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첫 칩렛 시스템 공개 사양 발표··· '업계 표준화 나선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글로벌 반도체 자산(IP) 기업, Arm이 칩렛 시스템 아키텍처의 첫 번째 공개 사양을 발표했다. 칩렛이란 반도체 구성에 필요한 다양한 칩을 개별 생산한 뒤 하나로 합치는 방식으로, 단일 칩에 모든 구성 요소를 불량 없이 담아야 하는 모놀리식 방식에 비해 반도체 수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구성 칩별로 별개의 공정을 적용해 단가를 조정하고, 다양한 제조사의 반도체를 레고처럼 조합할 수 있어 성능 및 효율도 높일 수 있다.
Arm은 지난해 2월 칩렛 시장 활성화를 위해 Arm 칩렛 시스템 아키텍처(Chiplet System Architecture, CSA)를 공개했으며, 2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함께 공급 업체간의 물리적 설계 자산, 소프트웨어 자산 등의 칩렛 표준화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Arm CSA는 에이디테크놀로지, 알파웨이브 세미, AMI 케이던스, 재규어 마이크로, 칼레이, 리벨리온, 지멘스, 시높시스 등 60여 개 이상 기업이 참여해 반도체 칩렛 시장 활성화에 기여 중이며, 이번에 공개한 사양을 기반으로 업계 표준화를 진행한다.
미래 반도체 시장의 핵심 기술 될 ‘칩렛’
칩렛은 모놀리식에 비해 전반적인 설계 비용은 낮추면서, 성능과 전력 효율이 높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방식이다. 일단 웨이퍼에서 칩의 크기가 크면 성능은 올라가나, 발열 제어가 힘들고 수율도 떨어진다. 가격대 효율을 올리려면 가능한 칩을 작고 많이 만들어야 불량률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단일 칩으로 생산하면 일부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려 해도 칩 전체를 재설계해야 한다. 칩렛을 도입하면 작은 부분은 별도 공정으로 생산한 것을 붙이기만 하면 돼 개발 효율도 좋아진다.
이미 인텔과 AMD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및 그래픽 처리 장치에 칩렛 기술을 도입했고,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미국의 칩렛 플랫폼 개발 회사 드림빅 세미컨덕터를 인수하고 Arm의 칩렛 시스템 아키텍처에 협력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호퍼 아키텍처까지 빅칩을 고수하던 엔비디아도 현세대 블랙웰 아키텍처 제품부터는 칩렛 구조를 채택해 불량률과 성능 효율을 잡고 있다.
칩렛의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와서 주목받는 이유는 호환성 때문이다. 정밀 기기인 반도체 특성상 설계 단위 수준의 연결성 확보가 필수인데, 지금까지는 각 기업들이 독자적인 행보를 하다 보니 칩렛 시장이 클 수 없었다. 하지만 공정 첨예화로 인한 성능 상한선, 전력 및 발열 문제, 제품 수급 등 전반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각 기업들이 연합체를 구성해 칩렛 호환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Arm CSA 역시 참여 기업들이 설계 단위에서 협력하고, 이를 표준화한 구성이다. Arm CSA는 민감 정보를 다루는 만큼 반도체마다 신뢰할 수 있는 경계선을 긋고, 메모리나 운영 수준 등의 권한을 나눠 제공한다. 레벨 0은 기능적 분할 및 인터페이스 규칙을 충족하고, 레벨 1은 일관된 메모리 트래픽 유지 및 장치 구성 인터페이스까지 충족하고, 풀 컴플라이언스는 규정된 칩렛 시스템에 대한 요구사항을 완전히 일치시키는 수준 등이다. 이를 통해 적용 기업 및 제품 수준에 맞는 Arm CSA 적용이 가능하다.
또한 GPU 등 고속 장치와 처리 장치를 연결하는 PCIe, 데이터센터용 고속, 고용량 중앙 처리 장치인 CXL과도 호환된다. 반도체 칩렛 간 상호 연결 표준인 UCIe는 UCIe v1.1을 AMBA CHI C2C 프로토콜로 변환해 메모리와 캐시, 장치 인터페이스 등에 접근하는 식으로 호환된다.
Arm CSA, 다양한 협력 사례 소개돼
Arm CSA 시스템 공개 사양은 처음 발표되지만, 여러 공급업체들은 이미 Arm 네오버스 컴퓨팅 서브시스템(CSS) 기반의 장치를 통합 설계하는 생태계인 ‘Arm 토탈 디자인’으로 Arm CSA에 참여해오고 있다.
알파웨이브 세미는 네트워킹, 엣지컴퓨팅, 저장장치 및 보안 시장을 위한 고성능 AI 칩 설계 기업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자산 제공, 디자인하우스, 주문형 반도체 설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알파웨이브 세미는 Arm 네오버스 CSS 기반 칩렛과 AMBA CHI C2C를 활용해 시장 요구에 맞는 다양한 가속기를 연결하도록 돕는다.
에이디테크놀로지, 삼성 파운드리, 리벨리온과 Arm은 데이터 센터에서 AI 훈련 및 추론을 위한 AI CPU 칩렛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 칩렛 플랫폼은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네오버스 CSS V3 기반 컴퓨팅 칩렛으로 구축되며, 삼성파운드리의 2나노미터 게이트 올 어라운드 공정으로 구현할 수 있다.
에디 라미레즈 Arm 인프라 사업부 부사장은 “AI는 모든 시장에 스며들어 새로운 산업 혁명을 주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 전반의 광범위한 AI 작업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특정 시장 요구에 최적화된 두 가지 이상의 컴퓨팅 솔루션을 제공해야 함을 뜻한다. Arm은 CSA 등을 통해 맞춤형 반도체의 수요 증가와 반도체 생산 비용, 복잡성 등이 결합되는 칩렛 시장의 추세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IT동아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