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문화예술의 만남, 브이디컴퍼니x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IT동아 차주경 기자] 배달과 운송, 서빙과 청소 등 우리 삶 곳곳에서 활약하던 로봇이 이제는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도슨트(Docent, 안내 전문가)로 나선다. 인공지능 서비스 로봇 기업 브이디컴퍼니가 세계 유명 그래픽 아티스트와 손을 잡고, 예술 업계에서 드문 협업 사례를 만들어 주목 받는다.
브이디컴퍼니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서 여러 부문에서 활약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나아가 로봇의 활용 영역을 넓힐 새로운 기술과 기기를 개발하고 융합 사례도 만들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예술 부문, 그 가운데에서도 전시회다. 전시회장에 무인 인공지능 청소 로봇을 배치, 아침 개장 전과 저녁 폐장 후에 청소를 하도록 유도해 사람의 수고를 줄이는 것. 나아가 작품을 설명하는 도슨트 업무를 로봇에게 맡겨 관람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전시회를 보고 작품을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들이 선택한 전시회는 프랑스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Jean Jullien)이 우리나라에서 연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Paper Society)’이다. 장 줄리앙 작가는 종이를 활용해서 개성 강한 작품 세계, 어디에든 잘 어우러지면서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을 이끄는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 가운데 종이세상은 ‘신인류 종이인간이 태어나고 번성한 계기, 이들이 다른 생명체와 함께 세계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은 2022년 우리나라 서울 동대문 DDP와 경주를 시작으로 일본 도쿄의 긴자 식스, 프랑스 파리의 르 봉 마르쉐 백화점에서 각각 열렸다. 세계를 누빈 장 줄리앙의 종이인간들은 다시 우리나라를 찾아,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퍼블릭 가산에 둥지를 틀고 전시회를 연 다음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브이디컴퍼니는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회에 자율주행로봇 ‘케티봇’과 무인 인공지능 청소 로봇 ‘클리버’를 배치했다. 브이디컴퍼니는 케티봇에 큰 화면과 스피커를 장착, 장 줄리앙 작가가 작업하고 인터뷰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전달한다. 자연스레 몰입감을 높인다. 스피커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장 줄리앙 작가의 작품 세계, 배경 지식을 설명한다. 내용이 풍부한 덕분에 마치 실제 도슨트에게 작품 설명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 전시회를 방문해서 브이디컴퍼니 케티봇이 활약하는 모습을 봤다. 관람객들이 전시회장에 들어오면, 케티봇이 다가와 전시회의 역사와 주제, 장 줄리앙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구상한 배경을 설명한다.
이어 브이디컴퍼니 케티봇은 전시회장 주요 지점 15곳을 천천히 움직이며 관람객에게 설명을 이어간다. 물론, 앞에 사람이 있으면 케티봇은 멈추고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린다. 동선을 방해하지 않을 목적에서다. 종이인간들이 태어난 과정, 이들이 종이를 오려 자신과 같은 사람을 만들고 나아가 동물을 창조하는 모습, 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조화와 이 속에 숨겨진 평화 메시지 등을 케티봇은 유창하게 설명한다.
장 줄리앙의 종이세상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 이들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웃고 떠든다.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가 하면, 영화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기도 한다. 단, 이들이 늘 즐거워하는 것은 아니다. 곳곳에서 우리처럼 다양한 고민을 하는 종이인간도 만난다. 매일을 기록하며 주변을 관찰해서 고유의 예술 작품 세계를 구상하는 종이인간도 있다.
브이디컴퍼니 케티봇은 이내 관람객을 거대한 종이 뱀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이 종이 뱀에는 종이인간 이전의 인류, 관람객인 우리 인류가 태어나고 번영하고 멸망한 모습이 담긴다. 석기로 사냥하고 그림을 그리던 인류는 수만 년 시간을 거치는 동안 눈부신 문명을 만든다. 그리고 이 문명 때문에 공해를 만들고 서로 싸우다가 급기야는 자멸한다.
브이디컴퍼니 케티봇은 이 부분에서 관람객들과 함께 움직이며 장 줄리앙 작가의 신념인 '철저한 환경주의'를 설명한다. 그리고 멸망한 지구에 씨앗이 떨어져 나무가 자라고, 이 나무로 만든 종이가 종이 인간으로 변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어느 사이엔가 다다른 전시회의 마지막 공간에서 케티봇은 장 줄리앙 작가가 남긴 인사, 평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전시회장이 자리 잡은 퍼블릭 가산의 건물과 야외 장소 곳곳에 종이 인간이 네 명 숨어있다면서, 이들을 찾아 특별한 순간을 함께 즐겨보라는 재미있는 숙제도 낸다.
브이디컴퍼니 케티봇과 함께 전시회장 곳곳을 다닌 관람객들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해진 시간에 전시회장에 가야만 듣는 도슨트의 설명을 로봇에게 언제든 듣는다는 장점이 아주 크다고도 말한다. 관람객들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천천히 전시를 관람하도록 돕는 점, 작가와 작품과 전시회의 의미를 동영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점도 로봇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로봇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흥미를 끈다. 전시회장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브이디컴퍼니 케티봇이 전달하는 설명과 동영상 자료에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이디컴퍼니 클리버는 전시회 개장 전과 폐장 후에 현장을 깔끔하게 청소한다. 바닥 쓸기와 걸레질은 물론 자동 급배수 기능을 가져 건식 청소와 습식 청소 모두 거뜬히 한다. 전원 충전도 스스로 한다. 덕분에 전시회 주최측은 전시회장을 늘 청결하게 유지하면서 청소 인력을 고용할 수고를 줄인다.
장 줄리앙의 종이인간 전시회장 마지막 장소에는 이 곳에 배치된 브이디컴퍼니 로봇의 동작 원리와 효용을 설명하고 관람객들이 체험하도록 꾸민 공간도 있다. 이번 전시회의 기획사 씨씨오씨 역시 브이디컴퍼니의 로봇을 도입한 덕분에 청소 수고는 줄이고, 관람객의 전시 만족도와 운영 효율은 높였다고 말한다.
신현일 브이디컴퍼니 마케팅 본부장은 "서비스 로봇 시장은 변곡점을 맞았다. 식당 서빙을 시작으로 오프라인 커머스, 마트나 대형 몰에서 활동하던 서비스 로봇이 이제 전시와 문화예술에서도 효용을 발휘한다. 이것은 곧 로봇 시장의 흐름이 하드웨어 강화에서 서비스 강화로 바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 가격과 핵심 기능, 디자인과 서비스 가치 등 '시장 수용성'을 가진 서비스 로봇이 이 부문을 이끌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