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이 치솟는 원달러환율, IT 시장에 미칠 악영향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2023년 2월부터 등락을 거듭하던 환율이 2024년 10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며 시장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 2024년 12월 30일 기준 원달러 선물거래 시장에서는 1달러당 1473원 대에 거래 중이다. 2024년 12월 27일 기록한 1487.04원 대비 14원 낮지만, 이미 2022년 10월 24일 기록한 전 고점 1445.8원을 돌파한 상태다. 이 추세라면 2009년 3월 6일 기록한 최고점인 1597원에 도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2024년 12월 30일 기준 원달러환율 일봉 차트 / 출처=트레이딩뷰
2024년 12월 30일 기준 원달러환율 일봉 차트 / 출처=트레이딩뷰

환율이 꾸준히 상승한다면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9월~11월 사이에 형성된 달러당 1500원 대까지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곧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같은 수입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므로 소비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중앙처리장치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등 수입 비중이 높은 IT 제품은 환율에 민감하다.

2023년 2월 이후 최대 22.25% 상승한 환율, 수입 기업 부담은 그 이상

환율은 2023년 2월 2일 이후 달러당 1216.4원을 시작으로 2024년 12월 27일 최고점 기준 22.25% 상승한 1487.04원까지 도달했다. 2024년 1월 기준으로 변경해도 1288.4원에서 15.4% 가량 상승한 수치다. 같은 제품을 수입하더라도 달러당 200원 이상 더 지불해야 되는 상황이다. 많은 수입사들은 환율 변동을 고려해 수입 가격을 책정하지만, 예상을 벗어난 상황이라면 결국 유통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

북미 애플 홈페이지 내 아이폰 16 프로 구매 화면. 999 달러에 대한 환율을 계산하면 국내 자급제용 구매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정도가 됐다 / 출처=애플홈페이지
북미 애플 홈페이지 내 아이폰 16 프로 구매 화면. 999 달러에 대한 환율을 계산하면 국내 자급제용 구매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정도가 됐다 / 출처=애플홈페이지

예로 애플 아이폰 16 프로 기본형은 미국에서 999달러에 책정되어 있다. 현재 원달러환율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해 약 161만 5530원이다. 국내 판매 중인 자급제용 아이폰 16 프로가 155만 원이므로 6만 원 이상 차이가 벌어진 셈이다. 과거 환율이 낮을 때에는 해외 직구가 유리했으나 지금은 오히려 국내 자급제 제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환율은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 등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24년 10월 하반기에 공개된 인텔 코어 울트라 9 285K 프로세서는 미국에서 589달러 가격에 출시됐다. 출시 당시 가장 높은 환율인 1400원 정도를 적용해도 부가세 10% 포함 약 90만 7000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2024년 12월 30일 환율을 적용하면 약 96만 3400원으로 6만 원 이상 벌어진다.

AMD 프로세서도 마찬가지다. 2024년 11월 출시된 라이젠 7 9800X3D는 미국 출시 가격은 479달러로 부가세를 포함하면 약 73만 7600원 정도지만, 2024년 12월 30일 기준 환율을 적용하면 약 78만 3500원으로 상승한다. 해당 제품은 희귀 증상에 의한 프리미엄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에 100만 원대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환율 1500원 이상 돌파한다면, 시장 충격 커질 듯

프로세서 외에도 ▲메인보드 ▲메모리 ▲그래픽카드 ▲PC 케이스 ▲전원공급장치 등 수입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PC 시장은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입 유통사는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 분위기가 더 꺾일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주우철 한미마이크로닉스 부장은 “자체 전원공급장치 생산 및 수입 PC 주변기기를 유통하는 기업 입장에서 지속적인 환율 상승은 제조 원가와 수입 가격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맞다. 다만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하루빨리 환율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2008년 10월~2009년 3월까지 원달러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던 때 대부분 수입 IT 제품의 가격이 인상됐다 / 출처=소니코리아
2008년 10월~2009년 3월까지 원달러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던 때 대부분 수입 IT 제품의 가격이 인상됐다 / 출처=소니코리아

1470원~1480원 사이의 원달러환율도 높은 수준이지만, 향후 1500원을 돌파하는 순간 시장에 주는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8년 리먼 브라더스(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의한 환율 상승으로 당시 대부분 IT 기기의 수입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2008년 11월에는 1달러에 1518원을 기록한 이후, 2009년 3월에는 1597원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당시 ▲디지털카메라 약 5%~15% ▲PC 부품 약 10% 전후의 가격 인상이 있었다. 2009년 4월부터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환율이 1300원 대로 안정세를 찾았지만, 수입 제품의 가격 안정화에는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고환율 기조가 이어진다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IT 시장 외에도 여러 산업에 피해를 줄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미국 시장과 다르게 국내에는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쌓여 있다. 여러 요소가 해소될 때까지 국내 소비자와 시장의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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