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창경 BEF 2024] 보라공사 "리모델링/인테리어 공사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줄여드립니다"
※부산 창업 생태계 허브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는 BEF 액셀러레이팅, BEF 중소기업 ESG 바우처 지원, BEF ESG 소셜벤처 글로벌 진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BEF(Busan ESG Fund, 부산경제활성화지원기금) 프로그램은 중소벤처기업의 ESG 경영 확산 목적으로 공공기관 9곳(기술보증기금·부산도시공사·부산항만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한국남부발전·한국예탁결제원·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한국해양진흥공사)이 조성한 기금으로 운영된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BEF 프로그램이 지원한 유망 ESG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IT동아] 집이나 사무실 내부 공사나 인테리어/리모델링 공사가 필요할 때, 대개는 인근 공사/인테리어 회사나 매장을 방문해 상담 받고 계약 후 공사를 진행한다. 혹은 인테리어 공사 중개 플랫폼 등을 활용하기도 하는데, 의뢰자, 즉 소비자는 공사 관련 지식이 없으니 공사 견적이 적당한지, 자재 품질은 어떤지, 실제 공사는 제대로 진행되는지 의구심을 갖기 마련이다. 공사 완료 후 부실 시공이나 결과 불만족으로 언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건설/건축가로 30년을 근무한 김석 보라공사 대표는, 이러한 시공사와 소비자 간의 분쟁 사례를 수 없이 접하면서 그 해결책을 고민했다. 그리고 30년 근속한 직장을 과감히 나와 창업한 후 '더공'이라는 공사 전문 솔루션을 정식 런칭하고, 시공자,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공이 다른 공사 중개 솔루션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김석 대표에게 들어본다.
우선, 30년 베테랑 건축사로 일반 직장에서 오랫동안 안정적인 활동이 보장됐을 텐데, 굳이 퇴사 후 스타트업 창업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나이 50이 넘어 세상이 참 많이 바뀌고 변했다는 걸 절감했다. 세상이 이리 급변하는데, 나 자신은 30년 이상 정체돼 있는 느낌이 들어 고민 끝에 창업을 결심했다. 내가 제일 잘하고 자신 있는 분야에서 그간의 경험과 지식, 노하우를 집중하면 만족할 결과가 나오리라 믿었다. 주변 지인들의 반대와 충고도 정말 많았는데,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꿈꾸고 실현하자'는 게 나만의 인생관이라 과감하게 시도했다. 물론 2020년 창업 후 지금까지 숱한 시행착오와 고난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나이 들어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았다.
'보라공사'는 법인 이름이고, 전문 솔루션 이름은 '더공'이다. 간단히 소개 부탁한다.
더공은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되는 건축 리모델링 인테리어 공사 전문 솔루션이다. 더공 앱을 통해 소비자는 공사/시공 관련 모든 것을 안심하고 추진할 수 있다. 낡은 주택이나 건물, 공간을 리모델링하거나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싶을 때, 공사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누구라도 믿고 공사를 의뢰, 진행할 수 있다. 소비자가 시공 진행 중 겪을 수 있는 시공사의 사기, 횡포, 부실 시공 등을 우리 같은 건축/건설 전문가가 중간중간 감리, 감독함으로써 소비자가 만족할 결과를 이끌어 낸다. 반대로, 소비자의 무리한 요청이나 과도한 개입 등을 조율하며, 불필요한 논쟁이나 오해의 소지를 줄이고 있다.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시공 중개 플랫폼은 이미 시장에 여럿 운영되고 있다. 이들 플랫폼에 비해 더공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전문성'이다. 다른 유사 플랫폼은 시공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중개 역할에 그친다(또는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 등을 판매한다). 그러니 건축/건설업체의 생리나 각 시공 단계, 자재 품질, 공사 견적 수준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중개만 할 뿐, 공사 결과를 보장하지도, 그에 따른 논쟁도 중재하지 못한다. 공사 감리/감독을 부분적으로 제공한다 해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공사 단계를 1~10단계로 구분한다면, 시공사와의 중개, 계약은 1단계다. 대부분의 중개 플랫폼의 역할은 거기까지다. 나머지 9개 단계의 공사가 진행되면서 부실, 하자, 계약 불이행, 공사비 증액요구 등의 갖가지 논쟁 거리가 다 나온다. 더공은 공사 계약서 검토, 작성부터 자재 선택, 공사 진행, 감리/감독 등 1~10단계 전반에 개입해 완벽 공사를 추구한다. 더공은 건설/건축 전문가 집단이기에 가능하다.
더공은 또한, 공사 계약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미리 입금한 뒤, 시공사가 공사를 최종 마무리한 후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공사비 증액요구 등 대금 관련한 시시비비를 줄이기 위함이다.
현재 더공에 등록돼 있는 시공업체 수는 얼마나 되는가?
현재 전국 1500여 개 업체가 등록돼 있고, 올해 말까지 2000개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입 소비자 수는 1만 명 이상이다. 다만 소비자의 경우 용도 특성 상 공사가 필요한 시기에만 사용하다 보니, 이후로는 인테리어나 리모델링 관련 유용한 콘텐츠를 추가해 꾸준한 소비자 방문과 유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런칭 초기에는 아무래도 시공사의 반응이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기존 관행에 익숙한 이들을 어떻게 설득했나?
당연히 반대 의견이 많았다. 그간의 보수적 관행대로, 시공사가 계약의 주도권을 쥐고 공사를 진행하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4년이 지난 지금도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은데, 설득 논리는 간단하다.
