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원인 규명 및 치료법 도출 이끄는 ‘특화 DB 구축’
[IT동아 김동진 기자] 발현 원인이 다양하고 복잡한 피부질환은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로 아토피 피부염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발현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데다가, 최근에는 노화의 주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해당 질환에 특화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지면, 질환의 원인과 환자별 특성, 치료법 도출 및 노화와의 상관관계 규명도 기대된다. 이처럼 특화 DB 구축과 분석으로 성과를 얻으려면, 해당 질병을 꾸준히 연구한 의료진의 경험과 의료데이터 전문 기업의 시너지가 필수다. 아토피 피부염을 30여 년 가까이 연구하고 치료한 서기범 SA피부과의원 대표원장 또한 의료데이터 전문 기업의 특화 DB 구축 기술을 활용, 아토피 원인 규명과 치료법 도출에 나섰다.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SA피부과에서 서기범 대표원장을 만나 기술 도입 계기와 특화 DB 구축 현황, 향후 분석 계획 등은 무엇인지 들었다.
아토피 전문 피부과 전문의 서기범 원장…기술로 질환 원인 규명과 치료법 도출 나서
피부과 전문의인 서기범 원장은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피부과 부교수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014년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아토피 중점 병원 ‘SA피부과’를 개원했다. 서기범 원장은 지난 28년간 아토피 피부염을 중점으로 연구하며, 아토피 치료를 돕는 학습 동화, ‘아토피제로’를 출간한 바 있다.
서기범 원장은 “그간 아토피 없는 세상 만들기에 매진해 왔지만, 아직 완치의 길은 열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성인 아토피 피부염 진단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기존 시스템과 의술에 머물지 않고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결심한 계기”라며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영역에서도 정밀 의료 과학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가 활발하다. 무엇보다 발현 원인이 다양하면서도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아토피 피부염을 분석하는 데 기술 활용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도 기존의 진료 시스템과 의술에만 머물지 않고, 융합적이고 초연결적인 시각으로 아토피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아토피만을 진료하고 연구하며 쌓은 방대한 전자의무기록 데이터(EMR)를 구조화·표준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며 “동시에 흔히 당 독소라고 불리는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s: AGEs)’ 물질이 최근 아토피 피부염과 노화의 주범으로 알려졌기에 당 독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할 필요성도 느껴 본격적으로 기술 활용에 나섰다. 아토피 치료뿐만 아니라 안티에이징까지 책임지는 ‘From Atopy to Aging : Total Lifespan Clinic’을 자사의 새로운 브랜드 컨셉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9만 건 이상 아토피 피부염 진료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에 특화 DB 구축 기술 더해
서기범 원장은 지난 28년간 9만 건 이상 아토피 피부염을 진료하며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의료데이터 전문 기업 ‘메디플렉서스’와 함께 체계적으로 구축·분석하기로 했다. 2020년 설립된 메디플렉서스는 의료기관의 의학적 요구사항에 따라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바탕으로 고품질의 연구전용 DB 구축을 돕는 기업이다. 표준작업절차서를 기반으로 수요조사와 DB 설계, 데이터 수집, 데이터 가공, DB 적재, 품질관리, 가치평가, 사후관리 등의 과정을 거치는 방식이다.
메디플렉서스는 SA피부과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 및 의학적 연구에 대한 니즈에 따라 고밀도 특화 DB 구축에 나섰다. SA피부과의 전자의무기록 데이터(EMR)와 레지스트리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진행, 아토피 피부염 임상연구에 필요한 고밀도 데이터를 선별했다.
서기범 원장은 “아토피 피부염은 발현 원인이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하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의료·임상 데이터로 환자별 맞춤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의원급에서 DB 구축 및 분석 전담 인력이나 조직을 따로 두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데이터 전문 기업을 수소문한 끝에 메디플렉서스와 협업을 추진하게 됐다. 메디플렉서스는 실제 진료 과정에서 수집한 의료 실사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토피 피부염 연구에 필요한 특화 DB 구축을 도울 기술과 레퍼런스를 보유했다. 약 12만 명에 해당하는 고령환자 DB 설계와 구축 경험을 보유한 기업이므로, 아토피 및 노화 연구에 필요한 시너지를 기대하며 협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메디플렉서스는 특화 DB 구축 작업을 통해 SA피부과가 보유한 9만 건 이상 아토피 피부염 진료 데이터 중에서 의학적 연구, 특히 환자 맞춤형 치료 및 연구에 쓰일 데이터를 추출했다. 약 3개월간 SA피부과와 함께 데이터 구조화와 표준화 작업을 수행한 결과, 약 4만 명에 달하는 아토피 환자가 지닌 변수 128개 칼럼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특화 DB는 연구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그 중요성을 인정해 의료 실사용 데이터(RWD, Real-World Data) 연구에 이를 반영하고 있다.
서기범 원장은 “특화 DB 구축 작업을 마친 후 아토피 피부염을 지닌 환자의 특성, 예컨대 환자 연령과 성별, 거주지, 발현 시기, 다른 질병 또는 복약 경험을 지니고 있는지 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살펴 상호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특화 DB 구축의 경우, 전담 인력이나 조직이 없는 의원급에서 시도하기 어려운데, 의료데이터 전문 기업과 협업으로 실현이 가능했다”며 “이번 특화 DB 구축으로 머릿속에만 있던 가설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기반을 마련했다. 앞으로 구축된 데이터를 면밀하게 검토해 아토피 피부염 연구 및 임상에 필요한 주제를 선정하고 메디플렉서스에서 제공하는 전문 분석 소프트웨어를 통해 다양한 임상 레퍼런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후에는 구축한 특화 DB를 기반으로 아토피 피부염뿐만 아니라 여러 염증성 피부 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노화 관련 바이오마커를 탐색해 치료법을 도출하는 전략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최종적으로 100세 시대에 모든 사람이 삶의 후반기에도 아름답고 자존감 있게 살아가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