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P 울산] 서브루나바이크 “접이식 자전거, 쉽고 즐겁고 가볍게”
[IT동아 x 울산시 x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울산대학교에 ‘울산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유망한 중소기업·스타트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돕는 곳입니다. IT동아는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지원사업’ 선정 기업을 소개하고 이들의 스케일업을 지원합니다.
[IT동아 차주경 기자] 자전거는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이 즐겨 탄다. 이동 수단으로, 스포츠나 취미를 즐기는 도구로 많이 찾는다. 최근 인기를 모으는 자전거는 크기 20인치 이하 휠을 사용해 부피가 작은 미니벨로(Minivelo), 그 가운데에서도 본체를 접어 휴대성을 높인 접이식 자전거다.
미니벨로 접이식 자전거는 편리하지만, 단점도 있다. 휠 크기가 작은 탓에 거친 노면의 진동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해 주행감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같은 이치로 휠 크기가 작아 속도를 내기 어렵기에 장거리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제동력이 다소 떨어지는 제품도 있다. 본체 무게를 줄일 목적으로 브레이크를 간소화하는 경우 그렇다. 접이식 구조로 설계했음에도 부피가 커 자동차 트렁크에 수납하기 어려운 제품도 있다.
20여 년 동안 자전거를 수리한 한 장인은 이 점을 눈여겨봤다. 미니벨로 접이식 자전거를 사러 오는 소비자 상당수가 좋지 않은 주행감과 떨어지는 제동력, 접어도 기대만큼 작아지지 않는 부피가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 불편을 해소하려는 장인의 아이디어를, 울산대학교 기계공학부 졸업 후 독일계 자동화 기업에서 제조 공정 경력을 쌓은 아들이 현실화했다. 부친은 자전거의 기계 완성도를 높이고, 아들은 자전거의 디자인과 시장성을 확보하는 식으로 협업 구조를 만든다. 울산 소재 자전거 제조 기업 '서브루나바이크'가 태어난 계기다.
박건산 대표가 부친과 함께 이끄는 서브루나바이크는 경량 접이식 자전거를 설계하고 제조한다. 기존 자전거 제조사들은 제품의 무게를 줄이고, 휴대성과 이동성을 강화하려고 소재를 연구했다. 반면, 서브루나바이크는 접이식 자전거의 주요 부품과 접는 원리, 휠 등을 자체 기술로 최적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서브루나바이크는 자전거 페달과 연결된 크랭크의 크기를 줄이는 특허, 부품 탈부착 구조를 최적화해서 유지보수하기 쉽게 돕는 특허 두 건을 등록했다. 이들 특허를 접이식 자전거에 적용한 것은 물론이다. KC 인증 규격에 맞는 수준의 내구성도 갖췄다.
박건산 대표는 부친과 함께 첫 제품인 서브루나바이크 ‘MFD07’을 구상했다. 접이식 자전거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는 물론 여성 소비자,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제품을 찾는 소비자 모두를 겨냥한 보급형 제품이다. 보급형 제품이지만, 기본기는 좋다. 먼저 특허 기술을 적용한 덕분에, 본체를 접으면 경차의 트렁크에 수납 가능할 정도로 부피가 작다. 무게도 11kg으로 다른 제품보다 가볍다.
주행과 정지 성능도 좋다. 7단 기어를 가진 덕분이다. 미니벨로 자전거는 대부분 림을 잡는 방식의 브레이크를 장착한다. 그래야 본체 무게를 줄인다. 반면, 서브루나바이크 MFD007은 일반 자전거와 성능이 대등한 로터 방식 디스크 브레이크를 탑재했다. 그래서 제동력이 좋다. 본체 색상은 무광 검은색, 회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것이어서 소비자의 호불호가 나뉘지 않는다.
박건산 대표는 노력 끝에 MFD07 양산에 성공했다. 하지만, 곧이어 시장 안착과 홍보 마케팅, 제품 판매라는 도전 과제를 받았다. 서브루나바이크는 마케팅과 영업 인력 없이 기술자 두 명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그래서 판로를 여는 것이 아주 어려웠다. 특허 기술로 부품, 제품을 자체 생산하는데 소량 생산하다보니 자금 문제도 생겼다.
박건산 대표는 우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 판로를 무리하게 넓히지 않고 유효한 시장부터 접근했다. 주요 온라인 마켓에 입점하는 한편,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제품의 장점을 알렸다. 덕분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판매량이 늘었다. 접이식 자전거의 부품을 따로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부품을 모은 파트를 자체 생산하는 식으로 제작 단가도 낮췄다. 그러자 자금 문제도 조금씩 풀렸다. 창업사관학교와 테크노파크 등 정부 기업 육성 지원 기관의 도움도 받았다.
울산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도 서브루나바이크가 성장하도록 적극 도왔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어려워하는 3D 설계와 시제품 제작을 도운 것. 이어 대학교수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초빙, 제품의 구조와 디자인을 고도화하고 시장성을 갖추도록 도왔다. 박건산 대표는 덕분에 서브루나바이크 제품의 기능과 가격, 시장성 사이 균형을 맞췄다고 말했다.
노력과 지원 덕분에 서브루나바이크는 착실히 성장했다. 2022년 창업 후 2년여 만에 자립할 만큼 체력도 키웠다. 매출을 토대로 2024년에는 혁신성장형 벤처기업도 취득했다. 박건산 대표는 이렇게 쌓은 체력을 온전히 신제품 연구 개발과 생산에 쓴다. 서브루나바이크는 2025년 고급형 접이식 자전거를 선보인다. 기어 단 수를 7단에서 10단으로 늘리고 휠 베이스의 구조를 개선, 주행감을 한결 편안하게 한 제품이다.
전동 접이식 자전거도 서브루나바이크가 준비 중인 야심작이다. 기업 본연의 장점, 자전거의 구조를 단순화하면서 내구성은 높이는 기술을 도입해서 기존의 전동 접이식 자전거보다 가볍고 다루기 쉬운 제품으로 만든다. 하중을 적절히 분산하고 지지하는 기술, 각 부품의 무게를 줄이면서 하중을 버티게 설계하는 기술도 그렇다.
박건산 대표는 여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한다. 먼저 배터리를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처럼 탈부착식으로 설계해 여성도 혼자 손쉽게 펴고 타고 접게 한다. 전동 접이식 자전거 본체에 잠금 장치도 넣는다. 가속도 센서를 활용, 전동 접이식 자전거가 일정 위치를 이동하면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알림을 보내는 구조다. 소비자들이 자물쇠를 사지 않고도 전동 접이식 자전거를 보호하도록 한 것.
서브루나바이크는 전동 접이식 자전거를 2025년 가을경 소비자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가격은 100만 원 대 초반, 기존 제품보다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정할 예정이다.
박건산 대표는 “접이식 자전거의 판매 후기 수백 개를 꼼꼼하게 읽고 분석한 덕분에,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기능과 요소를 발견해 제품에 적용했다. 강력한 제동력과 우수한 휴대성, 편안한 주행감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가치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접이식 자전거를 개발, 달리는 즐거움을 전파하겠다.”고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