대부분의 윈도우용 애플리케이션이 x86 프로세서만 지원했기 때문에 예전의 Arm 프로세서 탑재 윈도우 PC는 호환되는 애플리케이션이 매우 적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Arm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또한, 윈도우11 자체적으로 Arm 프로세서 상에서 x86 전용으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에뮬레이션 기능을 지원한다.
실제로 리뷰를 진행하며 에이수스 젠북 A14에서 ‘MS 오피스 365’, ‘어도비 포토샵’, ‘알집’, ‘팟플레이어’, ‘오버워치2’ 등의 주요 애플리케이션이 문제없이 실행되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윈도우용 앱이 호환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게임 호환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리그오브레전드(LOL)’, ‘FC온라인’, ‘서든어택’ 등은 실행되지 않으니 참고하자. 게임용으로 이 제품을 사는 건 추천하기 어려울 것 같다.
기대 이상으로 우수한 성능, AI 처리 능력 ‘눈길’
시스템의 두뇌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봤다. CPU(중앙처리장치) 연산능력 태스트용인 맥슨(Maxon)의 ‘시네벤치 2024(Cinebench 2024)’를 구동해본 결과, 단일 코어 연산 능력은 103점, 다중 코어 연산 능력은 862점으로 측정되었다. 다중 코어 성능 기준으로 AMD 라이젠7 5800X(824점), 애플 M1 맥스(791 점, 맥북 프로 2021 등에 탑재) 등을 능가하는 우수한 성능이다.
UL 솔루션즈(UL Solutions)의 ‘프로키온(Procyon)’ 소프트웨어도 구동했다. 이번에 테스트한 항목은 시스템의 AI 추론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AI 컴퓨터 비전 벤치마크(AI Computer Vision Benchmark)’다. 테스트 결과는 1762점으로 측정되었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노트북용 프로세서 중에서 상위권의 성능이며, 동일한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탑재한 다른 노트북에 비해서도 살짝 높은 점수다. 에이수스 젠북 A14가 소형 노트북 치고는 발열 해소 능력이 우수한 편인데, 덕분에 성능 저하가 덜했던 것 같다.
이런 우수한 AI 처리 능력을 기반으로 젠북 A14는 ‘코파일럿+ PC(Copilot+ PC)’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윈도우11 2024년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 생성형 AI 기반 부가 기능 모음집이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해답을 들을 수 있는 ‘코파일럿(Copilot)’ 기능은 다른 윈도우11 PC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고급 AI 기능은 젠북 A14와 같이 일정 수준(40TOPS) 이상의 성능을 갖춘 NPU가 탑재된 시스템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
사용자가 과거에 했던 작업을 기억해 이전에 이용했던 문서나 사진 등을 손쉽게 찾아내는 ‘리콜(Recall)’ 기능, 그림판에서 텍스트 명령을 통해 자동으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코크리에이터(Cocreator)’, 명령어 몇 마디로 사진이나 그림의 배경을 손쉽게 채울 수 있는 ‘생성형 채우기(Generative Fill)’ 등이 대표적인 고급 AI 기능이다.
그 외에 에이수스에서 제공하는 AI 기반 부가 기능도 눈에 띈다. PC 및 클라우드에 있는 다양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분석해 자동으로 분류 및 정리하는 ‘에이수스 스토리큐브(ASUS StoryCube)’ 기능, 온라인 회의 중에 배경소음을 제거하거나 각 발표자의 목소리를 식별해 명확도를 높이는 AI 노이즈 캔슬링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배터리 효율도 이 정도면 수준급
이러한 성능/기능적인 요소 외에 젠북 A14에서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이라면 배터리 효율이다.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시리즈는 본래 전력 효율이 중요한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주로 쓰이고 있었다. 이런 강점이 PC 플랫폼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공장 초기화를 거친 배터리 100% 상태의 젠북 A14에서 유튜브를 연속 구동해 봤다. 그 결과, 약 7시간 40분이 지난 후에도 18%의 배터리가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 작업의 종류에 따라 배터리 소모량은 달라질 수 있지만 최소 10시간 이상은 배터리 이용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이 정도면 수준급의 배터리 효율이다.
모든 면에서 새로운 신세대 노트북
에이수스의 2024년형 젠북 A14(ASUS Zenbook A14, UX3407)는 여러모로 새로움을 담은 신세대 노트북이다. 금속과 세라믹의 장점을 두루 갖춘 하이테크 세라믹 재질을 통해 가벼운 무게와 얇은 두께, 그리고 우수한 열 배출 능력을 실현했다.
또한, 시스템의 두뇌인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인텔/AMD의 기존 프로세서와 완전히 다른 아키텍처 기반의 프로세서다. 하지만 기대 이상의 우수한 AI 처리 능력 및 전력 효율을 갖추고 있어 최근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다.
그 외에도 고화질의 OLED 화면, 신기술을 적용한 연결 인터페이스 등, 다수의 장점을 갖췄다. 다만, 일부 소프트웨어(주로 게임)가 스냅드래곤과 같은 Arm 계열 프로세서와의 호환성이 떨어지는 것은 신경 쓰이는 점이다. 게임 외의 용도로 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스냅드래곤 X 엘리트 프로세서 및 1TB SSD를 탑재한 모델 기준, 에이수스 젠북 A14(UX3407)의 출고가는 189만 9000원이다. 세부 사양이나 판매처에 따라 핀매 가격은 달라질 수 있다.
IT동아 김영우 기자 (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