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설계 효율 높이는 ‘버추얼 트윈’ 기술
[IT동아 김동진 기자] 버추얼 트윈은 가상 공간에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어 시뮬레이션을 진행, 결과를 미리 예측해 더 나은 선택을 돕는 기술이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 속 사물뿐만 아니라 그 사물을 둘러싼 개체와 환경을 시각화한 후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각종 동작과 물성 변화까지 현실처럼 구현이 가능하다. 가상공간에 구현한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언제든 확인이 가능하므로, 구성원들의 실시간 작업과 토론을 가능케 한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도 빠르게 수정이 가능해 효율적인 업무의 핵심으로 작용한다. 모빌리티, 건축 설계 등 복잡한 공정을 지닌 분야에 버추얼 트윈이 속속 적용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항공기 설계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버추얼 트윈 기술이 활용된다.
현실 속 사물 쌍둥이 하나의 가상공간에 구현…최대 4000명 동시 작업하며 효율 개선
버추얼 트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비행 조건에서 기체에 발생 가능한 구조적 결함이나 부식, 균열 정도 등을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하도록 돕는다. 어떻게 기체를 설계해야 에너지를 적게 소비할지도 가상 환경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버추얼 트윈 기술로 항공산업의 혁신을 달성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인 ‘에어버스(Airbus)’가 꼽힌다. 에어버스는 항공기 설계와 제조 과정 전반에 걸쳐 버추얼 트윈을 활용, 기체 설계와 연구 개발 효율을 대폭 향상했다. 대표적인 예로 A350 XWB 프로그램의 성공이 있다.
에어버스는 신형 항공기인 A350 XWB 개발 과정에서 버추얼 트윈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세계 각지에 있는 엔지니어와 협력 업체들이 동일한 플랫폼에서 작업하고 소통하도록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하나의 가상공간에 구현한 것이다. 과거 에어버스는 항공기 설계 시 각 부문을 디지털 모형(Digital MockUp)으로 제작해 작업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전체 결과물을 모든 작업자가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이는 설계 오류로 이어져 기체 개발 시간과 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을 겪었다.
에어버스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버추얼 트윈 전문 기업인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도입했다. 버추얼 트윈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에어버스의 모든 설계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기체 설계 과정에서 효율적이지 못한 선택이나 오류를 실시간으로 수정하도록 도왔다. 방대한 데이터에도 동기화 과정을 몇 분 만에 완료해 기존 수일이 걸리던 작업 시간을 크게 단축하도록 이끌었다. 최대 4000명에 달하는 세계 각지의 에어버스 엔지니어 및 협력 업체 직원들이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 구축된 A350 XWB 설계 결과물을 동시에 살펴보고 작업한 후 실시간으로 결과물을 공유했다.
에어버스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도입 후 수작업으로 2D 도면을 제작하던 시절보다 설계 변경 요청이 25% 감소했으며, 전기 시스템 설치 계획을 업데이트하는 데 필요한 시간 또한 50% 단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 덕분에 신형 기체인 A350 XWB의 최종 조립 시간을 30% 단축했으며, 과거 4개월이 소요되던 A330의 조립 주기도 대폭 개선했다.
버추얼 트윈 기술은 항공기 유지보수 효율 개선에도 기여했다. 에어버스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으로 확보한 디지털 연속성을 기반으로 부품 손상이나 수리 수요가 발생했을 때, 2D 일러스트나 설명서에 의존하지 않고 즉각 대응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품질을 개선했다. 이처럼 항공기 설계와 생산뿐만 아니라 유지보수의 효율을 버추얼 트윈으로 개선한 결과, 에어버스는 빠르게 A350 XWB 첫 비행을 달성할 수 있었다.
얀 루이스(Yann Lewis) 에어버스 엔지니어링 책임자는 "1984년부터 제조하기 시작한 자사 주력 항공기인 A320의 날개 조립 공정은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에 자동화 공정 및 로봇 사용으로 공정 효율 개선을 꾀하던 중 다쏘시스템과 협력해 버추얼 트윈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도입함으로써 모든 시뮬레이션의 결과를 동일한 환경에서 확인하고 시각화하며, 테스트와 제조 과정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 및 제조 주기를 효율적으로 개선했다. 또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관계자들의 이해도를 대폭 높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