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인, 새로운 솔루션·플랫폼 발표···키워드는 보안
[IT동아 한만혁 기자] 월드코인 프로젝트 툴을 개발하는 기술 기업 ‘툴스 포 휴머니티(TFH)’가 월드코인을 '월드 네트워크(World Network)'로 리브랜딩하고 새로운 오브(Orb), 월드ID 3.0, 월드앱 3.0, 월드체인 등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 생태계 확장을 가속한다는 전략이다.
월드코인은 AI 시대의 새로운 개인 신원 인증 솔루션과 금융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다. 자체 개발한 홍채 인식 기기 ‘오브(orb)’를 통해 홍채 정보를 등록하면,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연결해 실제 사람임을 확인하고 ‘월드ID’를 부여한다. 월드ID를 받은 사용자에게는 ‘보편적 기본소득’ 개념으로 자체 가상자산 월드코인(WLD)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 WLD는 자체 전자지갑 ‘월드앱’에 보관할 수 있다. TFH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이 알렉스 블라니아 CEO와 공동 창업한 기업으로, 월드코인 프로젝트 관련 툴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월드ID 크리덴셜’이다. 월드ID 크리덴셜은 홍채 인증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월드ID를 제공하는 정책이다. 기존에는 오브를 통해 홍채 정보를 등록한 사용자에게만 월드ID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실물 근거리무선통신(NFC) 지원 여권으로 나이, 국적, 여권 소유권 등을 증명하면 월드ID를 받을 수 있다. 굳이 홍채 정보를 넘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TFH는 월드ID 크리덴셜을 지원하는 월드ID 3.0도 발표했다. 월드ID 3.0은 월드ID 보유자의 홍채 정보를 익명화하고 안전하게 보호하는 AMPC(익명 다자간 연산) 기술로 개인 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온라인 사기를 방지하는 ‘월드ID 딥 페이스’ 기술을 도입해 보안을 한층 강화했다.
TFH는 오브도 업데이트했다. 새로운 오브는 보안과 성능을 강화했다. 홍채 코드를 암호화 및 익명화 처리 후 사용자의 모든 이미지를 삭제한다. 개인 신원 노출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한 탈착식 외장 SD 카드를 적용해 내부 데이터를 철저하게 감사 및 검증한다. 이 외에도 AI 성능을 약 5배 높인 엔비디아 젯슨 칩셋을 적용하고 부품 수를 30% 줄여 이전 세대보다 2배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 다양한 환경에 대응하도록 적외선 및 가시광선 카메라도 개선했다.
월드앱 3.0은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했다. 보관 및 결제 기능을 갖춘 전자지갑으로 강력한 보안 기능을 적용했다. 또한 타사 앱을 바로 실행하는 플랫폼 ‘미니 앱’도 지원한다. 월드ID를 통해 익명성을 유지한 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TFH는 이와 함께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 월드체인도 출시했다. 월드ID 보유자의 신원을 관리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월드ID 사용자에게 블록 공간 접속 권한을 우선적으로 부여한다.
TFH는 이들 플랫폼을 발표하며 프로젝트 이름을 ‘월드코인’에서 ‘월드 네트워크’로 리브랜딩했다.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고 월드ID 신원 증명 프로토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월드코인이라는 이름이 프로젝트의 사명을 함축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TFH는 “월드 네트워크는 월드ID, WLD, 월드체인 등으로 구성되며, 인간이 AI 발전의 중심에 서는 낙관적인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구축된 인간 네트워크로 재탄생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TFH 발표의 핵심 키워드는 보안이다. 그동안 월드코인은 취약한 보안으로 인해 개인 신원 인증 수단으로 수집한 홍채 정보의 유출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한 개인 정보 무단 수집에 대해 각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지난 9월 우리나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월드코인이 개인정보보호법상 의무를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월드코인 재단과 TFH에 과징금 11억 4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번에 발표한 솔루션과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던 개인 정보 보안 문제에 대한 TFH의 대응책이다. 자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강한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고, 개인 신원 인증을 홍채뿐 아니라 여권 정보로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TFH는 개인 정보 유출을 꺼리는 사용자에게도 월드ID를 개설할 기회를 제공한다. 보안 강화와 생태계 확장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전략이다.
글 /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