공사 미수금 이슈다. 공사 결과를 두고 소비자와 논쟁이 생기면 공사 대금을 제때에 받기가 어렵다. 무리한 공사 변경 요청 등을 빌미로 공사 대금 지급을 미루는 소비자 사례를 더공이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사 진행 과정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도 더공이 담당하니 부담이 줄어든다. 시공사의 노동 강도와 습성, 생리, 공사 단계 등을 우리가 잘 알고 있기에 그들 대부분이 이를 인정한다.
현재 외부 투자는 어느 정도 유치했나?
사업 초기 시드 투자로 3억 원 정도 유치했다. 이는 부산 지역 내 시드 투자였고, 서울/수도권 투자자와 접촉하며 10억 원대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현재 건설 경기나 투자 시장이 썩 좋지 않아 난항이 좀 있지만, 투자사/투자자의 반응은 꽤 좋다. 후속 투자가 결정되면, 본격적인 마케팅, 시장 및 저변 확대 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더공 앱의 경우 업그레이드 버전까지 모두 개발 완료한 상태다. 미국이나 유럽쪽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어서 다국어 버전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이에 현재 UN 산하 여러 국제기구에 공사 공급 솔루션으로 등록돼 있다. 국내 조달청에도 조달 등록을 완료했다.
올해 매출은 어느 정도이고, 내년은 어떠리라 예상하는가?
올해 10월까지 매출 9억 원 정도로 집계됐다. 앱 개선과 서비스 최적화 등에 재투자할 필요가 있어서 기대 만큼의 수익은 거두지 못했지만, 조달청의 '벤처창업 혁신조달 상품'으로 선정된 가시적인 결과가 내년 이후 발생하리라 기대한다. 이에 내년은 4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더공은 수수료 기반으로 운영된다. 원래는 시공사와 소비자 양쪽에 수수료 정책을 적용하려 했는데, 소비자 확보 차원에서 시공사 측에만 수수료(공사 대금의 3%)를 과금하고 있다. 이 수수료도 업계 최저로 알고 있다.
주요 수익은 더공을 토대로 시공/건축 자재 유통(예정)이나 건설 관련 컨설팅/교육(시공사 및 소비자 대상)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얻고 있다.
현재 고민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솔루션이 있다면?
전국 각지에 있는 공가, 폐가, 폐건물 등의 철거 작업에 관심이 많다. 각 지자체 별로 관내 폐건물 방치/철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심각한 지역이 많은데,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이를 테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빈집/폐건물을 카메라로 스캔하면 즉시 철거 비용 견적/계약서 등이 작성되어, 철거 업체로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이다. 이를 위해 폐가/철거 데이터부터 우선 모으고 있다. 더불어, 공사 결과 현장의 하자 또는 부실 여부를 사진을 통해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는 비전 학습/인지 기술도 내년 이후 도입으로 고려하고 있다.
보라공사는 현재 부산 본사와 서울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 직원이 8명인데, 추진하는 일에 비해 인력이 많이 부족하다. 특히 어느 인력이 시급한가?
4년 된 스타트업이라 인력 부족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전국 대상 건축 솔루션이니 더욱 그러한데, 현재 가장 필요한 인력은 마케터다. 더공을 비롯해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을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좀더 널리 알리는 게 급선무다.
더공이 시공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조율자 역할을 잘 하더라도 불만은 갖는 소비자가 나오기 마련인데,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은 어떻게 대응하나?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순 없으니 간간이 불만, 컴플레인이 나오긴 한다. 우리의 입장은, 일단 시공사 측이 한발 물러나 주길 제안한다. 소비자는 아무래도 건설/건축 관련 전문 지식이 적으니, 전문가 집단인 시공사가 (비용 손해가 나지 않은 선에서) 가급적이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선으로 조율한다. 그게 추후 공사 수주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막무가내로 무리하게 요구하는 소비자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부산 소재 스타트업으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이번 부산 BEF(부산경제활성화지원지금)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기업으로 선정돼서, 사업 지원비와 언론홍보 지원을 받았다. 앞서 말한 대로, 자금도 자금이지만 홍보나 마케팅 활동이 절실한 상황이라, 부산창경의 이런 지원과 협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라디오 광고를 시작으로 TV 광고도 준비 중이다.
공사업체 대표, 건축 전문가로서 이후로 국내 신축/재건축/리모델링/인테리어 시장 흐름이 어떠리라 예측하나?
전체 인구는 점점 줄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지역 소멸이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건설 경기도 위축된 분위기지만, 여전히 전국에선 신축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전세를 살든 월세를 살든 각자만의 인테리어를 원하는 소비자도 여전히 많다. 또한 20년 이상 노후화된 주택도 약 900만 호에 이른다. 이런 주택을 재건축하든 철거하든 새로 신축하든 우리에겐 기회다. 30년 건축사로 있으면서 깨달은 건데, 땅이 있고 건물이 있고 사람이 있는 한 이 시장은 꾸준하리라 예측한다.
일반 기업에 근무했던 때와 스타트업 창업한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비유하자면, 기업에서 일할 땐 '직선형 업무'였다면, 스타트업은 '원형 업무'인 것 같다. 건설사 재직 시 업무는 프로젝트 단위이고 시작과 끝이 일직선처럼 명확했다. 반면 스타트업은 시작, 끝의 개념 없이 고민-기획-실행-복기의 무한 반복이다. 그 원형 업무의 중심에 항상 '왜(why)'가 있다.
5년 후 2030년 즈음의 보라공사는 어떤 모습일 거라 상상하는가?
2030년이라면... 부산을 넘어 한국을 지나 글로벌 기업이 됐을 거라 상상해본다. 막연한 상상은 아니고 충분히 그렇게 될 자신과 의욕은 있다. 오십 넘어도 스타트업 창업해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려 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